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앞 100m 집회금지 “과잉금지라 위헌” 헌재 만장일치
국회앞 100m 집회금지 “과잉금지라 위헌” 헌재 만장일치
“포괄적 금지는 기본권 침해, 질서유지 수단도 충분”… 남은 집회금지 구역, 외교기관·법원·총리공관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사당 100미터 이내에서의 집회·시위를 금지한 법 조항을 위헌이라 판단했다. 이제 이 조항은 국회가 개선입법을 내놓거나 아니면 2020년 1월1일부터 전면 효력을 잃는다.

헌재(재판장 이진성 재판관)는 31일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1조 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및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의 의견 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집시법 11조는 “누구든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한다. 11조 1호엔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가 포함된다. 헌재는 이 가운데 국회의사당에 한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 2017년 12월1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8차 촛불집회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탑승자를 의미하는 구명조끼를 입고 집회·시위 제한 구역으로 지정된 삼청동 총리공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민중의소리
▲ 2017년 12월1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8차 촛불집회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집회·시위 제한 구역으로 지정된 삼청동 총리공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민중의소리

헌재는 집시법 11조 1호를 “국회 헌법적 기능에 대한 보호 필요성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친 규제”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집회의 자유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기능을 강화하고 사회통합에도 기여하는 등 언론 출판의 자유와 더불어 대의제 민주국가의 필수적 구성요소”라며 “국회 보호 필요성은 원칙적으로 국회의원에 대한 물리적인 압력이나 위해를 가할 가능성 및 국회 시설에의 출입이나 안전에 위협을 가할 위험성으로부터의 보호로 한정돼야 한다”고 봤다.

헌재는 ‘국회의사당’이 지나치게 포괄적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국회의사당을 국회 본관뿐만 아니라 의원회관, 국회도서관 등 국회 기능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국회 부지 내 장소 전체로 해석할 수 있고 실제로 법원이나 검찰, 경찰 등 법집행기관에서는 이와 동일하게 해석하고 있다. 국회의사당으로의 출입과 무관한 지역 및 국회 부지로부터 도로로 분리되어 있거나 인근 공원 녹지까지도 집회금지장소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집회·시위 발생 시 질서유지를 위한 수단은 충분하다고 봤다. 집시법 5조는 집단 폭행, 방화 등이 명백히 예상되면 집회를 금지하고, 6조는 집회 주최자의 집회신고를 의무로 두고 있다. 8조는 공공 안녕질서에 명백히 위협이 가해진다고 판단되면 관할 경찰서장으로 하여금 집회금지 통고를 할 수 있게 했다.

헌재는 “위와 같은 수단들을 통해 국회의 헌법적 기능은 충분히 보호될 수 있으므로 단지 폭력·불법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심판대상조항(11조 1항)에 의한 일률적·절대적 옥외집회의 금지는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아가 헌재는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집회가 열린다고 국회 기능이 멈추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국민주권에 바탕을 둔 대의 민주주의를 충실히 실현하기 위해선 국회가 국민 목소리에서 벗어난 곳에 존재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현행법에 따르면 평화적이고 정당한 집회까지 전면 제한되기에, 헌재는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상충하는 법익간의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헌재는 국회를 비롯해 대통령 관저, 외교기관 등의 보호를 위한 집회금지는 합법이라 봤다. 이에 따라 헌재는 “합헌과 위헌이 공존하므로 제한 범위에 관해선 입법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 효력은 2019년 12월31일까지 유지하되 개선입법이 이전에 완료될 경우 해당 시점까지 효력이 유지되도록 한다”고 결정했다.

▲ 경찰은 2017년 3월1일 부산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열 예정이던 3.1평화대회를 불허했다. 해당 집회 금지 통고서ⓒ민중의소리
▲ 경찰은 2017년 3월1일 부산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열 예정이던 3.1평화대회를 불허했다. 해당 집회 금지 통고서ⓒ민중의소리

참여연대는 이와 관련 “그동안 누구보다 국민의 목소리, 특히 소외되기 쉬운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들어야 할 국회는 집시법 규정을 통해 이들의 목소리를 국회 100미터 밖으로 밀어내기 일쑤였다. 이번 결정에 따라 국회는 본연의 헌법적 기능과 국회의사당 인근 집회는 양립 가능하며, 오히려 ‘민의의 수렴’이라는 국회의 기능을 고려할 때 국회 인근 집회 보장을 통해 보다 충실하게 헌법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라 환영했다. 

11조에 따르면 법원, 헌법재판소,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공관 및 외교기관 등도 100미터 이내 집회금지 구역이다.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 가운데 국회, 국무총리 공관, 외교기관 인근 등을 삭제하고 청와대, 법원 앞 집회금지 구역을 100m에서 30m로 축소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참여연대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만큼 국회는 헌재 결정 취지에 부합하게 국회 앞에서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