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보도, 언론이 경계해야 하는 것
미투 보도, 언론이 경계해야 하는 것
[미디어오늘 1141호 사설]

“회식에서 사라진 ‘노래방 2차~’” 

한국일보 3월13일자 사회면에 실린 기사다. “미투 운동이 한창이라 혹시 모를 사고나 오해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노래방을 아예 찾지 않는 분위기가 더해졌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10년 넘게 노래방을 운영한 사장이 폐업을 고민 중이고, 단체 워크숍이 간소화 되면서 숙박업계도 미투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사실도 전했다. “신규 직원과 가까워지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등의 순기능까지 사라질 것 같다”는 영상콘텐츠 유통업체 임원의 아쉬움도 보도했다.

▲ 한국일보 3월13일자
▲ 한국일보 3월13일자
미투 운동 이후 우리 사회 달라진 회식문화를 조명하는 기사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한국일보만이 아니라 많은 언론이 ‘달라진 회식문화’ ‘뒤풀이 자제’ ‘러브샷 금지’라는 제목을 달고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물론 언론이 보도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이런 의문이 든다. ‘달라진 회식문화’를 조명하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이런 종류의 보도가 안고 있는 부작용은 생각보다 크다. 미투 운동 때문에 회식문화 순기능이 사라지고, 미투 운동 때문에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래방 업주가 폐업 고민을 하고, 펜션업체가 울상을 짓게 된 원인이 미투 운동 때문이라는 프레임도 가능하다.

이런 식의 보도가 이어지면 어느 순간 왜 미투 운동이 일어나게 됐는지는 사라진다. 우리 사회에서 당연시 돼 왔던 ‘위계에 의한 성추행’ 등에 대한 반성과 조명도 비켜가게 된다. 노래방 회식문화가 바뀌거나 사라지고, 숙박업계가 유탄을 맞는 게 미투 운동 때문인가.

특정 사안이 사회적 현상으로 확산될 때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부작용과 여파가 있다. 언론이 보도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현상만 주목하고 본질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에 따른 여파만 해도 그렇다. 이런 식의 보도는 자칫 위계를 바탕으로 그동안 강제적으로 행해졌던 왜곡된 회식문화의 문제점을 흐리게 만든다. 집단적 워크숍 문화가 가진 문제점에 대한 조명도 증발할 가능성이 높다. 미투 운동에 따른 부수적인 영향과 지엽적 반응이 언론보도 주를 이루게 되는 현상을 염려하는 이유다.

▲ 지난 3월8일 여성의 날을 맞이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여성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3월8일 여성의 날을 맞이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여성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사진=이치열 기자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가 PD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강조한 것처럼 “미투 운동은 용기 있는 사람들이 온 인생을 걸고 제기하는 ‘불의에 대한 저항’”이다. “이 저항의 종착점은 근본적 변화”가 돼야 하고, 언론 역시 보도를 통해 미투 운동의 핵심이자 본질을 전달하려 노력해야 한다. 가십성 보도나 선정주의로 흐르는 것을 경계해야 하고, 비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는 건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물론 무수히 제기되는 의혹과 한꺼번에 쏟아지는 사안들 속에 이런 원칙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는 잘 알고 있다. 핵심과 본질을 파악하려는 노력과 함께 언론 역시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보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취재현장에서 공허한 목소리로 들릴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부분에 대한 경계와 성찰을 게을리 할 경우 ‘불의에 대한 저항’과 ‘근본적 변화’라는 미투 운동 본질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미투 보도를 하는 이유를 매번 되새기지 않으면 사안에 휩쓸려 현상만 쫓기 쉽다는 걸 언론종사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미투 운동이 본격화된 이후부터 줄곧 제기돼왔던 언론의 문제점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피해자의 과거 사진을 아무렇지 않게 보도하고,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음에도 이런 부분에 대한 방지를 소홀히 하는 언론보도가 아직 많다. 그동안 언론은 미투 보도와 관련해 피해상황에 대한 지나친 묘사, 선정적 보도, 가해자의 일방적인 주장 등을 여과 없이 보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점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 뿐인가. 미투 관련 키워드가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뜨면 무분별하게 어뷰징을 하는 행태 역시 계속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언론이 미투 보도를 할 자격과 준비가 됐느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 비판에 언론은 뭐라 답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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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ervector 2018-03-17 04:43:45
왜 기사가 기사같이 끝나지 않고 누가 싹뚝 뒤를 다 잘라낸것 처럼 끝냈을까? 편집자가 잘랐나?
미디어 오늘은 비평지 인데 육하원칙도 구성못하고 반론마져 감정실어 묵살하고 기사를 통해 협박을 일삼는 프레시안이라는 군소 언론사 기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나 보다.너무 듣보잡이고 기사내용이 디스패치급이라 관심이 없는건가.요즘 핫한데.
내 거기 칼럼과 기사를 보니 내평생에 노대통령이 다구리 맞던 그때 빼고 본적이 없는 기사가 줄줄이 있던데 왜 비평을 그런식으로 회피하는지 모르겠다. 월급이 안나오나? 이런식으로 태업을 하면서 도대체 미디어 오늘이 하는 일은 뭔가 모르겠다. 태업을 하는 이유라도 밝혀야 하는거 아닌가? 참 모를일이다. 이렇게 이쪽편에서서는 잘도 떠드는데 참 그 이중적인태도에 점점 밑바닥이 보...

어이 2018-03-14 22:20:34
미투에 대해서 언론이 경계해야 하는 것은 미투를 가장한 폭거와 음해와 아님말고식 폭로겠죠.
그 것으로 인해 새로운 피해자가 만들어지고 적어도 검증받아야할 권리도 누리지 못하고
일단 인간쓰레기, 가해자로 인식된 채 자신의 사회적 삶을 끝내게될 피해자들이요.
어떤 운동이 일어날 때 그 운동으로 인한 반작용, 부작용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면
그 운동자체가 가해적 학대입니다.
저는 이 마녀사냥의 광기가 제대로 사실을 바라볼줄 아는 사람들에 의해 작용과 부작용의
끊임없는 재생산의 멈춤으로 나타나길 바랍니다.

또 똥볼 차는 미오 2018-03-14 11:10:02
아니지.
미투 보도에서 언론이 경계 해야 하는 것은 법원 판결은 커녕 수사도 이루어 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 거증이나 확인 취재 조차 없이 언론 마음데로 가해자 피해자를 규정하는 약자 프레임에 갇힌 삐뚤어진 온정주의지.
'피해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스스로를 피해자라 규정하고 '가해자로 지목한 쪽'을 가해자라 규정 할 수는 있겠지만(물론 수사나 재판 결과에 따라 거기에 책임 져야 할 경우도 생기겠지만) 객관성과 정확성이 생명인 언론이 사실 검증이나 확인 취재 조차 없이 그러면 안 되지.
한쪽의 일방적인 폭로만으로 언론이 피해자 가해자를 규정하는 짓은 군사 독재 시절 빨갱이 사냥 할 때나 하던 짓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