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제작자, 세상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기자·제작자, 세상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토론회] ‘촛불, 언론운동의 방향을 틀다’, “언론인들, 인권·젠더·노동 감수성 부족”…“개표방송, 판세분석도 모두 남성출연자”

세상이 빠르게 변하지만 언론은 이 흐름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런 문제의식을 담아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촛불, 언론운동의 방향을 틀다’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언론, 특히 방송사가 소수자의 문제를 외면하고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게 참가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저널리즘의 문제’를 규정하는 방식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미디어를 비평할 때 저널리즘의 문제를 여전히 공정성·신뢰하락으로만 얘기한다”며 “소수자의 시각을 왜 저널리즘에 반영하지 않는가, 성평등 관점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KBS·MBC노조 파업은 방송의 공공성·독립성을 위한 시발점이라고 한다. 그러나 왜 사장이 교체된 시점에서도 주요 인권의제는 다루지 않는가”라며 “국가보안법·차별금지법 등 인권 문제를 다룰 때 방송정상화가 이뤄졌다고 체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작진의 감수성이 부족한 건 큰 문제다. 명숙 활동가는 “EBS 까칠남녀 은하선씨 하차 문제에서 보듯이 소수자 목소리를 반영하거나 제언을 꺼리는 현실은 사장 교체 이후에도 여전하다”며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의 세월호 희화화 논란)을 봐도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도 여전히 소수자를 혐오하고 방송사에서 여과 없이 이런 걸 내보내고 있어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 지난 17일 첫방송한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 진행자와 출연자들. 사진=KBS 화면 갈무리
▲ 지난 17일 첫방송한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 진행자와 출연자들. 사진=KBS 화면 갈무리

최근 KBS는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인 ‘저널리즘토크쇼J’를 만들었다. KBS가 과거를 반성하겠다고 만든 프로그램이다. 윤 소장은 “사회자를 제외하고 모두 패널이 남성이었다”고 지적했다. 윤 소장은 “선거 개표방송을 보면 MBC부터 종합편성채널까지 판세를 분석하는 사람, 출마한 (광역단체장)후보들도 다 남성이었다”며 “여성은 정치 분석 등에서 배제하고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 소장은 방송에서 주로 여성은 20대 출연자가 많고 남성은 40대 출연자가 많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는 “여성은 젊음, 외모을 중요하게 보고 남성은 경력을 중요하게 본다는 것”이라며 “예능에서도 여성은 한두번 평가로 출연이 판가름나지만 남성은 될 때까지 키워주고 가끔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소위 ‘자기 사단의 PD’를 통해 복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회가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프로그램은 자연스럽게 남성 중심으로 흘러간다. 윤 소장은 여성이 중심이 된 드라마로 JTBC ‘미스티’, KBS ‘마녀의 법정’ 등을 꼽았다. 윤 소장은 “그나마 마녀의 법정은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받아서 만들었다”며 “외부에서 돈을 주고 만들어 달라고 해야만 만들어줘야 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인들의 감수성은 젠더·노동 등 인권 전반에서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명숙 활동가는 “블랙하우스에서 정봉주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나 전참시 논란을 보면 시민들이 잘못됐다고 말해주지 않으면 제작진들은 그것이 잘못됐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따라서 “형식의 다양성은 있지만 내용이나 관점은 다양해지지 않는다”고 했다.

한 예로 KTX 해고 노동자 문제를 다룰 때 방송사들은 노사 입장을 반반씩 담는다. 김혜진 방송계갑질119 스태프는 “노동자는 보편적 요구를 가지고 싸우지만 약자의 모습으로 재생산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논쟁을 봐도 방송이 정부의 발표를 검증해야 하는데 고용이 줄었다는 보도자료만 인용 보도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혜진 스태프는 “노동을 사건으로만 접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심병원 문제 관련 수십건의 제보를 보면 부당노동행위도 있는데 우리 기억엔 선정적인 장기자랑 밖에 없다”며 “선정적인 장기자랑이 중요한 게 아니라 부당노동행위를 심층적으로 다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보자만 상처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방송이 노동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 자신에게도 있다. 김 스태프는 “비정규직을 방송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프리랜서 계약의 노동자성을 제기하지 않는다”며 “MBC는 (아나운서 등을) 계약해지일 뿐 해고가 아니라고 하지만 이는 계약직 노동자를 해고하는 모든 기업의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 MBC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방송 선택 2018’ 프로그램
▲ MBC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방송 선택 2018’ 프로그램

윤 소장은 “젠더 문제, 인권 문제를 다루려면 감수성, 개개인의 인권의식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래야 제작자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전제돼야 한다”며 “기자가 제작자가 세상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공부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조적인 해결책도 나왔다. 소수자 등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윤 소장은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의사결정에 여성들이 더 많이 들어가고 이를 위해 여성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 위계가 적고 참여가 공정한 일터를 만들어야 도태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쌓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스태프는 “프리랜서 등을 조직해 실질적 교섭을 가능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방송사가 변해야 사안을 바라보는 눈도 변할 것이란 주장이다.

방송사 내부 개혁으론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 스태프는 “방송사 개혁은 외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계 불공정 관련 정책이 나왔지만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프리랜서라는 것을 기초로 각종 안이 마련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좀 더 현실성 있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이어 “(방송통신위원회 등) 방송평가에 노동 평가가 있어야 하고,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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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2018-06-24 13:09:13
장슬기 기자 공부 많이 하고 인생 수련이 많이 필요합니다.제대로 되기 전에는 기사쓸 때 심사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