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더 덥습니다.”

최고 온도 섭씨 35도를 기록한 11일 오후 북한 기자들도 폭염에 시달리며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취재했다. 이번 ‘판문점선언이행을 위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북한 대표단엔 언론인 6명도 포함됐다. ‘민주조선’, ‘중앙통신사’, ‘우리민족끼리’, ‘조선신보사’, ‘통일신보’ 등 언론사 5곳의 기자들이다.

취재진용 조끼가 땀에 흠뻑 젖은 채로 경기장을 카메라로 찍던 한 북한 기자는 “(이북보다) 서울이 더 덥다. 한국기자도 내일까지 고생하시라”고 말했다.

▲ 2018년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열린 1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사진=민주노총 노동과세계
▲ 2018년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열린 1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사진=민주노총 노동과세계
▲ 2018년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참가한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와 함께 입장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 2018년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참가한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와 함께 입장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2018년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열린 1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조선직업총동맹 건설팀과 한국노총 대표팀이 오후 4시50분 축구 경기를 시작했다. 전·후반 30분 씩 총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직종 건설팀은 아래·위 모두 붉은 색 유니폼을, 한국노총 대표팀은 푸른색 유니폼을 입었다. 남측 관중 3만 여명, 북측 관중 60여 명이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주영길 직총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기장 VIP 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직총 건설팀은 경기 시작 20여 분 후 17번 서대성 선수의 슛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건설팀은 15번 강진혁 선수가 4분 후 두번째 골을 넣으며 금세 2점을 얻었다.

두 번째 경기에 선수로 참가하는 한 민주노총 조합원은 “북한 선수들이 우리보다 기량도 뛰어나고 기술도 더 나아서 승리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팀 경기가 끝난 후 직총 경공업팀과 30분 씩 전·후반 경기를 치른다.

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북측 선수들 평균 연령이 한국노총·민주노총 선수단 평균 연령보다 낮아 한국팀이 애를 먹을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한 경기도 시민은 “‘남측이 이번엔 설욕할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또 질 것 같다”고 말했다. 남측 선수단은 지난 2015년 평양에서 열린 통일축구대회에서 6대0으로 대패했다.

한국노총 팀은 후반전 종료 10여 분 전 1골을 만회했지만 1대3으로 직총 건설팀에 패배했다.

“오늘은 축구로 만났지만 내일은 마주앉아 이야기하길”

남·북 대회 대표단은 개회사에서 한 목소리로 평화에 대한 염원을 밝혔다. 주영길 직총 위원장은 “4·27 판문점 선언 성공에 바로 우리 노동자들이 서 있다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벅차오름을 금할 수 없다. 오늘 이 현실은 결코 하늘이 준 기회가 아니며 흘러가는 역사 속에서 있을 수 있는 그 어떤 우연도 아니”라며 “민족의 운명은 오직 우리 자신이 책임지고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8년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열린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을 방문해 축사 발언을 했다. 사진=한국노총 노동과희망
▲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8년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열린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을 방문해 축사 발언을 했다. 사진=한국노총 노동과희망
▲ 한국노총·민주노총 간부,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간부 및 615 북측 대표단,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VIP석에서 한반도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한국노총 노동과희망
▲ 한국노총·민주노총 간부,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간부 및 615 북측 대표단,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VIP석에서 한반도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한국노총 노동과희망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일촉즉발의 전쟁위기와 대결정세를 걷어 낸 4·27 판문점 선언의 확고한 이행을 위해 노동자들이 먼저 만났다”며 “민주노총은 분단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실현한다는 강령에 맞게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 실천해나가겠다는 약속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대회에 참석해 “다시는 역사의 후퇴가 반복되지 않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연대와 협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전세계 시민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분열과 대립으로 얼룩진 분단사에 종지부를 찍고 민족화합과 통일, 새 시대를 약속하는 남북공동선언과 판문점 선언의 실천 위해, 부단한 노력과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오늘은 축구로 만났지만 내일은 남북노동자가 함게 땀 흘려 일하고 마주 앉아 웃으며 이야기하게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8년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는 4·27 판문점 선언 이후 이뤄진 최초의 민간교류행사다. 북측 대표단은 지난 10일 방남해 12일 모란공원 참배를 마친 뒤 북측으로 돌아간다.

북측 대표단은 경기 종료 후 숙소인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환송만찬을 가진다. 북측 대표단은 12일 오전 마석 모란공원을 들러 전태일 열사, 이소선 열사, 문익환 목사 등 묘역을 참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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