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총궐기 집회 주도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영훈)는 14일 오전 이 전 총장의 선고공판을 열고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일반도로교통방해 등 모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 양형은 국민 배심원단 평결과 같았다. 재판부는 이 전 총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 사건 재판을 국민 배심원단 7명의 평의를 듣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했다.

▲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국민 배심원단은 이 전 총장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으나 7명 중 6명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적절한 양형이라 판단했다. 실형을 주장한 배심원은 1명이었다.

재판부는 “당시 정부가 노동자, 시민 다수의 요구와 소통하는데 미흡했고 경찰에게도 일부 위법행위가 있었던 점, 지난해 촛불집회를 거치며 집회·시위문화가 성숙해진 점, 평화적 집회·시위에 대한 공감대와 신뢰가 높아진 점, 동일한 범죄 전력이나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요소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31일 헌법재판소가 경찰의 최루액 혼합 살수 진압에 대해 내린 헌법불합치 판결도 유리하게 적용됐다.

재판부는 또한 같은 날 헌재가 ‘국회 밖 100m 내 집회 금지’ 조항에 내린 헌법 불합치 판결도 피고인에 유리하게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장은 2015년 5월6일 공무원 연금개악 저지 투쟁 결의대회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밖 100m 이내에서 열어 집시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한편 재판부는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이 전 총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전 총장은 당시 경찰이 민중총궐기 집회·행진을 금지하고 경찰차를 법에 근거하지 않은 채 ‘질서유지선’으로 쓴 데다 최루액 혼합 살수를 한 것을 두고 위법한 공무집행이라 주장했다. 공무 자체가 위법이기에 자신의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배심원 만장일치로 유죄로 판결했다. 시위대응 과정에서 많은 참가자가 다치고, 심지어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하는 등 위법한 공무집행이 인정되지만 전체 공무집행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고 시위 참가자들은 정당방위 요건을 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1심 선고 후 “배심원과 재판부가 상식적 판결을 한 것으로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여전히 차벽과 물대포 살수 등 불법 공권력 행사에 대해 죄를 묻지 않고 공소사실 모두에 유죄판단을 한 것은 사법부가 여전히 기존 판결을 뒤집지 못한 것으로 촛불이 요구하고 기대하는 정의와 양심에 입각한 새로운 판결은 아니란 점에서 비판과 규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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