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이 자신의 시집을 발행하는 영국 출판사를 통해 자신의 성폭력 가해 의혹을 반박하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 언론매체 가디언은 지난 28일(현지 기준) 고은 시인의 시집 ‘만인보’ 영어판을 발행하는 출판사 블루덱스 북스(Bloodaxe Books)의 편집자 겸 전무 이사인 닐 애슬리(Neil Astley)로부터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고씨의 성명서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고씨는 이 성명서에서 “나는 최근에 나오고 있는 성추행 폭로 주장에 내 이름이 등장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나는 내 행동이 야기했을 지도 모를, 내가 의도하지 않은 어떤 고통들에 대해서도 이미 후회한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 지난 3월2일 영국 언론 가디언지는 'Poet Ko Un erased from Korean textbooks after sexual harassment claims(시인 고은 성추행 폭로 뒤 한국 교과서에서 지워지다)'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사진=가디언지 홈페이지 캡쳐
▲ 지난 3월2일 영국 언론 가디언지는 'Poet Ko Un erased from Korean textbooks after sexual harassment claims(시인 고은 성추행 폭로 뒤 한국 교과서에서 지워지다)'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사진=가디언지 홈페이지 캡쳐

고씨는 이어 “그러나 나는 일부 문인들이 제기하는 내 습관적인 성추행 혐의를 단호히 부인한다”고 밝혔다.

고씨는 “나는 한국에서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진실이 밝혀질 시간이 흘러가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며 “그러나 나는 내 자신이나 아내에게 수치심을 주는 행동을 일절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 논란의 사실과 맥락을 쉽게 접할 수 없는 내 외국 친구들(friends)에게 확인시켜 줘야 한다”고 적었다.

고씨는 “지금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한 인간이자 시인으로서의 명예를 유지하면서 내 집필 활동이 계속 될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애슬리는 고씨가 지난 달 종양 치료를 위해 입원해 회복 중에 있지만, 수술과 대중의 집단적 비난 때문에 신체적으로 약화된 상태라고 전했다. 애슬리는 “널리 알려진 위법행위(성추행 등 성폭력)가 어떤 인상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한국 언론 보도는 확인되지 않은 다수 의견이 지지하는 한 사람의 주장에만 근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사람은 고씨의 성추행 정황을 최초 폭로한 최영미 시인을 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애슬리는 고씨에 대한 한국의 반응이 극단적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고씨의 논란에 대한 한국의 반응은 극단으로 가고 있다”면서 “고씨의 시를 교과서에서 삭제하거나 고씨가 한 나라의 존경받는 작가로서 누렸던 다양한 특권을 포기하도록 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슬리는 또한 “성추문으로 인해 추락한 그의 명예는 부분적으로는 유명 인사에 대한 항의이자, 서양 작가들이 알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높게 평가받고 있는 그의 한국 내 지위에 대한 항의 반응”이라고 적었다.

(관련 기사 : "Poet Ko Un erased from Korean textbooks after sexual harassment clai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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