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환경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페이스북에다 쓴다. 요새는 종이신문이 안 써줘도 SNS를 통해 민심이 잘 전달된다.” (2월26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당대표)

“아무리 말해도 언론이 전부 양비론으로 쓰니까 가슴이 찢어진다. 운영위원회 건도 현안질의가 우선인데 (언론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간다.” (2월23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MBN 하고는 인터뷰 안한다. 언론 재갈물리기라니, 언론인들이 길들여지기는 하나. 우리당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방어인 것.”(2월2일, 장제원 자유한국당 대변인)

자유한국당의 언론호소와 압박이 노골적이다. 지난 2일 MBN에 ‘출입금지’ 조치를 결정하고 난 이후, 한달 동안 출입금지는 풀리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질문을 무시하거나, 매체별 차별이 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2일 오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출입금지 당한 MBN 기자들이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마치고 나오는 장제원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 2일 오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출입금지 당한 MBN 기자들이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마치고 나오는 장제원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자유한국당 회의에서는 거의 매번 언론에 대한 호소가 나온다. 언론이 청와대 편을 든다는 불만이 대부분이다.

최근 자유한국당이 김영철 방남을 반대하자 언론들은 “자유한국당이 2014년 판문점 만남은 환영해놓고 태도가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지난 23일 김성태 원내대표는 “일부 언론인들은 2010년 46명의 아까운 젊음이 서해 차가운 바다에 수장될 때 국민적 분노와 아픔을 벌써 잊었는가”라며 “민주당의 입장, 청와대의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인들”이라고 비난했다. 26일에도 김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은 비상식이 너무 많다”며 “일부 언론인, 선동하는 여론조사기관을 지켜보겠다”라고 말했다.

언론이 청와대 요구를 직접 받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홍준표 당 대표는 지난 23일 바른미래당 지도부를 만나 김영철 방남에 대해 이야기하며 “나는 언론에서 방한이라고 하지 않고 방남이라고 하는데 왜 그런 용어를 쓰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아마 청와대에서 쓰라고 요구한 모양이다. 그러니까 방남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헌법은 북한 주민을 외국인이 아니라, 국민으로 취급하고 있다. 외국인에게 ‘방한’이라는 말을 쓰지만, 북한 주민에게는 ‘방남’이라고 쓰는 것이 맞다. 그런데도 홍 대표는 마치 언론이 청와대 요구를 받았다는 식의 근거없는 발언을 했다.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는 기자들 질문에는 수준이 낮다고 무시하거나, 답을 하지 않기도 한다. 지난 14일 홍준표 대표는 귀성인사를 하며 “오늘 기자간담회를 할 건데, 기자들은 품격 높은 질문을 해라”며 “우리당이 야당이 되니까 중진기자들이 안와서, 질문 품격이 낮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실제로 현장을 뛰는 것은 말진들이니까, 당연히 말진들이 질문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중진 기자들은 청와대에 있거나 데스크인데 갑자기 왜 중진 타령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신이 중진기자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부장단 간담회를 하던지, 왜 현장을 뛰고 있는 기자들을 깎아내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을 출입하는 A 기자는 “이날 간담회에 가려고 했으나 오전에 저 말을 듣고 너무 기분이 나빠 간담회에 갈지 안 갈지 고민될 정도였다”며 “이 정도 모욕이면 다 같이 취재를 거부해야 하는 건 아닌지도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 14일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정민경 기자.
▲ 14일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정민경 기자.
기자들의 불편한 질문을 피하거나 비하하는 것은 김성태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다. 지난 23일 긴급의총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2014년 김영철과 거품 물고 막는 2018년 김영철이 어떤 차이가 있냐고 묻고 있는 기자의 질문에 저는 어제 밤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며 “이것이 대한민국 언론환경인가”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초등학생 같은 한심스러운 질문에 정말 모르겠다고 되묻고 싶지만 많은 기자들에게 정말 친절하게 답변했다”고 밝혔다. 어떤 차이가 있는 지를 물은 것인데 김 원내대표는 “초등학생 같은 질문”이라며 비하했다.

자유한국당을 출입하는 B 기자는 “자신들이 원하는 기사만 쓰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현안에 대해 질문하는 것인데도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비판했다.

현장에서 불편한 질문이 나오면 매체를 따져 묻는 것도 기자들에게는 고충이다. 지난 23일 한 기자가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장인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갑작스럽게 운영위을 소집하면 바른미래당에서도 불참한다는 입장인데 그럼에도 운영위원회를 강행할 것이냐”고 묻자 김 원내대표는 “어디 매체냐”고 먼저 물었다. 이에 기자가 인터넷 통신사라며 자신의 소속을 밝히자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을 출입하는 C 기자는 “자꾸 질문을 하면 매체를 물어보는데, 성향이 다른 매체인 경우 배척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기자에게 기사를 써달라고 하면서도 또 질문을 하면 싫어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C 기자는 “기자들을 위축시키는 기분”이라며 “중앙언론사가 아니면 오지 말라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민중의 소리 ⓒ정의철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민중의 소리 ⓒ정의철 기자
실제로 홍 대표는 매체명을 묻고 기자들에게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지난 1월22일 오마이뉴스 기자 질문에 홍 대표는 “오마이가 우리 당을 출입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2월14일 기자간담회에서는 한 인터넷 매체의 질문에 매체명을 모른다는 듯이 매체명을 3~4번 되묻기도 했다.

중앙일간지가 아닌 매체에 출입 거부를 한 사례도 있다. 한 인터넷 매체 D 기자는 자유한국당 출입으로 취재를 해오다가 이직을 했다. 이직을 한 회사의 규모도 비슷한 곳이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공보실에서 더 이상 보도자료를 줄 수 없다고 통보해왔다고 한다.

D 기자는 “자유한국당에서는 ‘상시 국회 출입증’이 없는 매체라며 등록을 거부했는데, 이전 매체도 상시 국회 출입증이 나오지 않는 매체였다. 갑자기 이렇게 변했다”며 “그 어떤 원내정당에서도 이런 식의 기준으로 출입을 제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D 기자는 “상시 출입증이 없는 기자는 출입하면 안 된다는 내규가 있냐고 물어보니 내규를 보여줄 수 없다는 답만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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