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장에 현직 기자를 임명하면서 기자가 바로 공직을 맡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부터 언론대응이나 홍보업무가 아닌 전문능력이 필요한 정부부처 수장으로 가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30일 문화재청장에 정재숙 중앙일보 기자를 임명하면서 “30여 년간 문화전문기자로 활동해온 언론인으로, 오랜 취재활동을 통해 쌓은 전문성과 경험을 토대로 문화재의 체계적인 발굴과 보존, 관리뿐만 아니라 국민의 문화유산 향유기회 제고 등 ‘문화가 숨 쉬는 대한민국’을 구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명 후 정재숙 청장도 “생활 속에서 오감을 건드리며 즐기는 문화재, 남북의 미래를 희망으로 손잡게 하는 문화재를 기자정신을 살려 현장에서 찾겠다”며 기자의 전문성을 살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장 취재경험을 곧 전문능력으로 본 셈인데 같은 기자들은 이번 인사에 의아해한다. 청와대 출입 한 기자는 “처음 인사 발표를 듣고 문화재청장에 웬 문화부 기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며 “그 분야엔 그렇게 사람이 없나라는 생각과 함께 보수언론에 대한 구애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굳이 현직 언론인을 문화재청장에 발탁한 이유를 찾기 어려워 정치적 계산에 따라 인사가 이뤄진 게 아닐까라는 의심마저 든다는 것이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서울경제신문과 한겨레를 거쳐 중앙일보에서 문화부 기자로 일했다.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수료’했고, 국립현대무용단 이사와 문화재청 궁능활용심의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이 같은 이력을 두고 문화재 원형 보존을 철칙으로 하는 문화재청장 자격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재열 시사인 기자는 “제대로 된 문화재 관련 학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문화 전문기자라고는 하지만 문화재 전문기자도 아니고, 문화재청에서 궁능활용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은 너무나 일천하고, 이전에 단체장 경력이 없어서 조직을 제대로 통솔해 본 경험도 없는 기자를 문화재청장으로 임명한 것에 같은 기자로서 우려한다. 문화재 전문가들이 모욕감을 느낄 것 같다”고 비판했다.

문화재청 안에서도 인사 발표 후 놀랍다는 반응이다. 김종진 전임 문화재청장이 조직 내부 신임이 두터워서 이번 인사가 이뤄진 배경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문화재청 한 직원은 “전임 청장이 30여 년 동안 문화재청에서 근무했기에 조직 내부 사정을 잘 안다.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기도 1년이 조금 더 지났는데 큰 논란이나 갈등이 없어서 인사발표를 듣고 직원들이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 정재숙 문화재청장.
▲ 정재숙 문화재청장.

지난해 8월부터 1년 동안 임기를 지낸 김종진 청장은 직원들이 직접 평가하는 설문조사에서도 업무능력이 월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8월 문화재청 노조가 실시한 청장 업무 평가에서 김종진 청장은 소통과 청렴, 업무능력, 인사 부문에서 전임 청장과 비교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수장을 교체할 이유를 찾기 어려운데다가 전문능력이 의심되는 인물이 신임 청장으로 오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게 문화재청 내부 분위기다.

문화재청은 지난 1999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독립해 그동안 행정가와 대학교수, 박물관장 등이 수장으로 왔지만 현직 언론인이 온 것은 처음이다.

문화재청 직원은 “한 나라의 문화재 정책을 다루는데 자격이 있는지 심히 우려스럽다”며 “전문성이 없으면 행정력으로라도 풀어나가야 하는데 행정가 출신도 아니다. 하다못해 대학교수나 문화재 위원이 오는 것도 아니고 문화재청 궁능활용심의위원회도 문화재 보존 관리라는 문화재청의 임무로 보면 떨어지는 이력”이라고 말했다. 문화에 관심을 갖고 수십 년 동안 취재하고 기사를 써온 것과 문화재 정책을 총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다르다.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재숙 청장의 기사를 들여다보고 전문 능력이 있다고 판단해 인사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문화계 인사로부터 추천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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