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전지적 참견시점’ 사태가 남긴 것들
MBC ‘전지적 참견시점’ 사태가 남긴 것들
[기자수첩] 전사적 ‘전참시 사태’ 해결 나섰던 MBC, 우왕좌왕 대응이 오히려 논란 키워

세월호 희화화 장면으로 홍역을 치른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이 오는 30일 약 8주 만에 방송을 재개한다. 그간 MBC는 외부 위원을 포함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문제 장면이 방송된 경위를 조사했고, 결과에 따라 문제 장면을 편집한 조연출, 프로그램 책임자인 담당 PD와 CP, 예능본부장을 징계했다. 징계 받은 제작진은 경질됐고 안수영 PD가 새로 연출을 맡았다.

지난 5월5일 전참시에는 희극인 이영자씨가 어묵을 먹다 남자를 소개해달라고 말한 장면 뒤에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 자막이 붙은 뉴스 속보 화면 3컷이 연달아 나왔다. 뒷배경과 기존 자막은 모자이크된 상태였으나 3컷 중 2컷이 세월호 속보로 드러났다. ‘어묵’은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비하하는 표현이다. 제작진이 일부러 세월호 참사를 조롱하려고 이런 화면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수면 위에 오른 뒤 전참시 제작진은 사과문을 냈다. MBC도, 최승호 사장도 사죄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 법률 대리인을 맡았던 외부 변호사와 함께 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일주일 동안 조사했고 결과는 간담회를 열어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대외 공개에 앞서 피해 당사자인 희생자 가족과 자사 노조(전국언론노조 MBC본부)와 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요컨대 문제 장면을 편집한 조연출은 세월호 장면임을 알았지만 ‘비하 의도’는 없었으며 PD와 CP는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될놈될 안될안’. ‘될 사람은 되고 안 될 사람은 안 된다’는 말을 줄인 표현이다. 전참시 사태 이후 기자와 만난 MBC 관계자들은 ‘안 풀리려니 별 일이 다 생긴다’면서 허탈하게 웃었다. 차라리 제작진 내부에 ‘일베’가 있었더라면 책임을 물을 대상이라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실제로는 정황상 고의성이 없다는 판단 덕분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최악의 제재를 피할 수 있었다.) 타사 기자들 중엔 “MBC이기에 더 욕먹는 부분도 있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할 수 있는 건 다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 서울 상암동 MBC 사옥.
▲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전참시 제작진은 방송일로부터 나흘 뒤인 5월9일 사과했다. 그러나 사흘 전 이미 문제를 알았다. 프로그램 홍보 대행 업체로부터 일부 시청자가 세월호 뉴스 사용을 지적했다고 전달 받은 제작진은 5월6일 오전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했고, 지적 받은 화면 한 컷을 삭제한 편집본을 다시 올렸다. 사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문제 화면이 확산되고 언론이 이를 기사화한 뒤에야 이뤄졌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도 이를 윤리적 감수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뒤늦은 사과문조차 결국 거짓말한 셈이 됐다. 당시 제작진은 문제 화면은 “자료 영상을 담당하는 직원으로부터 모자이크 상태로 제공 받았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뉴스라는 것을 알고 편집했지만 비하나 조롱의 의도가 없었다는 조사위 결과와 배치된다.

조사위는 어떤가. 우선 MBC 내부에서 조사범위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구색 맞추기 이상의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다. 실제 MBC 예능본부는 제작진이 사과문을 낸 뒤 자체 경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9일 작성된 관련 문건을 보면 영상 편집 담당자와 작업 경위 등의 내용이 지난달 16일 조사위가 밝힌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사위 발표가 이뤄지기 전 YTN은 관련 문건에 언급된 일부 내용을 자의로 구성해 오보를 퍼뜨리기도 했다. 애초에 MBC가 파악된 경위를 공개했다면 없었을 일이다.

최승호 사장은 MBC 전참시 제재 수위가 정해지기 전 방통심의위원회 위원들과 통화해 ‘외압’ 논란도 받았다. 물론 방통심의위원들은 최 사장 통화가 제재수위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결국 자유한국당 등 MBC에 비판적인 세력으로부터 공격 받을 빌미를 제공했다. 제재 수위가 이례적이거나 높으면 언론사 사장들이 전화하는 경우는 더러 있다고 한다. 방심위 징계 초안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MBC 안팎의 의견도 있다. 그러나 피해자와 시청자에게 사과한 뒤 직접 위원들에게 전화해 제재 관련 의견을 전한 일이 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다.

전참시 조사위가 기자 간담회를 열었던 지난달 16일, 간담회장 바로 아래층인 서울 상암동 MBC 1층 로비엔 단원고 희생자 가족들이 아이들을 그리며 쓴 편지를 전시하는 전시회가 열렸다. 최 사장과 함께 개장식에 참석한 희생자 가족들은 “피켓들고 항의하기 위해 찾았던 MBC에서 전시회를 열게 돼 뜻깊다”며 MBC에 감사를 전했다. 개장식을 준비하던 일부 가족들은 ‘MBC 파이팅’을 외쳤다. 이날 4·16가족협의회는 제2의 전참시 사태를 막기 위한 근본 대책 마련을 요구하면서도 “대책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한 진심어린 노력에는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MBC 한 관계자는 “애초에 당장 조사할 수 있는 것들을 공개하고, 조사가 필요하다면 외부 위원들에게 맡기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MBC가 조사위 구성을 선언한 뒤 한 일을 냉정히 평가하면 사실상 명분을 갖춰 줄 1명의 인물을 조사위에 포함시키고,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그 조사를 믿는다는 가족들의 목소리를 언론에 전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세월호 가족들이 MBC에 전하는 응원의 의미는 뭘까. 고생했으니 힘내라는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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