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투쟁한 서울역, 다시 일터가 됐다”
“13년 투쟁한 서울역, 다시 일터가 됐다”
[현장] KTX 해고승무원 180명 복직합의 보고대회… “정리해고 노동자들에게 작은 희망 될 것”

“지금 제 왼쪽엔 농성천막이, 오른쪽에선 철야·철탑농성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투쟁이 아닌 국민께 감사 인사를 드리게 된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21일 낮 2시, 서울역 역사에서 KTX 승무원 복직 합의 보고 기자회견이 열렸다. KTX 해고 승무원들이 투쟁을 시작한 지 4526일째가 되는 날이다. 밝은 분위기 속에 뒷줄에 선 이들은 여러 차례 뒤돌아 눈을 훔쳤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승무원 20여 명이 참여했다.

▲ 21일 KTX 해고 승무원 복직 합의 보고대회에서 김승하 KTX승무지부장과 정미정 상황실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21일 KTX 해고 승무원 복직 합의 보고대회에서 김승하 KTX승무지부장과 정미정 상황실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날 새벽 4시 전국철도노동조합과 한국철도공사는 20일 간 5차례에 걸친 교섭 끝에 KTX 해고 승무원 복직에 합의했다. 철도공사는 해고 승무원 중 철도공사 자회사에 취업한 경력이 있는 이들을 빼고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18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이 중 33명이 오는 11월30일 일반사무직으로 먼저 복직한다.

김승하 해고 승무원·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운을 뗐다. 김승하 지부장은 “13년만에 공기업이 시행한 최초의 대량 해고 문제를 풀게 됐다”며 “오늘로 이 문제의 첫단추를 바로 꿰는 걸음을 디딘 만큼, 조금씩 이 사회가 변한다는 희망으로 (국민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싸워봤자 안 된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이것을 붙잡고 있는 너희들이 멍청하다’는 얘기 많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피해자고 우리가 옳기에 이렇게 끝낼 수 없다는 믿음 하나로 버텼다. 그 믿음을 많은 국민이 응원해주셔서 이런 자리가 마련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KTX 열차승무원 업무로 돌아가기까지 과제는 남아 있다. 직접고용에 합의했지만, 현재 철도공사는 KTX 승무업무를 자회사에 맡긴다. 노사는 정규직화를 놓고 따로 노사전문가협의회를 진행 중이다.

김 지부장은 “빠른 시일 내에 승무업무 직고용이 시행되리라 믿는다”며 “저희 모두 승무원으로서 일터에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양승태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을 놓고도 “사법농단으로 너무나 큰 고통을 당했고, 책임자 처벌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모든 걸 바로잡을 때까지 힘을 모아 싸울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 21일 KTX 해고 승무원 복직 합의 보고대회에서 김승하 해고 승무원이자 KTX승무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21일 KTX 해고 승무원 복직 합의 보고대회에서 김승하 해고 승무원이자 KTX승무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김 지부장과 정미정 상황실장은 가장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 상황실장은 “동료 덕분에 투쟁을 버틸 수 있었는데, 그 동료가 목숨을 잃었을 때. 그 어떤 날보다, (동료가 사망한) 2015년 그해”라고 했다. 김 지부장은 “그래도 그 친구의 딸에게 우리가 옳았고 끝까지 투쟁했기에 이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얘기할 수 있어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양한웅 ‘KTX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은 “오늘 아침 교섭할 때 오영식 철도공사 사장이 ‘그동안 미안했고, 고생했다’고 말할 때 전율이 왔다. 승무원들도 다 울었다. 사장 입에서 저 말이 나오는 걸 듣기 위해 13년을 기다렸구나 싶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 21일 KTX 해고 승무원 복직 합의 보고대회가 끝난 뒤 김승하 KTX승무지부장이 기자의 물음에 답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21일 KTX 해고 승무원 복직 합의 보고대회가 끝난 뒤 김승하 KTX승무지부장이 기자의 물음에 답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자리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저희는 정리해고 복직 투쟁을 시작한 지 10년 됐다. 콜트콜텍은 12년이다. 가장 앞에서 정리해고 문제를 뚫고 나간 승무원지부를 보면서 큰 힘이 됐다”며 “좋은 결과를 안겨주셔서, 어렵지만 꿋꿋이 싸움해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KTX 문제해결 대책위’ 공동대표인 정수용 신부 역시 “쌍용차, 콜트콜텍, 삼성본관에서 직업병 문제로 농성하고 계시는 반올림 등 10년이 넘어가는 투쟁이 우리 사회에 많다”면서 “이 문제들도 빨리 해결되도록 많은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21일 KTX 해고 승무원 복직 합의 보고대회가 끝난 직후 승무원들은 농성천막을 철거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21일 KTX 해고 승무원 복직 합의 보고대회가 끝난 직후 승무원들은 농성천막을 철거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날 기자회견 후 승무원들은 농성 해단식을 열고 천막을 철거했다. 이들이 지난 5월24일 정부에 복직을 촉구하며 무기한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56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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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8-07-21 20:00:58
그대들의 투쟁은 이미 노동자들의 정신에 큰 힘이 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