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정부 때 지상파 방송사들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UHD 전환에 현 경영진은 난색을 표했다.

정필모 KBS 부사장은 26일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정기학술대회 KBS 후원세션 ‘공영방송의 저널리즘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에서 “지금 재원으로는 UHD 전환이 힘들기 때문에 전환을 늦춰야 한다고 방송통신위원회에 전했다”고 말했다. 정필모 부사장은 이날 KBS 후원세션 방청석에 있었는데 즉석에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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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KBS에 BBC와 같은 전면적인 디지털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필모 부사장은 “지금 지상파 UHD 전환에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간다. 여기에 투자하면서 디지털 플랫폼 투자 자원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어 이 같은 투자를 희생하면서 UHD를 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 지상파 UHD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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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D는 HD보다 화질이 4배 선명한 방송 서비스를 말한다. 지난 정부 때 지상파와 정치권의 요구로 세계최초 지상파 UHD 전환이 추진됐다. 그러나 경영난에 처한 지상파 입장에서 매년 수백억씩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여기에 UHD TV보급이 원활하지 않고 가전사와 협의가 지지부진해 수신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서 지상파는 난처해졌다.


디지털 혁신을 위해 KBS 수신료 인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자 정필모 부사장은 “지금은 수신료를 인상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신뢰를 회복한 다음 논의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정필모 부사장은 “아직까지 확신을 갖고 플랜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KBS가 디지털에서 파워 플랫폼을 만들고, 강화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전략을 짜고 있다”면서 “다만 젊은세대에 맞게, 플랫폼 별로 특화시켜 대응전략을 짜다 보면 우리가 상업미디어와 무엇이 다른지 고민이 든다. 공영미디어로서 방향성 설정에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정필모 KBS 신임 부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 정필모 KBS 신임 부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정필모 부사장은 KBS 시청자위원회 구성도 바꾸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시청자위원회는 방송사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권한을 갖지 못한 데다 보수시민단체나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편파적인 위원 구성으로 여러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정 부사장은 “확정된 안은 아니지만, 흔히 말하는 잘나가는 단체들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을 생각이다. 10대의 참여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KBS가 지켜야 할 공정성 개념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정필모 부사장은 “경영진으로서 보도에 관여할 수 없다”며 기자이자 저널리즘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입장을 밝혔다. 그는 “KBS는 정보의 최종확인자 역할만 하면 된다. 그러면 공정성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며 “제작 측면에서 경영진이 지시하는 게 아니라 구성원들의 요구를 수렴하고 창의성을 발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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