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의 풍계리 취재비 1만 달러 보도를 받아쓴 MBC가 심의 과정에서 ‘허위진술’ 비판을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지난 2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북한이 풍계리 취재비 1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전한 MBC 보도를 심의한 결과 전체회의에 회부해 제재 수위를 정하기로 했다.

MBC는 지난 5월21일 930뉴스에서 “주중북한대사관이 외신 기자에게 풍계리 방북 취재 비자 발급비용으로 1만 달러씩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보도했다. 방통심의위원들에 따르면 MBC는 의견진술서에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며 보도가 취재결과인 것처럼 밝혔다.

▲ 지난 5월21일 방영된 MBC 930뉴스 화면 갈무리.
▲ 지난 5월21일 방영된 MBC 930뉴스 화면 갈무리.

그러나 의견진술 질의 과정에서 해당 보도는 MBC의 취재물이 아니라 TV조선 보도를 받아 쓴 걸로 드러났다. MBC는 ‘주중북한대사관’을 주어로 달았지만 해당 대사관에서 확인한 내용은 없었다. MBC는 CNN기자를 취재했지만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 심의위원들이 “TV조선의 보도를 받은 거냐”고 여러 차례 질의한 끝에 MBC 김정호 차장은 “그렇다고 봐야할 것 같다”고 답했다.

심의위원들은 MBC가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타사 보도를 받고 △출처를 명시하지 않고 △사실을 파악한 이후에도 정정하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상수 위원과 윤정주 위원은 TV조선 풍계리 보도와 같은 제재 수위인 ‘주의’ 의견을 냈다. 박상수 위원은 “의견진술서를 토대로 심의를 하는데 (허위진술을 하면) 엉터리 심의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허미숙 부위원장(소위원장)과 심영섭 위원은 방송사 재허가에 반영되지 않는 행정지도인 ‘권고’ 의견을 냈다. 허미숙 부위원장은 보도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도 “MBC 보도는 전체 리포트에서 한줄 걸친 것으로 경중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위원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전체회의에 회부해 최종 논의키로 했다.

한편 이날 TV조선 1만 달러 취재비 요구 보도와 유사한 내용을 다룬 다른 종편에 대한 심의도 있었다. 채널A는 복수의 취재원에게 확인을 거치고 통일부 반론을 담았고, 1만달러 요구를 받은 적 없다는 외신기자들 입장을 후속보도로 내보낸 점을 감안해 제재를 받지 않았다. MBN은 외신기자들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두 차례 사실을 정정하는 보도를 내보낸 점을 참작해 가장 수위가 낮은 제재인 ‘의견제시’를 받았다.

(8월3일 오후 5시40분 기사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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