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외유성 출장을 부인하고 나섰지만 해명이 석연치 않다고 언론이 입을 모았다. 보수언론은 한미연구소 논란을 적극적으로 쟁점화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블랙리스트’로 규정했다. 전 대통령 박근혜씨의 항소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항소심의 최대 쟁점은 삼성 뇌물이다. 

김기식 금감원장 외유성 출장 의혹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해외 출장이 논란이 되고 있다. 19대 국회의원 시절 금융기관 등 피감기관 예산으로 세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문제가 됐다.

김 원장이 국회 정무위원으로 재직하던 2014년, 2015년 각각 한국거래소와 우리은행,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예산으로 우즈베키스탄, 중국, 인도, 미국, 유럽 출장을 다녀온 것이 ‘외유’라는 의혹이다.

김 원장은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사과하면서도 이들 출장이 모두 공익적 목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9일 한겨레 기사.
▲ 9일 한겨레 기사.

그러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예산으로 다녀온 미국, 유럽 출장은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출장보고서에 “(유럽사무소 신설) 국회 결산 심사를 앞두고 의견을 김 의원에게 전달하는 게 출장의 주목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유가 분명하다는 게 자유한국당의 주장이다.

중앙일보는 김기식 원장이 당시 출장을 다녀온 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관련한 입장이 바뀌었다는 점을 보도하며 의혹을 증폭시켰다. 물론 김 원장은 해명자료를 통해 “현장점검 이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추진했던 유럽사무소 신설에 대해 준비 부족이라고 판단해 유럽사무소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는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히면서도 김기식 의원이 요구해 그 다음해 예산편성에 우선 반영되도록 하는 ‘예산안 부대의견’에 들어간 점이 “중요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실제 관련 예산은 이듬해 ‘유럽현지 모니터링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현실화됐다.

해명과 별개로 출장 자체가 김기식 원장의 기존 입장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향신문은 “김 원장은 의원 시절 기업의 지원을 받는 공공기관 직원의 해외출장에 ‘로비나 접대의 성격이 짙어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지적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진보·보수신문 일제히 “부적절 해외출장 맞다”

이날 아침신문들은 일제히 김기식 금감원장의 출장이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김 원장이 시민운동가 출신으로서 개혁의 동력이 될 도덕성이라는 근간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면서 “김 원장은 자진사퇴로 결자해지 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역시 “인사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청와대가 혹시 금감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라고 안이하게 검증한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면서 “김 원장을 재검증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한겨레 역시 “김 원장은 이 흠결이 재벌개혁 추진에 걸림돌이 되지 않으리란 점을 국민에게 납득시키길 바란다”면서 “결국 판단은 국민이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연구소 논란, ‘워싱턴 블랙리스트’ 규정한 조선일보

보수신문들은 ‘연구소 외압 논란’을 적극적으로 쟁점화했다. 앞서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에 대한 20억 원 예산 지원 중단 결정과 소장 교체 요구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는 의혹을 부인했다. 청와대는 한미연구소의 사업보고서가 부실했다고 밝히며 “그렇게 돈(예산 20억원)을 투입하면서 투명성 실적이 부진한데도 거기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 9일 조선일보 기사.
▲ 9일 조선일보 기사.

조선일보는 관련 소식을 1면에 배치했다. 조선은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발칵 뒤집혔다”면서 “한국의 진보정부가 미국의 대북 정책 토론을 검열하려 한다”는 미 대북제재 전문가 조슈아 스탠던 변호사 등 미국측 인사의 비판 발언을 전했다. 기사에는 ‘블랙리스트’ ‘쇼크’ ‘워싱턴이 발칵’ 등 강한 표현들이 담겼다. 또한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다음 정권 때 블랙리스트 수사는 국경을 넘나들며 이뤄져야 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전영기의 시시각각’을 통해 의혹의 중심에 선 홍일표 행정관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중앙은 “(외압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사실로 판명날 경우 홍일표는 헌법 위반에 형법상 강요, 권력남용죄 혐의를 피할 수 없다”면서 “참모가 대통령을 수치스럽게 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외유성 출장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김기식 금감원장이 이번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식의 기사를 내보냈다. 제목은 “김기식, 3년전 미 출장 때 ‘북핵 연구 치우쳐’ 소장 교체 요구”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2015년 5월 구 소장을 직접 만난 직후 ‘소장 임기는 3년으로 세 번 이상 재임할 수 없다는 내용을 연구소 정관에 명시하라”고 요구한 사실을 보도한 것이다. 정부측 인사가 과거에도 비슷한 주장을 한 점을 언급하며 외압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보도인데 정작 당시 김기식 의원이 야당 의원으로서 인사 권한과 거리가 멀다는 점은 기사에 부각되지 않았다.

박근혜 재판, 앞으로 어떻게 되나

이날 아침신문들은 지난 6일 선고된 전 대통령 박근혜씨에 대한 1심 재판 이후의 전망을 분석해 보도했다.

가장 주목받는 건 항소 여부다. 언론은 전 대통령 박근혜씨가 항소를 결정할지에 대해 분명한 전망을 내놓지는 못했다. 한국일보는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권력형 비리로는 역대 최장기형을 선고받은 만큼 불복 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상황을 선뜻 예상하기 어렵다고 보면서도 재판 보이콧을 법정에서 직접 선언한 사정에 비춰 그 가능성이 없진 않다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 9일 한국일보 기사.
▲ 9일 한국일보 기사.

검찰이 항소를 제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겨레는 “박 전 대통령이 항소를 포기하더라도 검찰이 항소하면 2심 재판은 진행된다”고 보도했고 경향신문 역시 “검찰이 항소할 뜻을 내비쳤기 때문에 항소심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검 역시 최순실씨 항소심에 적극적인 점을 감안하면 대동소이한 쟁점을 다루는 전 대통령 박근혜씨에 대한 재판에도 적극적일 가능성이 있다.

항소심 최대 쟁점은 1심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받지 못한 ‘삼성 뇌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과 미르, 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220억 원에 대해서는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검찰의 전략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은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항소심에서 이 두 혐의에 단순 뇌물죄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공소장을 변경해 유죄를 이끌어내려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재판부가 제3자 뇌물을 인정하지 않은 만큼 단순 뇌물죄로 공소장을 변경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심 재판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가 인정됐다.

조선일보 역시 재판 전망을 보도했는데 기존 법원의 판단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는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논란을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뇌물수수, 공여 혐의로 엮은 핵심 고리인 승계작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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