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허위사실 적시로 반올림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한국경제와 문화일보에 수백만원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판결했다. 반올림은 언론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 4건에서 모두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심병직 판사는 지난 2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이 한국경제, 문화일보, 아시아경제 등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 2015년 9월9일 한국경제 보도.
▲ 2015년 9월9일 한국경제 보도.

법원은 한국경제 기사 4건, 문화일보 기사 2건에 한해 “독자가 (반올림에) 잘못된 인식을 가질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다”며 “공익을 위해 활동한다는 목적 하에 운영되는 원고(반올림)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에 따라 한국경제에 5백만원, 문화일보엔 2백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함께 제소된 아시아경제 보도에는 허위사실 적시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한국경제·문화일보가 반올림 때문에 삼성전자 산재 피해자 보상이 지연되는 것처럼 허위 보도했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 반올림, 피해자 간 협상이 진행되던 2015년, 반올림이 보상 방식을 두고 ‘공익법인 설립안’만 배타적으로 고집해 보상에 걸림돌이 됐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보도한 것을 허위보도로 봤다.

법원은 문화일보가 ‘반올림이 보상 논의를 먼저 하자는 피해자들에게 탈퇴를 요구해 결국 분열됐다’고 한 보도도 왜곡보도로 봤다. 문화일보는 2015년 10월12일자 “사과 요구 → 조정위 거부 → 권고안 수정요구…‘반대 쳇바퀴’ 8년” 기사에서 “반올림은 발병자와 가족 등 당사자 8명과 활동가로 구성돼 출발했으나 보상 논의를 먼저 하자는 당사자들에게 탈퇴를 요구해 결국 분열됐다”며 반올림이 피해자보다 자신의 목적을 우선한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법원은 “기사 작성자는 이 기사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명예훼손 성립을 인정했다.

▲ 반올림이 문제를 제기한 디지털데일리 기사 제목. 디자인=이우림 기자
▲ 반올림이 문제를 제기한 디지털데일리 기사 제목. 디자인=이우림 기자

반올림과 반올림 활동가는 앞서 3건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모두 승소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지난해 7월13일 1심에서 모욕 혐의가 인정돼 1000만 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뉴데일리경제는 지난해 11월2일 1심에서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가 모두 인정돼 1000만 원 배상판결을 받았다. 반올림 임자운 변호사는 문화일보에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지난 3월30일 승소해 5백만원 위자료를 받았다.

문제기사는 모두 2015년 8월에서 2016년 4월 사이에 집중됐다.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보상 협상 조정위원회가 조정권고안을 발표한 직후로, 반올림과 삼성전자의 갈등이 가장 격화된 때다. 조정위는 2015년 7월24일 삼성전자와 독립된 공익법인을 설립해 ‘보상’과 ‘재해예방대책’을 맡길 것을 권고했다. 반올림은 큰 틀에서 동의한 반면, 삼성전자는 공익법인 안을 반대했다.

삼성전자는 그러던 중 2015년 9월 반올림과 어떤 사전협의없이 자체 보상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삼성전자는 곧 자체 보상절차를 강행하며 반올림과 악화일로를 걸었다. 반올림은 그해 10월7일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해 지금까지 농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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