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1석을 추가 확보해 제1당 지위를 굳히면서 그동안 미진했던 개혁입법 처리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20대 전반기 국회에서는 자유한국당의 반대와 바른미래당 등 야당과 협치보다는 갈등 국면이 이어지면서 정부·여당이 공약했던 각종 개혁 법안도 국회에서 공전됐다.

긍정적 신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과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평화와 정의) 등 진보·개혁 세력이 협치 필요성을 강조한 점이다. 특히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20일 민주당에 ‘개혁입법연대’ 구성을 제안했다.

천 의원은 이날 오후 열린 민주평화당 국회의원-최고위원 워크숍에서 “하반기 원 구성에선 개혁 세력의 주도권을 확고히 하는 개혁 국회를 만들자”며 “국회 내 개혁 세력은 이제 국회의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위원장직과 함께 다수파를 점하게 돼 이를 실행해 개혁입법의 토대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천 의원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민이 집권 여당을 비롯한 개혁 세력을 국회의 다수파로 만들어줬다. 이제는 민주당도, 다른 개혁 야당도 더는 국회 상황을 핑계 대서는 안 되는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게 됐다. 만에 하나라도 집권 여당이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민주평화당은 그들과 상시 협력할 필요 없이 확실한 독자적 입장을 견지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회의장 임기가 끝난 정세균 의원의 복당으로 119석에서 재보궐 선거 승리로 11석이 늘어 의석수는 130석이 됐다. 여기에 범개혁·진보 진영인 ‘평화와 정의’(평화당 14석·정의당 6석), 민중당(1석)을 합하면 151석으로 국회 과반이 넘는다. 게다가 평화당에서 활동하는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의원 3명(박주현·이상돈·장정숙)과 무소속 손금주·이용호 의원도 뜻을 모을 수 있다.

평화당 호남 중진인 천정배 의원이 민주당에 ‘개혁입법연대’로 손을 내민 것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난항을 겪었던 개혁입법 과제에 평화당이 캐스팅보터(casting voter)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며 당세를 확장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평화당은 지방선거 이후 이뤄질 정계 개편에 대비해서도 현재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과거 국민의당에 함께 있었던 6명 의원(권은희·김관영·김동철·박주선·주승용·최도자)과 무소속 이용호·손금주 의원에게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아울러 평화당에서 활동하는 바른미래당 비례 의원 3명은 당 지도부에 적극 출당을 요구하고 있어 평화당의 존재감이 더욱 커질 수 있다.

▲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지만 바른미래당 소속 비례대표인 박주현(왼쪽)·이상돈·장정숙(오른쪽) 의원은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당 지도부에 출당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지만 바른미래당 소속 비례대표인 박주현(왼쪽)·이상돈·장정숙(오른쪽) 의원은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당 지도부에 출당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주현·이상돈·장정숙 바른미래당 비례 의원 3명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미래당은 일방적 보수 야합을 거부하고 평화당을 선택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3인을 풀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장정숙 의원은 평화당 대변인으로, 이상돈 의원은 민주평화정책연구원장으로, 박주현 의원은 정책공약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평화당의 선거 운동을 전폭 지원했다.

이들은 “우리는 바른미래당과 아무런 정치적 이념과 활동도 함께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평화당과 함께 하는 비례대표 3인에게 바른미래당이 호적 정리를 해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날 국회에 ‘비례대표 의원의 선택권 보장’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소속 정당의 10인 이상 또는 의석수의 3분의 1 이상이 탈당해 새로운 정당을 창당한 경우 비례대표 의원의 정당 선택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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