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잔뜩 늘린 교육당국 책임은 회피
비정규직 잔뜩 늘린 교육당국 책임은 회피
[공공부문 정규직화 사각지대 ③] 비밀각서 강요, ‘15대4 협의체’ 불공정 논란… “20년차 강사도 제외, 전면 재검토 필요”

기간제 정규직 전환율이 11%에 불과해 ‘해고 심의기구’라고 비판 받았던 교육청 정규직화 논의기구가 이번엔 파견·용역노동자를 해고위기로 내몰고 있다. 비정규직에게 불리하게 구성된 논의기구가 대부분 고령인 비정규직의 특성마저 간과하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5년째 학교 야간당직 노동자로 일하는 김병수(78·가명)씨는 “서울지역 파견·용역노동자들이 자체조사를 한 결과 서울지역 평균 연령이 73세 정도 됐는데 현재 시·도 교육청은 정년을 60~65세로 정한다. 65살이 넘으면 3년 이내 해고되는 방향으로 얘기가 오고가 고령 노동자들이 막막해 한다”고 했다.

▲ 지난 5월18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교육부 및 교육청의 일방적인 정년 제한 방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공공운수노조
▲ 지난 5월18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교육부 및 교육청의 일방적인 정년 제한 방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공공운수노조

교육부·교육청은 지난 3월부터 간접고용 정규직화 협의를 시작했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이하 교육공무직본부)는 17개 시·도교육청 제시 자료를 살펴본 결과 “65세 정년 설정을 전국 공통안으로 제시하고 있고 80세 이상 노동자는 당장 내년 2월 말에, 75세 이상은 2020년에 종료되는 등 65세 초과자가 3년 이내에 사실상 해고되도록 정했다”고 밝혔다.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정년 초과자들은 직접 고용되지 않고 신규채용 방식을 거쳐 재고용된다. 교육공무직본부는 전북교육청, 경남·경북 교육청, 인천교육청 등이 ‘앉았다 일어서기’, 유연성 시험 등 체력검증을 실시한 뒤 기준 미달 시 자동 해고하는 방식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고령노동자들은 월급이 인상돼도 걱정한다. 젊은 세대에게 일자리가 넘어간다는 두려움이 있어 제대로 주장도 못한다. 이 와중에 일자리마저 불안정하게 바뀐다”고 말했다. 김씨는 평일엔 이틀에 한 번씩 오후 4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8시30분까지, 공휴일엔 24시간 일해 한 달 70~80만 원을 받는다. 

이들은 교육청이 고용안정 쪽으로 방향을 틀어주길 원한다. 교육공무직 본부는 “연령 차별 없이 모든 재직자에게 5년 이상 유예기간을 둬 고용안정을 보장해야 한다. 별도 절차 없이 교육감 직고용 전환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죽하면 회의실에 귀대고 엿들을까

논의 시작단계인데도 김씨가 두려워하는 이유는 논의방식 때문이다. 노·사·전문가 협의회가 교육청에 일방으로 유리하게 구성돼서다. 대구·대전지역 협의회는 위원 15명 중 4명이 노측 위원이다. 김씨는 교육청이 주도해 뽑은 전문가위원은 교육청 입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지역 협의회는 최근 교육청이 회의 내용 외부유출 금지에 서명을 강요해 파행됐다. 회의 비공개 원칙은 17개 시·도교육청의 공통 요구다.

노조 참관이 거부돼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가 회의장 밖에서 귀를 대고 엿듣는 일도 있었다. 문가람 교육공무직본부 조직국장은 “대전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 경북, 대전 등 여러 교육청들이 노조의 참관 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회의 안건을 사전 공지하지 않고 당일 배포한 뒤 당일 수거한다. 때문에 당사자들은 노조의 지원을 원하고 있다.

▲ 2017년 7월2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 중.
▲ 2017년 7월2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 중.

“20년차 강사가 정규직화 강변해도 교육청 입장 불변”

불공정한 구성은 기간제 정규직 전환을 먼저 논의한 지난해부터 논란이었다. 17개 시·도교육청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 구성위원 163명 중 비정규직 노조가 추천한 위원은 전체 12% 수준인 19명에 불과했다. 정규직 교원단체 16명(10%), 학부모 9명(6%)을 합한 25명(16%)보다 적었다. 

대부분 지역의 심의위는 10~20년 근속한 기간제 노동자도 정규직 대상에서 제외했다. 운동부 지도자 직군이 대표적이다. 운동부가 폐지될 수 있다는 게 전환 제외·유예 이유였다. 천안 모 초등학교 축구부 지도자 근속년수는 15년, 아산 모 초등학교 육상부 지도자는 20년차였다. 충남 서천 4개 학교 지도자의 근속년수는 평균 15년이다. 체육고교 운동부 지도자도 정규직 대상에서 일괄 제외됐다.

영어회화전문강사 2600여 명은 초·중등교육법에 기간 규정이 있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관련법 시행령 42조는 영어회화전문강사를 1년 단위로 채용하되 최대 4년까지 갱신하도록 정한다.

9년 차 영어회화전문강사 박수진(가명)씨는 “강사는 정규직 교사와 직무가 겹치는 직군도 아닌데 초등교육법이 기간을 정한다는 이유로 10년 넘게 일한 사람도 정규직이 못 됐다. 교육부·교육청이 수요를 조사해 전환배치도 할 수 있는데 노력도, 의지도 없이 결정했다”고 토로했다.

전환심의위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교육청 추천 공익위원 대부분이 노동법과 학교 현장에 무지했고 심지어 기간제법 주요 내용이 뭔지 논의 석상에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10~20년차 강사들이 답답한 마음에 참여해 상시·지속 업무를 맡고 있다고 강변해도 교육청, 공익위원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동산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기간제 정규직화를 논의한 1단계는 사실상 실패해 정규직화 원칙 하에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파견·용역노동자 정규직화를 논의하는 2단계에서는 정규직화 취지를 지킬 수 있게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심의가 진행 중인 제주지역을 제외하면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기간제 정규직화 비율은 대상 인원 8만5599명 중 9487명(11.0%)으로 추정된다. 교육부와 각 지역 교육청은 파견·용역노동자 2만3153명에 대한 무기계약직 전환 방식 협의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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