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면 길이 된다
함께 가면 길이 된다
방송작가-대구MBC의 첫 단체협약의 의미

2017년 11월1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가 오랜 진통 끝에 탄생했다. 

2001년 8월26일 전국여성노조에서 방송사지부를 만들었다가 실패한 이후 16년 만의 일이었다. 당시 마산MBC등 지역방송사 13곳 150여 명의 작가와 진행자들은 △고용계약서 작성 △채용과 퇴직 기준 마련 △고료 현실화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단체교섭을 요청했지만 끝내 좌절됐다. 그 일로 방송작가들은 노동조건 개선을 포기하고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2017년 그 실패를 밑거름 삼아 언론노조에서 방송작가들이 다시 한 번 힘을 모았고, 전국의 지역방송사 작가들도 함께 동참했다. 올해 2월24일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가 출범했고, 3월30일에는 대전충청지회가 출범했다. 실패의 경험 때문이었는지 대부분의 지역 방송 작가들은 반신반의했다. 과연 노조 가입이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이냐는 의문이었다. ㅤ

▲ 대구MBC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5월18일 단체협약 체결식을 열고 ‘방송작가 원고료 지급 기준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명석 대구MBC 사장, 이미지 방송작가지부 지부장, 염정열 영남지회 지회장,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전국언론노동조합.
▲ 대구MBC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5월18일 단체협약 체결식을 열고 ‘방송작가 원고료 지급 기준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명석 대구MBC 사장, 이미지 방송작가지부 지부장, 염정열 영남지회 지회장,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는 그야말로 꿈의 직업이다. 2016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진로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방송작가는 여학생들이 희망하는 직업 중 15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대학에서, 아카데미에서 자신을 다듬으며 방송작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현실은 어떨까. 매일같이 출근하고, 늦게까지 야근을 해도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휴가, 상여금, 4대보험은 기대할 수도 없고 편집본이 나올 때 까지 밤낮없이 대기해야 한다. 아이템 선정에서부터 섭외, 촬영구성안 작성, 원고와 자막 작업까지 하는 일은 많지만 노동 강도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은 원고료로 하루하루를 버텨야 한다. 그마저도 편성이 미뤄지면 일을 하고도 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다시 한 번 바꿔보자는 마음으로 모여 작가들이 처음 외친 구호는 “화장실에서 울지 말고 노조 안에서 웃자”였다. 하지만 노동조합 활동을 한 번도 해 본적 없었던 작가들에게 ‘협상’이나‘교섭’과 같은 이야기는 낯설었다. 무엇부터 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을 때 언론노조 대구MBC지부에서 나서주었다. 지부는 우리에게 작가들이 원하는 요구안을 제작부장에게 전달하고, 이를 토대로 협상을 진행하라고 조언했다.

노동조합 아래 모인 작가들은 각자의 원고료를 공개하고 합리적인 원고료 기준을 만들어냈다. 회사와 몇 차례 협상을 했고 서로의 양보로 최종 합의안이 마련되었다. 문제는 문서로 약속하는 일이었다. 오랜 방송작가 경험에 미루어 봤을 때 구두 합의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일이었다. PD에게 사정을 해서 겨우 내 원고료를 올려놓고도, 후임 작가가 다시 낮은 원고료로 일하는 모습을 수 없이 목격했다. 그 때 언론노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주었고, 빠르게 협약식이 진행되었다. 앞선 경험을 갖고 있는 노동조합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또 실패를 경험했을 지도 모른다. ㅤ

이번 협약에서 원고료가 많이 오르지 않은 작가들도 있다. 그렇지만 별다른 기준 없이 운영되고 있었던 원고료 지급 기준이 회사의 규칙과 계약서에 반영됐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둔다. 여전히 다른 지역방송사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은 원고료이지만 매년 원고료 협상을 정례화하고 물가상승률에 따라 인상률을 협의하여 정하기로 한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적자를 이유로 지난 10년 간 원고료가 동결된 것을 생각하면 작가들의 원고료를 한 가정의 생계를 좌우하는 소중한 노동력의 대가로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ㅤ

무엇보다도 이번 협약은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작가들의 요구를 유연하게 받아준 대구MBC 박명석 사장의 결단과,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 준 언론노조 대구MBC지부의 노력이 함께 만들어 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수년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대구MBC도 했다.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한 마음은 함께 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에서 나온다. 다른 방송사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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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8-05-30 23:40:45
1퍼센트 정치검사/판사/언론인만 성공한다. 이 중에서도 정치계 입맥이나 꾸준한 청탁이 없으면 진급 불가능하다. 삼성 문자사건을 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가.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면, 그대도 결국은 약자가 된다. 기자와 작가들도 스스로 노동자라는 걸 명심하고, 약자에게 더 손을 내밀라. 약자가 뭉치지 않으면 열악한 노동환경을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