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결과가 나올지 몰랐다. 얼마 전 채널A에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6개월 전 인터뷰를 최근에 한 인터뷰처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는데 애꿎은 비정규직에게 불똥이 튀었다.

채널A가 조사결과 문제를 인정하고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하면서다. 해당 프로그램의 CP는 정규직이었던 반면 담당 PD는 계약직이었고, 프로그램이 폐지되면서 담당 PD는 계약이 해지됐다. CP는 감봉을 받았지만 담당 PD는 사실상 직장을 잃게 된 것이다.

채널A의 입장은 이렇다. “채널A는 ‘뉴스특급’이 지난달 17일 다룬 ‘남북 아이스하키팀 단일팀 구성’ 관련 토크에 대해 사실 관계를 조사함. 조사 결과에 따라 인사위원회가 열렸으며 보도본부장, 담당 CP, 앵커에 대해 징계 결정과 함께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함. 프리랜서 제작진들은 ‘계약 기간 도중 담당 프로그램이 종방되거나 작업이 종료되면 계약이 해지된다’는 계약 조건에 따라 계약 해지됐음.”



▲ 종편 4사 로고.
▲ 종편 4사 로고.

왜 굳이 프로그램을 폐지까지 하는 걸까.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종편 재승인을 결정하며 오보, 막말, 편파방송으로 인한 법정제재를 연간 4건 이하로 유지하지 않으면 시정명령 등의 제재를 받고, 제재가 이어지면 승인이 취소되는 조건을 걸었다. 한 프로그램이 법정제재를 3건 이상 받으면 프로그램을 폐지하라는 것도 재승인 조건에 포함됐다.

재승인 조건을 감시하는 기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인데, 심의 과정에서 정상참작 사유로 ‘프로그램 폐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왔다.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의 경우 심의 안건이 산적해 있었지만 프로그램을 폐지하면서 중징계를 피할 수 있었다. 따라서 종편 입장에서는 법정제재 3건을 채우지 않더라도 문제가 될만하면 선제적인 조치로 프로그램 폐지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방송사는 비정규직 스태프와 계약할 때 ‘프로그램이 종영하면 계약이 해지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쓰기 때문에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고 한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금부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4기 방통심의위가 출범하면서 지난 1년 동안 심의하지 못한 밀린 안건을 처리해야 한다. 오보, 막말, 편파방송 등으로 심의에 오를 때마다 종편은 급작스럽게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그때마다 비정규직 제작진은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에는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간부급이 아닌 ‘을’만 큰 피해를 입는 현재의 상황은 문제가 있다. 마침 문재인 정부와 4기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전 정부와 방통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던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 개선을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이 기조에 맞춘 보완장치를 건의하고 싶다.

심의 과정에서 단순히 ‘프로그램 폐지’나 진행자 교체 여부만 살필 게 아니라 프로그램 폐지로 인해 비정규직 제작진이 얼마나 피해를 보게 되는지를 파악하고, 새 프로그램에 투입하는 등의 후속조치까지 감안해 정상참작을 했으면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추후 재승인 때 급작스런 프로그램 폐지 결정시에 비정규직에 대한 대책 역시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재승인 조건이나 권고사항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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