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약한 근거로 의혹을 부풀리는 위험한 수법을 TV조선이 실행에 옮겼다. 여권의 유력한 경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보다 신중한 보도가 요구됐지만 TV조선은 단정적 표현으로 공격의 날을 세웠다.

TV조선이 최근 뉴스7을 통해 “경찰은 ‘댓글 공작팀’의 주범과 수백 건의 문자를 주고받은 여권 인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김경수 의원이라고 확인했다”며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된, ‘드루킹’) 김씨의 스마트폰에서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수 백건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뉴스에 주목할 부분은 “…주범과 수 백건의 문자를 주고받은…” 이어서 다시 “…수 백건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는 표현이다. 마치 김 의원이 주범과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댓글조작 배후라도 되는 것처럼 묘사한 부분이다. 내용을 잘 모르는 일반 시청자들이 TV조선을 보면 댓글배후에 김 의원이 연루된 것처럼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TV조선은 사정 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 “김 씨가 김 의원과 연락할 때 문자든 전화든 텔레그램만을 이용했다”며 “보안에 극도로 신경 쓴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이쯤 되면 김 의원은 주범과 공범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방송은 또한 “경찰이 확보한 디지털 증거자료 가운데는 SNS 활동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 지난 4월14일 TV조선 ‘뉴스7’ 뉴스 갈무리.
▲ 지난 4월14일 TV조선 ‘뉴스7’ 뉴스 갈무리.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표현, SNS 활동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뉴스보도는 과연 맞는 것일까. 일단 당사자는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TV조선의 보도가 악의적 명예훼손이라며 법적 대응할 것을 밝혔다.

야당은 모처럼 호재를 만난 듯 즉각 논평과 함께 심지어 특검주장까지 하고 나섰다. 과거 국가공조직이 댓글조작에 나섰을 때, 선거에 개입하며 민심을 왜곡하여 선거법을 위반했을 때도 이렇게 요란스럽게 떠들었던가. 과거 댓글공작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이명박 박근혜 시대 댓글공작은 국정원, 국방부 등 엄정중립이 요구되는 국가공조직이 조직적으로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이다. 이번에 드러난 김모씨(필명 드루킹)의 댓글공작은 일단 민간인 신분으로 ‘무리한 인사청탁을 시도했다가 뜻이 관철되지않자 댓글 비난에 나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어느 경우든 위법성이 있으면 엄벌에 처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TV조선이 간과하며 의혹을 부풀리는 보도를 한 데는 적어도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이 사건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수사를 의뢰한 사건이라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비난성 댓글에 대해 피해를 보는 입장에서 고발한 사건에 김 의원이 그 배후라도 되는양 보도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않는다. 합리적 의심이 갈 때는 더욱 신중한 보도를 해야하는데, 댓글조작과 김 의원 나아가 문대통령의 복심으로 키워가며 현정부공격으로 키우려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두 번째는 사실관계의 왜곡이다. 김 의원은 ‘문자를 주고받거나 SNS 활동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는데, 그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최소한 반론권을 보장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않았다. 의례적인 인사외에 일방적으로 문자를 받았다는 김 의원의 주장이 맞다면 ‘주고받았다’ ‘논의했다’는 표현은 사실의 왜곡에 해당한다. TV조선은 보도내용처럼 김 의원이 드루킹과 ‘주고받은 문자’ ‘논의했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못하면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쉽지않을 것이다.

▲ 지난 4월2일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경남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지난 4월2일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경남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김 의원이 밝힌 ‘드루킹’과의 관계는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대선 경선 전에 문재인 후보를 돕겠다고 연락을 하고 찾아온 사람이라는데 당시는 그런 식으로 문재인 후보를 돕겠다고 연락해온 많은 지지그룹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비판보도를 하려면 반드시 상대에게 반론을 충분히 할애해야 한다는 것은 언론중재법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김 의원은 현재 지방선거 후보출마자의 신분이다. 그를 검증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이자 고유역할이지만 어느 경우든 사실에 충실해야 하고 또한 공정해야 한다. TV조선은 아직은 드러나지않은 수사중의 빈약한 사실을 바탕으로 그의 후보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했다.

선거철에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될 정도로 특별히 신중하고 공정한 보도를 요구하지만 TV조선의 보도는 과연 이런 기준과 정신에 철저했는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유권자의 합리적 판단이 아닌 특정 언론사의 부실하고도 불공정한 보도 때문에 후보자의 지지 혹은 반대가 확산된다면 이 또한 여론왜곡이다. TV조선은 선거방송법과 공정성 규정을 다시 한번 보기를 바란다. 방송통신심의위는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방송계의 공정한 방송 질서를 바로 잡기를 기대한다.

무책임 방송보도의 남발에 존재감없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위원회의 역할도 공론화돼야 할 것 같다. 방송피해자들이 최후의 수단인 법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은 방통위의 역할과 위상에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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