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 제작보고회, 정작 쏟아지는 기사는
특별했던 제작보고회, 정작 쏟아지는 기사는
[기자수첩] 영화를 성실하게 소개하는 기사를 찾기가 어렵다

압구정CGV에서 인질 상황극이 벌어졌다. 지하2층 상영관에서는 11시 정각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며 9월 개봉을 앞둔 범죄오락 영화 ‘협상’ 제작 보고회가 막을 올렸다. 사이렌 소리가 멈춘 후 영화 스크린에 배우 손예진과 현빈이 인질로 붙잡힌 척 생중계로 등장했다. 

‘협상’은 태국에서 일어나는 사상 최대 인질극을 그린 영화로 제작 발표회에서도 ‘인질 상황극’이라는 컨셉을 유지했다. 눈 앞에 배우들이 나오니 사진 기자들은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나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기자석은 앞은 사진 기자석, 뒤는 취재 기자석으로 분리됐다. 사진 기자석은 남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던 반면 취재 기자석은 반도 채워지지 않았다.

오프닝부터 특별했던 ‘협상’ 제작 보고회는 여느 영화·드라마 제작 발표회와 달랐다. 마치 하나의 방송 프로그램처럼 잘 짜인 코너들을 배치했다. 제작 보고회가 진행되는 동안 티저 영상, 캐릭터 소개 영상, 영화 흥행포인트 소개 영상, 이원 촬영기법 관련 영상, 메이킹 필름 등 총 5개의 영상을 보여줬다. 

이어 ‘#최초의 만남’, ‘#최초의 캐릭터’, ‘#최초의 소재’, ‘#랜선 케미’, ‘#최고의 흥행’ 영화 키워드와 관련한 문구를 스크린에 띄우며 영화 소개를 심도 있게 이어갔다. 감독과 배우는 키워드에 맞게 영화 내용과 에피소드, 영화 속 캐릭터 이야기를 하는데 열중했다. 

키워드 소개를 마친 뒤에는 ‘아이템 TALK’ 코너로 넘어갔다. 손예진은 극 중 ‘하채윤’의 소품으로 경찰 모자를 가져왔고, 현빈은 ‘민태구’ 소품으로 촬영 때 썼던 총을 보여줬다. 손예진이 경찰모자를 두고 거수경례 포즈를 취하자 사진 기자들의 셔터 소리는 커졌고 그 순간 무대는 쉴 새 없이 번쩍였다. 제작 보고회 후반에는 기자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졌다. 질문을 한 기자는 3명으로 더 이상 질문이 없어 제작 보고회는 1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 지난 9일 영화 ‘협상’ 제작보고회 현장. 사진=이소현 대학생 기자
▲ 지난 9일 영화 ‘협상’ 제작보고회 현장. 사진=이소현 대학생 기자
보통 제작 발표회는 배우들의 포토타임으로 시작해 티저 영상을 시청하고, 기자와 배우가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후 끝난다. 하지만 이날 제작 발표회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돋보였다. 단순한 정보전달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기자들에게 영화 내용을 소개하려는 노력이 색달랐다. 하지만 정작 제작 보고회 이후 보도된 관련 기사는 영화 ‘내용’보다는 포토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13일 오후 2시 30분 기준, 네이버 포털에 올라온 영화 ‘협상’ 관련 기사는 1269건에 달한다. 그 중 ‘손예진, 늘씬한 각선미 뽐내며~’, ‘현빈, 비주얼 갑’, ‘손예진, 거수경례도 예쁘게’와 같은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띈다. 기사에는 배우의 얼굴 혹은 전신이 나온 사진 한 장과 함께 ‘9일 오전 CGV압구정에서 제작보고회가 열렸으며 배우 현빈, 손예진이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도의 내용만 담겼다. 

제작 보고회가 끝난 이후 포털에는 영화의 스토리 구성 같은 질적인 내용보다는 ‘배우’ 자체에 초점을 맞춘 사진기사들로 가득하다. 정작 영화를 성실하게 소개하는 기사는 찾기가 어렵다. 뭔가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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