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합의한 규제프리존법 등 규제완화법안을 두고 보건의료단체가 의료민영화법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건강권실천을 위한 보건의료인연합(보건연합)은 24일 성명을 내어 정부와 여당을 향해 졸속합의를 폐기하고 관련 정책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여야는 규제프리존법 등 규제완화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이달 30일 통과시키겠다고 밝혔고, 청와대는 “합의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에 참여연대와 의료단체들은 연일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0일 참여연대가 국회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보건의료단체들은 더불어민주당에 항의면담을 하기로 했다.

보건연합은 성명에서 “범죄의 온상인 법안들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졸속합의해 국회 통과까지를 약속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참담하게 한다”며 “정부와 여당은 최소한의 양심을 가지고 관련 법안에 대한 졸속합의를 폐기하고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정책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규제프리존법 등 규제완화법안들을 두고 보건연합은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자사 제품의 안전성에 대해 자의적 판단을 해도, 신기술이면 안전성 검증이 안되어도 일단 시장에 진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민 안전 포기이고, 국민 대상 임상시험‧생체시험 허용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정부가 안전성 문제를 온전히 기업에게 맡기고 사후에 평가하겠다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도 했다.

보건연합은 이 법들이 의료민영화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시도에서 지역전략산업 육성계획을 만들어 기재부에 신청하기만 하면 지정될 수 있다”며 “병원 부대사업을 조례로 정해 무한정 늘어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병원에 의약품, 의료기기 판매업까지 허용된다면 병원의 과잉진료는 더 늘어나게 될 것이고 시민들의 의료비 폭등만이 아니라 건강을 위협하는 일까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정부가 지난달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기의 경우 제품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 과정을 사실상 생략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보건연합은 규제프리존법 등이 위험천만한 정책기조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연합은 “‘우선 사용, 사후 규제’ 원칙이 의료에 적용되면 환자 생명‧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건연합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박근혜가 행정독재로 시행한 ‘개인정보 비식별 가이드라인’에 제대로 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개인정보 규제완화는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임상시험 비용을 절감하거나 보험료 지급률을 줄이려는 기업 요구를 법적으로 승인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규제프리존법 등을 합의한 국회를 규탄한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규제프리존법 등을 합의한 국회를 규탄한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건연합은 “민간보험사는 가입자 개인의 건강과 질병정보를 더 많이 가질수록 보험료 지급범위를 줄이고, 위험을 최소화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개인 건강정보를 기업의 돈벌이를 위해 유출하려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악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한 원격의료’라며 원격의료 허용 방침을 내비친 것과 의료기기 허가심사 규제완화를 대폭적으로 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보건연합은 “이런 전면적 의료영리화 방향을 보며 문재인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차이를 알지 못하는 지경이 됐다”며 “정권 교체 1년 2개월 만에 말이다”라고 썼다. 이들은 “그 어떤 정부든 의료영리화로 국민들의 삶을 공격한다면, 또다시 촛불의 분노가 정권을 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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