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의 한 구청장이 현장 학습용으로 기르던 동물사육장 개를 잡아먹었다는 의혹이 TV조선 보도로 불거졌다. 이에 동물보호단체가 해당 구청을 찾아가 항의 기자회견을 하자 구청은 “구청장과 직원들은 개고기를 먹지 않았다”며 보도 내용을 완강히 부인했다.

TV조선은 25일 “아이들 체험학습용 닭·개 잡아먹은 황당한 구청”이란 제목의 리포트에서 “서울의 한 구청에서 다소 엽기적인 일이 벌어졌다”며 “서울의 한 구청이 5년 전부터 운영 중인 동물사육장에서 기르던 동물을 시설 관리자들이 잡아먹었고, 심지어 구청장까지 개고기 만찬에 참석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에 동물권단체 케어(CARE)는 해당 구청이 영등포구청임을 확인하고 26일 영등포구청 앞에서 조길형 구청장 등의 ‘개고기 만찬’ 의혹과 관련해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은 민영통신사 뉴스1 기자가 취재한 후 “영등포구청 어린이용 동물사육장, 알고보니 어른용 가축농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케어 측 관계자의 기자회견 발언 내용과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재민 정의당 영등포구청장 후보가 조 구청장의 책임을 묻는 주장을 전한 기사였다.

▲ 지난 25일 TV조선은 ‘뉴스9’ 리포트 갈무리.
▲ 지난 25일 TV조선은 ‘뉴스9’ 리포트 갈무리.
하지만 이 기사는 이날 저녁 삭제됐다. 대신 아시아경제 등 다른 언론을 통해 TV조선 보도와 케어 측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하는 내용의 기사가 올라왔다. 미디어오늘이 구청과 해당 기사를 쓴 뉴스1, 케어 측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구청 홍보담당자들이 뉴스1 기사와 케어가 운영하는 공식 페이스북 글을 내려달라고 계속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케어 측 관계자는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는 어느 구청이라 밝히지도 않았는데도 구청 홍보담당자는 우리가 TV조선 기사 링크를 올리면서 구청장이 잡아먹은 것처럼 단정하고 이 동물들을 구조할 거라고 한 게 기분 나쁘다고 했다”며 “구청장이 직접 재발 방지를 약속하긴 했지만 구청에서 입양했다는 개 두 마리의 사진이 실제 입양된 개 사진과 달랐고, 다른 동물들 인계도 계속 시간을 끌고 안 주려 하니까 우리가 다음날 찾아가서 받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청 관계자는 구청장이 개고기 만찬에 참석했다는 TV조선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구청을 음해하기 위한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30일 “TV조선 기자에게 정정·반론보도 요청을 했고 구청의 해명을 담아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기사가 수정되지 않았다”며 “우리의 해명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향후 대응을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다른 관계자는 “TV조선이 4년 전에 있던 일을 제기한 것은 3선에 도전한 더불어민주당 유력 구청장 후보에 대한 정치공작일 수도 있지만, 구청의 해명이 너무 미숙했고 빨리 덮으려는 느낌이었다”며 “구청 홍보팀이 언론사에 음해성이라며 기사를 내려달라고 얘기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뉴스1 관계자도 영등포구청 홍보 담당자 3명이 26일 저녁 회사로 찾아와 적극적으로 해명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처음 나간 기사 내용에 구청 쪽 입장이 없었고, 다른 후보 진영에 있는 이해관계자가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청을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시기에 편파적인 기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기사 삭제 이유를 밝혔다.

뉴스1 측은 구청 측 반론을 보장하는 식으로 기사를 수정하기에는 ‘구청장이 개를 잡아먹었는지’ 여부가 핵심이어서 이를 확신할 수 없는 이상 구청장 후보에 대한 기사로 문제가 생기면 언론사가 져야 할 도의적 책임이 너무 컸다고 토로했다.

뉴스1 관계자는 “일방적인 기자회견이었고 구청 측 설명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어 우리 입장에서도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었다”며 “내부적으로 고민한 결과 한 사람의 정치적 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문제고, 우리가 일방의 편을 들 의도는 전혀 없기 때문에 기사를 쓴 기자에게도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는 “뉴스1 보도는 영등포구가 특정됐고 검증된 사실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한쪽 단체의 보도자료로 기사를 쓰는 건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찾아가 항의했다”며 “뉴스1 쪽에서도 해명 내용을 보고 합당하다고 판단해 기사를 내린 거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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