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조연출 시절 4명이서 지방촬영을 갔는데 방을 2개 잡고는 메인 선배가 자신과 방을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서브선배와 카메라감독은 총각이라서 안 되고 본인은 유부남이라서 위험하지 않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습니다. 결국 메인 선배와 방을 같이 쓰게 되었습니다. 침대가 반대방향에 있는 트윈 룸이긴 했으나 메인 선배는 삼각팬티만 입고 돌아다녔고, 급기야 삼각팬티만 입은 채로 본인의 등을 긁어달라고 했습니다.
사례 2. 회식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선배 PD가 같은 방향이니까 같이 택시를 타고 가자고 했습니다. 제가 많이 취했을 거라 생각하고 자라고 한 뒤 엉덩이와 허벅지를 만졌습니다. 당시 이제 막 고용된 조연출이었던 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 일단 계속 자는 척을 하다가 목적지에서 부랴부랴 내렸는데 그 PD가 집까지 바래다준다고 절 붙잡더니 골목길 같은 데에서 어깨, 허리를 만지고 뒤에서 가슴을 움켜쥐었습니다.
사례 3. 나쁜 새끼. 처음에는 껴안고선 제가 뿌리치려고 하자 아빠라고 생각하고 안아보라고 하셔서 저는 PD님 왜 이러시냐며 뿌리치려고 했지만 그 이후에도 여러 번 껴안은 후에 제가 자꾸 탁자 밑에 숨고 도망치려고 하자 저 보고 연기 오디션 관련한 새로운 프로그램 준비 중인데 너도 하고 싶냐고 해서 제가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출연자로 참여해보고 싶다고 웃으면서 얘기 했더니 너는 키가 작아서 OO자세가 안 되서 안 된다고 했습니다. … 8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이 나네요.
성폭력 피해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89.7%(200명)였으며 그 유형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70.4%)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57.8%)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하는 행위(49.3%)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성폭력 행위자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7%가 방송사 소속 임직원을 꼽았다. 이어 방송제작사 소속이거나 계약관계를 맺은 임직원이 35.7%로 뒤를 이었다. 가해자의 94.9%는 남성이었다.
성폭력 발생장소는 회식장소(44.7%)가 가장 높았으며 개방된 제작현장(24.1%)이 뒤를 이었다. 성폭력 대처의 경우 194명의 응답자 가운데 ‘참고 넘어감’이란 응답이 80.4%로 가장 높았다. 성폭력 행위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개인적 처리는 5.2%에 불과했다. 참고 넘어간 이유(복수응답)는 △고용형태 상 열악한 위치 때문(57.7%) △문제제기해도 해결 될 것 같지 않아서(55.8%) △소문 평판 등에 대한 두려움(44.2%) 순으로 나타났다.
방송제작현장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는 원인(복수응답)으로는 ‘성폭력 행위자와의 권력관계 때문’이라는 응답이 79.4%로 가장 높았다. ‘성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조직문화 때문’이란 응답 또한 78.5%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피해자들이 성폭력을 권력관계에 따른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응답자의 80.2%(178명)는 자신의 직종을 작가라고 밝혔다. 연출(PD, AD, FD, VJ)은 17.1%(38명), 기자는 1명(0.5%)에 불과했다.
이번 설문의 응답자 중 30대라는 응답은 53.8%, 20대라는 응답은 39.5%였다. 지상파 프로그램 담당은 49.3%, 종합편성채널 담당은 22.9%, 케이블채널 담당은 13.9%였다. 응답자의 45.7%는 방송사 자체제작 프로그램을, 54.3%는 외주(독립)제작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었다. 고용형태의 경우 프리랜서가 83.3%로 가장 많았다. 방송사에서 가장 열악한 위치에 있는 이들은, 젊은 프리랜서 여성 작가다.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의 93.7%는 여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