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大와 굳이 교류할 필요 있나” 서울대생들 시큰둥…총학서도 NO  (조선일보)

남북 평화 분위기 “서울대-김일성大 교류하자”…서울대생들 시큰둥 (중앙일보)

3월25일 서울대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에 ‘서울대와 김일성종합대학 교류 추진 위원회(가) 설치의 건’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각 단과대 학생회장들로 구성된 운영위(최대정족수 16명) 논의 결과 찬성 4표, 반대 3표, 기권 3표로 과반을 넘지 못해 안건은 부결됐다. 서울대-김일성대 교류가 이뤄진다면 대형 사건인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가 많았다.

그런데 정확히 한 달 뒤인 4월25일, 문화일보를 통해 이 사건은 뜬금없이 언론에 등장했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남북정상회담 전날인 4월26일자에서 이 사실을 전하며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학생들은 이념 문제에 시큰둥한 분위기다. ‘거대 담론보다는 눈앞에 닥친 취업과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 문화일보 4월25일자 지면.
▲ 문화일보 4월25일자 지면.
문화일보는 연세대생 이아무개씨의 발언을 인용해 “당장 취업·학자금 등 자기 삶 챙기기에도 바쁜 것이 대학생의 현실”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공대생 박아무개씨의 발언을 인용해 “당장 눈앞에 닥친 취업과 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보도했다. 두 신문은 “대학생들의 탈이념화가 드러났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김일성대 교류 행사에 실무진으로 참여하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4학년 홍정국 씨는 보도가 악의적이라고 말했다. 홍 씨는 당시 안건이 부결된 건 “상당히 규모 있고 파급력이 큰 사업이라 각 단대 학생회 및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적인 이유였다”고 전한 뒤 “대부분의 총학생회 운영위원 분들께서 사업의 취지에 많은 공감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일보는 ‘서울대-김일성종합대 교류사업을 준비해나갈 학우를 모집한다’는 포스터를 본 학생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지만, 홍 씨는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중간고사 기간인 4월 10~26일 사이 교류단을 모집했는데 실무진 참여 신청만 100명을 넘겼다는 게 홍씨 설명이다. 홍씨를 비롯한 교류단은 보수신문의 보도가 민간 교류를 위한 서울대생들의 활동에 훼방을 놓고 피해를 줬다고 했다.

홍씨는 “앞으로 일반 참가자를 신청하면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이라며 조선일보 기사를 가리켜 “학우들의 호응이 큰 사업을 일체의 당사자 확인 과정 없이 학내 커뮤니티 댓글 1~2개와 익명의 학우 코멘트 1개로 폄하한 것은 조선일보 특유의 냉전 대결 기사이자 통일 및 남북관계 개선 반대 기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씨는 한 달 전 사건을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보도한 것도 “정상회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두 보수신문이 교류단을 두고 “NL계열의 운동권 단체”라고 명명한 것도 “교류사업과 상관없는 부분을 의도적으로 강조해 부정적 여론을 만들려고 했다”고 비판했다.

▲ 서울대-김일성종합대 교류사업 포스터 일부.
▲ 서울대-김일성종합대 교류사업 포스터 일부.
교류단은 5월 중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에 서울대-김일성종합대 교류 재논의를 요청한다. 홍 씨는 “악의적 왜곡으로 서울대 학생들을 평화와 통일에 관심 없는 사람들로 폄훼하는가 하면, 뜬금없는 전문가 인터뷰를 동원해 청년실업과 통일을 대립시키는 잘못된 프레임을 설정하는 조선일보의 보도는 꼭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대신문 기자인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유제니 씨는 “요즘 수업시간에 남북관계나 통일이 발표주제로 자주 올라오고 학생들도 통일에 관심이 많아졌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야기들이 늘고 있다"고 학내 분위기를 전했다. 보수신문은 대학생들의 탈이념화를 강조했지만, 사실과 다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서울대-김일성종합대학 교류사업 준비단은 5월 중 통일부의 방북 승인이 떨어지면 김일성종합대학 학생위원회에 제안서를 발송하고 교류단을 모집한 뒤 오는 8월 3박4일 일정으로 평양에 방문, 김일성종합대학 견학 및 일본 문제 토론회 등의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서울대에서 서울대-김일성종합대 교류 논의는 1988년 이후 30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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