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창희 진주시장이 업무시간 잦은 목욕탕 이용 논란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도 기자에게 폭언을 해 논란이 됐다. 그런데 당시 기자실에는 진주시 기자단 소속 기자들이 있었지만 시장의 폭언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해 보도한 지난 14일 진주시 기자실 녹취록에는 이창희 시장이 뉴스프리존 기자에게 폭언을 하는 대목 외에도 경남·진주지역 일간지 소속인 기자단 기자들과 나눈 대화가 담겨 있다.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시장이 지시를 내리고 기자에게 반말을 하는 등 독특한 관계가 드러난다.

지난 14일 이창희 시장은 자신의 목욕탕 출입 논란을 보도한 기자에게 “네가 (목욕탕 출입 비판하는 기사) 썼나” “니 나이가 새카만게(어린게)” “그럼 당신이라고 하지 뭐라고 할꼬. ‘야이 새끼야’라고 할까” 등의 폭언을 쏟아냈다.

그런데 이때 진주시청의 기자단이 현장에 있었음에도 기자단 차원의 항의나 문제제기는 없었다. 오히려 이창희 시장이 기자에게 폭언을 하기 전 기자들은 이창희 시장의 입장을 옹호하며 출입 요건을 강화하는 조치를 건의했다.

이창희 시장이 기자실에 방문해 “기자실을 어떻게 운영하냐, 데스크를 어떻게 주냐? 누가 관리해?”라고 묻자 “내부 규정이 있습니다. 신문협회, 방송협회, 언론노동단체, 한국기자협회 가입사가 돼야 일단 자격이 되고요”라는 답이 들린다. 시장의 ‘반말’에 ‘존댓말’로 답해 공무원인 것 같지만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기자단 소속 A기자다.

▲ 이창희 진주시장이 기자에게 폭언을 해 논란이 됐지만 해당 기자가 기자단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자단은 반발하지 않았다.  ⓒ 연합뉴스
▲ 이창희 진주시장이 기자에게 폭언을 해 논란이 됐지만 해당 기자가 기자단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자단은 반발하지 않았다. ⓒ 연합뉴스

이창희 시장이 “조건 안 맞는데 책상 주면 되나?”라고 지적하자 A기자는 “엄격하게 저희도 규정을 지켜나갈 겁니다”라며 “진주시만 그러는 것도 아니고 창원시나 청와대도 그렇게 하지 않습니까”라고 답했다.

함께 있던 B기자는 구체적인 예를 들며 출입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고 시장에게 건의했다. 그는 “거창, 양산은 공공시설물 이용에 관한 규칙이 있습니다”라며 “맨날 하는 소리가 ‘기자실 폐쇄적인 분위기’라고 하는데 공공시설물이니 이용규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 시에서 정하면 따라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이창희 시장은 “그거 한번 가져와봐. 우리도 한번 정해야 되고”라며 지시를 내렸다.

A기자는 시청 출입 장벽을 높여야 하는 이유로 사이비언론 문제를 지적했다. “(언론사가) 중구난방으로 생겼다 없어지고 그런 문제가 있어 자체적으로 출입을 제한하고 한다”는 것이다. 이어 A기자는 군소매체들을 가리켜 “무서운 걸 모릅니다. 교육을 안 받아보면 아무거나 칠칠칠 쓰다가 이해당사자한테 걸리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요”라고 밝히기도 했다.

B기자는 “사이비언론의 온상은 어디 있느냐. 사실은 행정예산에 있다. 행정예산만 제대로 집행되면 없어진다. 의지를 가지고 하면”이라며 시장에게 재차 건의했다. 그러면서 B기자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지만 관공서에서 무작정 다 보장해주는 건 아니거든요”라며 “일정한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체육관이나 운동장이나 아무나 들어가서 사용하는 게 아닙니다”라고 덧붙였다.

어떤 상황에서 벌어진 대화였을까. 과거 이 지역을 출입했던 C기자는 “시장이 시 의회 본의회 참석이 끝난 다음 항상 기자실에 와 쇼파에 앉는다”면서 “시장은 비판적인 의원을 대상으로 욕을 하고 연차 높은 기자단 소속 기자들이 옆에 앉아 말 상대를 해주고 편을 들어주며 맞춰준다. 이때 시장은 반말을 쓴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의 이면에는 진주시 기자단의 ‘기득권’을 둘러싼 갈등이 있다. C기자는 “기자단 소속 12개 언론사가 있는데, 이들이 고정석을 쓰고 편의를 제공 받는 데 대해 외부 매체의 비판이 있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시장이 기자실 출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니 기자단이 시장과 같은 의견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청 출입매체에 등록돼 있으나 ‘기자단’ 소속은 아닌 D기자는 ‘기자단’과 ‘비기자단’의 장벽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3년 넘게 기자 활동을 했지만 간담회에 한번 초청하지 않았다”면서 “진주시 공보관의 업무추진비가 연 5000만 원에 달하는데 정보공개를 하지 않아 매체 차원에서 경고했다”고 지적했다. 취재편의를 비롯한 전반적인 혜택이 기자단에게만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 취재 중인 기자들. (이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취재 중인 기자들. (이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사진=이치열 기자.

언론사로 등록돼 있지만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않고 광고나 금전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이른바 ‘사이비언론’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다. 기자단 입장에서 무분별한 출입 등록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창희 시장은 ‘부당한 행위’를 한 언론이 아닌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을 ‘사이비언론’으로 규정하고 대응을 지시했는데 기자단이 호응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기자단 소속 A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바깥(기자단 소속이 아닌 언론사)과 우리의 입장이 다르다”며 “다른 부처나 지역과 마찬가지로 기자단과 출입기자가 별도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기자단이 독점한다고 비판을 하는데 비용을 지불하고 있고, 다매체 환경에서 아무나 매체를 창간하는 일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다 받아줄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실에서 시장이 ‘반말’하고 기자들이 ‘존댓말’을 쓰는 녹취 내용을 A기자는 부인했다. 그는 “시장이 기자들에게 반말을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기자가 시장보다 나이가 어려 존댓말을 쓰는 거고 같은 지역 출신이다보니 개인적으로 학교 선후배 등의 사적 관계가 있어서 (시장이) 반말을 쓰는 경우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창희 시장이 기자에게 폭언을 한 데 대해 “당시 말다툼은 갑자기 벌어진 상황이었고, 말리기도 했다”면서 “해당 매체는 기자단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목욕탕 논란을 다룬 언론이 ‘사이비언론’이라는 시장의 견해에 동의하냐는 지적에 A기자는 “시장이 정무직 공무원으로 업무시간이 한정돼 있지 않고 소아마비가 있어 동네 작은 목욕탕에 들렀던 것이기 때문에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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