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폭행 사건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를 희화화해 논란을 일으켰던 윤서인 만화가가 피해 가족으로부터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피소됐다. 피해 가족은 논란 후 윤 작가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며 손해배상 청구도 함께 제기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는 1일 “조두순 사건 피해자와 가족은 5월31일부로 만화가 윤서인과 인터넷 신문사 미디어펜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명예훼손, 모욕죄로 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같은 날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 2월23일 윤서인 작가가 미디어펜에 연재한 문제의 한컷 만화.
▲ 2월23일 윤서인 작가가 미디어펜에 연재한 문제의 한컷 만화.

문제 만화는 지난 2월23일 윤 작가가 미디어펜에 연재하는 ‘미페툰’에 게시된 한 컷 만평이다. 윤 작가는 한 안경 쓴 남성이 ‘딸아~널 예전에 성폭행했던 조두숭 아저씨 놀러오셨다^^’라고 말하고 다른 남성이 ‘우리 OO이 많이 컸네♥ 인사 안 하고 뭐 하니?’라고 말하는 장면을 그렸다. 피해자는 이들 앞에서 벌벌 떨며 땀을 흘리고 있다.

만화가 공개된 즉시 조두순 사건을 희화화했다는 비판 여론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졌다.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가족을 우롱하는 윤서인을 처벌해주십시오’라는 국민청원에 24만2687명이 참여하자 청와대는 지난 3월23일 ‘예술의 자유는 지켜져야 하지만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할 경우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윤 작가는 논란 직후엔 사과글을 올렸으나 청와대가 답변을 내놓은 뒤 자신의 SNS에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라는 글을 게시했다. 윤 작가는 “내가 싫어하는 표현도 존재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라며 “이 나라에는 이미 표현의 자유는 없다”는 글을 남겼다.

▲ 3월23일 윤서인 작가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 3월23일 윤서인 작가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피해 가족을 지원하는 두 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 “성폭력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이 느끼는 두려움을 희화화하고,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만행이었다”며 “해당 한컷만화는 결코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윤 작가는 논란 당시 ‘(김영철을) 국민들에게 가장 보편적으로 인식되는 악인으로 비유해 국민적 경각심을 일으키고자 그린 만화였다’고 해명했다. 윤 작가는 문제 만화 아래에 ‘전쟁보다는 역시 평화가 최고’라는 문구를 적었다. 두 단체는 이에 “사회적 약자를 희화화하고 조롱하는 표현은 사회비판이 아니라 폭력일 뿐”이라고 적었다.

이들 단체는 “윤서인은 해당 한컷만화를 통해 피해자 아버지를 ‘웃으면서 딸에게 성폭력 가해자를 대면시키는 인물’로 악의적으로 묘사했다. 이로 인해 조두순 사건 이후 반성폭력 운동에 목소리를 높여 온 피해자 아버지의 명예는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두 단체는 “해당 한컷만화에서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를 묘사한 방식도 문제”라며 “윤서인이 묘사한 ‘조두숭’은 피해자를 ‘우리 OO이’라고 부르며 얼굴을 붉히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반면 피해자는 벌벌 떠는 뒷모습으로만 묘사돼 있다. 성폭력 가해자를 악마화하고 피해자를 나약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대상화하는 표현방식은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피해 가족과 지원 단체는 “수사재판기관은 성폭력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성폭력 2차 피해를 유발하는 표현행위를 엄정하게 수사하고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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