지상파4사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3일 오후 1시30분 MBC대회의실에서 지상파방송 산별협약 조인식을 가졌다. 언론노조가 2000년 산별노조로 전환한 후 18년만의 첫 산별교섭 타결이다. 이날 조인식은 양승동 KBS사장, 최승호 MBC사장, 박정훈 SBS사장, 장해랑 EBS사장 등 사용자 대표와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 이경호 KBS본부장, 김연국 MBC본부장, 윤창현 SBS본부장, 오정훈 수석부위원장 등 노조 대표가 참석했다.

지상파-언론노조의 역사적인 산별협약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공정방송’ 장치다. 지상파방송 산별협약은 7조2항에서 ‘사용자와 조합은 보도편성 제작책임자에 대한 임명과 평가 등에 제작종사자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될 수 있는 절차와 방법을 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2019년 7월1일 시행되는 주당 최대 52시간 노동을 앞두고 제작환경 개선방안도 노사가 큰 틀에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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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파4사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3일 오후 1시30분 MBC대회의실에서 지상파방송 산별협약 조인식을 가졌다. 최정기 노측 총괄간사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 지상파4사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3일 오후 1시30분 MBC대회의실에서 지상파방송 산별협약 조인식을 가졌다. 최정기 노측 총괄간사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최정기 노측 총괄간사(언론노조 정책실장)는 경과보고에서 “제작환경 분야 개선은 결렬위기까지 갈 정도로 노사 의견이 첨예했다. 공정방송·방송 산업 진흥분야에서도 상당한 이견이 오갔다”고 전하며 “산별협약이 선언적 수준에 그치지 않고 노사 모두에게 규정력과 무게감을 갖는다는 걸 확인했다. 내년 산별 교섭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이번 협약이) 방송업계 전반의 표준 가이드라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그 동안 산별교섭을 그려왔던 언론노조는 6월12일 산별교섭 상견례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었다. 55번째 방송의 날 산별협약 조인식을 해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번 협약은 공정방송을 노동조건으로 명문화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 뒤 “장시간 노동환경도 노사합의로 해결해나가자는 의지를 확인했다. 이 자리까지 오게 결단해준 사장단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이경호 KBS본부장은 “지상파가 어떻게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합의를 찾는 우리 안의 작은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연국 MBC본부장은 “지난 10년간 권력의 방송장악에 맞서 싸워온 작은 결실 중 하나가 공정방송이 중요한 노동조건이란 사법부의 판단이었다”며 “지상파 방송사들이 다시 시청자 신뢰를 얻고 공적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현 SBS본부장은 “이번 협약내용은 지상파의 반성문이자 시청자들에게 다시는 신뢰를 잃지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 지상파4사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3일 오후 1시30분 MBC대회의실에서 지상파방송 산별협약 조인식을 가졌다. 사진=언론노조
▲ 지상파4사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3일 오후 1시30분 MBC대회의실에서 지상파방송 산별협약 조인식을 가졌다. 사진=언론노조
양승동 KBS사장은 “수년 간 노사관계가 파행의 연속이었는데 오늘이 노사간 불신과 적대를 청산하고 상생과 동반자관계로 나아가는 변곡점이 되는 날이라 생각한다. 노사 간 신뢰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정훈 SBS사장은 “오늘의 역사적인 협약을 이끈 언론노조의 리더십에 존경을 표한다. 정권이 바뀌고 세월이 바뀌어도 (협약을) 준수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최승호 MBC사장은 “과거 공정방송 조항이 MBC단체협약에 있었지만 사측이 지키지 않으려 했을 때 효력을 잃어버렸다. 산별협약이라는 더 큰 책임감으로 공정방송에 관한 의무와 제도를 명확히 한 것은 노사를 떠나 기쁜 일이다”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노동시간 단축이나 제작환경 개선의 경우 경영진이 재정적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지만 공적 책무를 지닌 공영방송으로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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