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남북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전부터 남측과 북측의 사진기자들의 취재열기는 뜨거웠다. 이들은 함께 취재를 하며 서로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등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판문점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이들은 오전 7시45분경 남북정상회담 시작을 기다리며 담소를 나눴다. 남측 기자가 북측 기자에게 “북측 분위기는 어떠냐”고 묻자, 북측 기자는 “남북 인민들의 감격스러운 마음은 모두 다 똑같을 것”이라며 “더구나 2000년, 2007년 이후 11년 만에 북남 수뇌가 회동하시는 것 아니냐. 큰 기대를 갖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남측 기자가 북측 기자에게 “리설주 여사가 오시냐”는 질문을 하자 북측 기자는 대답은 않고 “김정숙 여사는 오십니까?”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이어서 남측 기자가 “우리 측 언론과 뉴스를 접할 수 있는냐”고 묻자 북측 기자는 “인터넷으로 남측 언론 뉴스 볼 수 있다”고 답했다.

▲ 27일 일산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생중계되는 남북정상회담 화면. 북측 사진기자가 '기자'라고 써있는 빨간색 띠를 두르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27일 일산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생중계되는 남북정상회담 화면. 북측 사진기자가 '기자'라고 써있는 빨간색 띠를 두르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판문점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8시30분에는 판문점 평화의집 옥상에서 북측 사진기자와 남측 사진기자 간의 자리 조정도 있었다. 북측 사진기자가 남측 사진기자가 자리를 잡은 평화의집 옥상 난간 옆에 오려고 하자, 남측 사진기자가 “그쪽에 서면 화면을 가려서 안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북측 사진기자는 “이 자리에서 꼭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북측 사진기자는 카메라 화면을 가리지 않는 선에서 자리를 조율했다. 남측 사진기자는 “이 영상이 생중계 돼서 전 세계에 나가기 때문에 화면을 가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날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과 영상을 근접해서 찍은 북측 기자들은 2명, 남측 기자(청와대 전속)들도 2명이었다. 북측 취재진은 팔에 ‘기자’라고 써진 빨간색 띠를 두르고 있었다.

▲ 27일 일산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생중계되는 남북정상회담 화면. 북측 사진기자가 '기자'라고 써있는 빨간색 띠를 두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27일 일산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생중계되는 남북정상회담 화면. 북측 사진기자가 '기자'라고 써있는 빨간색 띠를 두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북측 사진 및 영상 기자들은 남북 정상들이 도착 전 대기 시간에 남측 취재진에 남북 정상의 동선을 질문했다. 남측 취재진이 경호원에게 “정상들의 동선을 알려줘도 되냐”고 물었고, 경호원이 북측 취재진 향해 “(동선을) 모르고 오셨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들은 서로 취재장비에 대해서 묻기도 했다. 남측 사진 기자가 “긴 사다리에 바퀴가 달려있어서 이동하기 편해 보이던데 어디에서 샀냐”며 “부럽다. 우리는 사다리를 들고 다녀야 하는데”라고 북측 사진 기자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에 북측 사진기자는 사다리에 대한 대답은 하지않고 남측 사진 기자에게 카메라가 무슨 종류인지, 망원렌즈의 종류가 몇mm인지 물었다고 한다.

이날 9시25분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자유의집에서 걸어 나오면서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되자 남측 기자와 북측 기자들의 잦은 자리이동으로 생중계 화면에 북측 사진기자의 등만 화면에 가득차게 보이는 등 화면이 가려지는 일도 있었다. 

북측 사진기자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진을 찍은 뒤, 국무위원장에게 머리를 숙이고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 뿐 아니라 북에서 온 수행원들의 행동도 관심사다. 최고 지도자의 수행을 돕는 이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에겐 낯선 행동으로 보이기도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9시30분 군사분계선을 넘어 의장대 사열을 받고 정상회담 장소인 평화의 집에 들어서기 전 북측 수행원은 폭발물이나 도청장치가 있는지 확인했다고 한다.

판문점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오전 9시23분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의 집을 나서 군사분계선을 이동했을 때, 북측 수행원 2명은 평화의집 1층으로 들어왔다. 이들 중 한명은 검은색 가방에서 장비를 꺼내고 김정은 위원장이 앉아서 서명하는 의자와 책상을 훑기 시작했다. 이에 우리 측 경호원이 어떤 행동이냐고 물어보자 "폭발물이나 도청장치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 수행원 2명은 또한 김정은 위원장이 앉게 될 서명대 책상과 의자를 향해 준비해온 분무기로 소독하고 흰색 천으로 닦는 모습도 보였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쓴 방명록 서명. 사진제공=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쓴 방명록 서명. 사진제공=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북측 수행원이 우리 측이 준비한 펜도 소독했지만 정작 김정은 위원장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건넨 펜을 사용해 방명록을 작성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 김정은 2018. 4. 27”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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