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감사국이 지난 경영진 재임 시기 MBC에서 ‘아나운서 블랙리스트’와 ‘카메라 기자 블랙리스트’가 실행됐다고 밝힌 가운데 이 같은 행위에 MBC노동조합(3노조)가 동원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MBC본부)는 2일 MBC 감사 결과에 대한 특별 노보를 내어 “적폐 경영진이 노조 파괴를 위해 3노조를 지원하고 3노조 간부들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MBC 본부는 ‘아나운서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2013년 12월 제3노조 위원장인 최모 아나운서가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에게 메일을 보냈다”며 “메일에는 ‘아나운서 성향 분석’이라는 파일이 첨부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MBC본부가 언급한 ‘최모 아나운서’는 3노조 공동위원장을 지낸 최대현 아나운서를 말한다.

최 아나운서가 작성한 ‘아나운서 성향 분석’은 MBC 아나운서 32명을 ‘강성’, ‘약강성’, ‘친회사’ 성향 등 3등급으로 분류한 문건이다. 강성·약강성으로 분류된 아나운서 13명 가운데 9명은 아나운서 업무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부서로 발령됐고 5명은 퇴사했다.

▲ 2일 MBC는 '아나운서 블랙리스트'에 강성, 약강성으로 분류된 아나운서들의 실제 인사 발령 내용을 공개했다. 사진=MBC
▲ 2일 MBC는 '아나운서 블랙리스트'에 강성, 약강성으로 분류된 아나운서들의 실제 인사 발령 내용을 공개했다. 사진=MBC
▲ 2일 MBC가 공개한 '카메라 기자 블랙리스트' 일부 내용. 사진=MBC
▲ 2일 MBC가 공개한 '카메라 기자 블랙리스트' 일부 내용. 사진=MBC
‘카메라 기자 블랙리스트’의 경우 3노조 조합원인 권지호 카메라 기자가 작성했으며 3노조 공동위원장 임정환 카메라 기자가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다.

MBC본부는 “문건 작성 한 달 전인 2013년 6월 3노조 간부 임 카메라 기자는 박용찬 당시 취재센터장에게 ‘보도 영상 관리 개선 방안’이라는 문서를 보고했다”며 “3월13일 블랙리스트를 기반으로 12명의 성향 분석과 인사 이동안이 담긴 문건이 박용찬씨에게 보고됐고 바로 다음날 인사가 단행됐다”고 밝혔다.

전임 MBC 경영진이 3노조를 일방적으로 지원하고 비호하려 했던 정황도 공개됐다. 지난 2015년 8월 임원회의에 참석한 김장겸 당시 MBC 보도본부장이 “제3노조 공동위원장 김모 기자가 소외되고 있다. 앵커 후보로 올려줄 수도 있다”며 “3노조 세력 구축이 중요하므로 조용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것이 MBC본부 주장이다. 여기서 ‘김모 기자’는 김세의 3노조 공동위원장을 말한다.

MBC본부는 같은 해 12월 안광한 사장도 “3노조와는 적절히 상황 공유하면서 상호 신뢰를 가질 필요가 있다. 언론노조는 낙인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MBC본부에 따르면 2016년 권재홍 당시 부사장은 “3노조위원장이 외롭지 않도록 회사가 챙겨줘야 한다”고 말했고 김상철 당시 감사는 “김세의 기자 인터뷰 조작 의혹에 대한 방문진 감사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MBC본부는 “‘진짜’ 배후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며 “우리는 이 같은 행위가 2010년 이명박 정부가 국가 정보기관을 동원해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이라는 문건을 작성하고 실행한 방송 장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MBC본부는 또 “범법 경영진이 기획‧지시‧실행한 수많은 버전의 노조 파괴, 공정방송 파괴 블랙리스트가 어딘가에 묻혀있을 것”이라며 “진상규명을 위한 더 구체적이고 엄정한 추가 감사를 사측에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MBC 아나운서 블랙리스트 따라 인사 불이익 ‘충격’]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