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이사회 예산 집행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5일 서울행정법원 제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언론인권센터가 지난해 7월 KBS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언론인권센터(이사장 류한호)는 지난해 1월 KBS에 2015~2016년도 이사회 의사록(참석자·안건·의결과정 등)과 이사회 운영 예산 집행내역(회의비, 판공비, 활동비 등)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그러나 KBS는 비공개된 이사회 의사록·속기록은 인사관리 또는 경영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고, 이사회 업무추진비 관련 자료가 공개될 경우 이사진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비공개했다.

재판부는 KBS 이사회의 예산 집행내역 공개가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거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KBS가 정보공개법 상 어느 조항을 근거로 예산 집행내역을 비공개했는지 특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KBS 이사들이 공영방송 임원으로서 제대로 활동하고 있고 그에 걸맞은 활동비를 지급 받고 있는지 국민이 알아야 한다”며 KBS 측이 판결에 따라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 사무처장은 지난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KBS 일부 이사들의 법인카드 사적 사용 사례를 언급하며 “KBS 이사회 예산은 어떻게 사용되는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구조이다. 그 중 하나가 법인카드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지난 3일 2017년 KBS 이사회 예산 집행 내역에 대해서도 정보공개 청구를 해둔 상태다.

다만 재판부는 이사회 회의록 및 속기록의 경우 ‘이사회 회의 공개 규칙 개정(안)’을 논의한 855차 이사회 일부 정보를 제외하고는 비공개가 적법하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회의 내용이 공개될 경우 (이사들이) 심리적 부담으로 자유로운 토의, 공정한 심의·의결에 방해 받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며 “이사들 발언이 정치적 의미로 재해석됨으로써 이사들이 비난이나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비공개가 적법하다고 판단된 이사회 안건 내용은 △KBS사장 후보 선출 관련(827·831차) △고대영 당시 KBS 사장 선임에 대한 청와대 개입 의혹에 대한 규명(833차) △특정 기자 인사 발령에 대한 시정(854차)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보도와 관련한 공정보도 촉구 결의(860차) 등이다.

윤여진 사무처장은 “2015~2016년은 KBS가 대단히 망가졌던 시기”라며 “이사들이 정치적 성향과 관련해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은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정치적 활동을 위해 이사회에 들어갔다고 인정해주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KBS 이사회 사무국은 1심 판결에 대한 검토를 마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이사회 예산집행내역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 역시 항소 여부를 고려해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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