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으로 수학여행을 갔던 일본 조선학교 학생들의 기념품을 일본 세관이 압수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와 ‘몽당연필’등 일본 조선학교를 지원하는 220여개 단체와 개인 83명은 3일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가 제재를 구실로 제일동포 학생들의 인권을 유린했다”고 비판했다.

일본 고베조선고급학교 학생 62명은 2주 일정으로 중국 북경을 거쳐 평양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일본 간사이 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문제는 일본 세관이 북한에서 사온 기념품 뿐 아니라 학생들 물품을 압수하면서 발생했다.

▲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이 3일 오전 11시께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조선학교 수학여행 물풀 강제 압수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사진=권도현 대학생 기자
▲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이 3일 오전 11시께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조선학교 수학여행 물풀 강제 압수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사진=권도현 대학생 기자

일본 고베조선고급학교는 12년 교육 과정을 마친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북한 수학여행을 실시한다. 북한 수학여행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오래 꿈꿔왔던 하이라이트 같은 것”이라는 게 김명준 몽당연필 사무국 총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고베조선고급학교 학생들에게 이번 수학여행은 일본 세관의 압수로 인해 끔찍한 기억이 돼버렸다.

북한 수학여행에 대한 일본세관의 압수 행위는 1980년대부터 시작됐지만 교직원의 물품이 주 대상이었고 학생들 물품은 제외돼왔다.

일본 고급조선고급학교 학생 부모로부터 사건 소식을 들은 김명준 총장은 “2개조로 나누어 입국 심사 통과하는 과정에서 세관 직원이 이상하게 아이들에게 질문이 많았다. 특히 우리말로 문구가 새겨져 있는 물품과 북한 국기 모양이 새겨진 물품에 대해 계속 캐물었다”고 말했다.

김 총장에 따르면 일본 세관이 압수한 물품은 기념품으로 샀던 화장품을 포함해 학생이 소지한 필통과 노리개(한복), 쿠션, 일본에서 입고 간 옷가지와 북쪽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어 받은 체육복 등이다.

▲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이 3일 오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정부의 고베조선고급학교 수학여행물품 압수에 따른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사진=권도현 대학생 기자
▲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이 3일 오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정부의 고베조선고급학교 수학여행물품 압수에 따른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사진=권도현 대학생 기자

채희준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는 “대북제재는 금융거래를 부분에서만 금지하고 있지 일반 개인 소지품을 빼앗는 법은 어느 나라에도 없다. 위험한 물건이거나 관세 높은 농수산물이라면 압수가 된다”며 “빼앗은 물품은 쿠션, 방석, 필통 등 개인 소지품이다. 일본은 학생들 물건을 돌려주고 공개 사과해야 할 것이며, 책임자와 그 실무자가 처벌돼야 상황을 정리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 세관은 대북 제재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조선학교 지원 단체는 북일관계가 정상화되지 않은 가운데 일본 정부가 조선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차별정책을 펼치면서 드러난 사건으로 보고 있다.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도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조국방문’을 마치고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 학생의 반 정도가 북한 국기 등이 그려진 화장품 및 약 등의 기념품을 경제제재로 반입 금지된 수입품이라며 세관 직원에게 압수당했다. 압수품 중에는 친척이나 친구로부터의 선물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며 일본 세관이 학생들의 인권을 짓밟았다고 비난했다.

일본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오사카 세관 간사이공항세관지서는 “법령에 근거해 적절히 대응했다”며 일본 정부는 핵실험 등에 대한 제재조치로서 북한으로부터의 온 화물에 대해 경제산업상의 승인이 없는 한 수입을 금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학교 지원단체는 “(압수당한) 화장품, 필통, 비누 같은 것들은 위험품목도 아니었으며 현재 일본이 행하고 있는 독자제재를 통해 몰수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에도 어려운 것들”이라며 “일본 정부가 재일동포들에게 행하는 반인권적인 행위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정상화되지 않은 북일관계를 이유로 일본 내 모든 고등학교에 적용하는 고교무상화 제도에서 유독 조선학교만을 배제시켰으며 지자체의 보조금 지급까지도 중단하도록 종용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현재 오사카 조선학교 학생들도 북한 수학여행 중이라며 학생들이 귀국시 일본 정부의 압수 행위가 벌어진다면 일본 공항을 직접 찾아 항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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