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 언론사 지면구매, 문재인 정부에서도 계속됐다
정부부처 언론사 지면구매, 문재인 정부에서도 계속됐다
[돈 받고 기사 쓴 언론 ③] 행안부, 지면광고비로 기획기사 청탁…농림부 기획기사·지면광고 묶어서 단가 책정

언론사들은 독자들이 좋은 기사에 지갑을 열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각종 유료 모델을 내놨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후원 독자는 늘지 않는 상황에서 매체는 많아지고 광고 매출은 줄어들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 부처도 이런 언론사의 다급한 상황을 파고들었다. 자신들의 정책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기사 형태로 부탁하고, 언론사는 취재를 통해 ‘맞춤형 기사’를 내놓는다. 언론사의 새로운 수익 모델이다.

돈 받고 기사를 쓴 언론만 비판할 수 없다. 돈 받은 이가 있다면 준 쪽도 있다. 언론사가 저널리즘 기본 원칙을 팔았다고 비판 받지만 광고주인 정부 부처 역시 이런 상황을 악용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광고 성격의 기사는 광고주와 매체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독자들이 외면하는 광고에 효과가 없는 건 사실이다. 독자들 사이에서 ‘기사형 광고’가 일반 신문 광고에 비해 30% 정도 높은 관심을 끌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언론사가 ‘맞춤형 기사’를 제공하면서 돈 받은 사실을 기사에 공지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기사와 광고의 경계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광고보다 기사를 더 신뢰하기 마련이다. 다만 이는 언론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홍보비를 지급하는 정부 부처도 기사와 광고의 경계를 무시하긴 마찬가지다.

미디어오늘은 각 정부 부처들이 지난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어떤 언론사 지면을 얼마에 구매했는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했다. 해당 자료를 보면 정부 부처들이 기사와 광고를 면밀하게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광고면이든 기사면이든 구분 없이 신문 지면 일부를 사는 데 세금을 지급한 것이다.

▲ 행정안전부 대변인실은 2017년 9월6일자 한국일보 지진관련 기획기사들을 대가로 1100만원을 이 신문사에 지급했다.
▲ 행정안전부 대변인실은 2017년 9월6일자 한국일보 지진관련 기획기사들을 대가로 1100만원을 이 신문사에 지급했다.

미디어오늘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행안부)는 2017년 9월6일 대변인실을 통해 한국일보에 ‘지면광고’를 냈다. ‘홍보수단’은 지면 광고, 온라인 광고, 전광판 광고, 방송 자막 광고 등으로 구분됐다. 행안부가 ‘지면광고’의 내용으로 밝힌 건 ‘(안전소통) 지진 관련 기획기사’였다. 9월6일자 신문을 찾아 본 결과, 12면에 지진 관련 기획기사 3건이 실렸다. 행안부가 기사 구매를 지면광고의 한 형태로 봤다는 증거다.

한국일보는 이날 “모든 주택·200㎡이상 건물은 내진설계 의무화한다”, “내진설계 예외 건축물도 보강사업 땐 세금 감면” 등의 기사를 통해 행안부가 경주 9·12 지진 이후 1년간 내놓은 지진방재 종합 대책을 소개했고, “국민재난안전포털에서 우리동네 대피소 확인”이란 제목으로 지진 대피방식 등을 ‘Q&A’ 형식의 기사로 보도했다. 행안부가 해당 기사들을 대가로 이 신문사에 지급한 금액은 1100만원이다.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 자료를 보면 기획기사와 지면광고를 묶어서 단가를 매긴 것도 확인할 수 있다. 홍보주체인 농림부가 기사를 사는 것과 광고를 사는 것을 구분하지 않고 돈을 지급했다는 뜻이다. 농림부 자료에는 기획기사만을 위해 돈을 지급하거나 지면 광고만을 위해 돈을 지급한 항목도 따로 있다.

농림부는 지난해 경향신문 9월15일자에 ‘복지농촌’을 주제로 한 기획기사를 요청했고 같은 달 26일자 1면 ‘해피버스데이사업’ 지면광고를 냈다. 농림부는 대가로 2000만원을 지급했다. 경향신문은 9월15일자 21면 “장애학생 등 교육·일자리 ‘사회적 농업’ 활짝 꽃핀다”는 기사에서 유럽에서 ‘사회적 농업’이 확산된다는 내용과 함께 농림부에서 ‘사회적 농업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전했다. 자본 권력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경향신문 역시 ‘기사매매’ 행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 2017년 9월15일자 경향신문 기사. 농림부는 해당 기사와 같은달 26일자 지면광고를 묶어 2000만원을 경향신문에 지급했다고 밝혔다.
▲ 2017년 9월15일자 경향신문 기사. 농림부는 해당 기사와 같은달 26일자 지면광고를 묶어 2000만원을 경향신문에 지급했다고 밝혔다.

농림부가 동아일보에 해당 기간 동안 기획기사와 지면광고를 묶어서 제공한 것만 4차례로, 금액은 총 9000만원이다. 이는 기획기사만 또는 지면 광고만을 대가로 돈을 지급한 것을 뺀 수치다.

구체적으로 보면, 농림부는 지난 2016년 7월25일자 동아일보 C2면에 실린 “곤충산업에서 미래 먹거리 해법을 찾는다”라는 제목의 기사와 같은 날 C1면에 실린 ‘2016 생명산업대전’ 지면 광고의 대가로 2000만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8월23일부터 8월30일까지는 ‘2016년 농식품 주요 정책과제 홍보’ 관련 기획기사와 지면 광고를 대가로 3000만원을 지급했다.

2017년에도 동아일보에 대한 지원이 이어졌다. 농림부는 ‘동물복지 홍보’를 명목으로 동아일보 3월27일자 C3면 기획기사, 3월29일자 35면 지면광고, 3월31일자 38면 지면광고를 대가로 이 신문사에 2000만원을 지급했다. 또한 농림부는 10월2일부터 10월23일까지 식량원조협약, 농촌재능나눔, 농업·농촌 가치홍보 등을 내용으로 한 기획기사와 지면광고를 구입하고 동아일보에 2000만원을 지급했다.

농림부는 조선일보에 2016년 9월28일자 D3면 ‘2016 어린이 동물보호 사생대회’ 지면광고와 같은 날 D1면 ‘반려동물 보호 및 관련산업 육성 홍보’ 관련 기획기사를 대가로 2500만원을 지급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농림축산식품부·조선일보 공동기획”임을 밝혔지만 돈이 오간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농림부는 또한 내일신문에 2017년 3월28일부터 4월6일까지 지면 광고 두 건과 귀촌귀농을 홍보하는 내용의 기획기사 2건을 부탁하면서 1500만원을 지급했고, 같은 해 10월27일부터 11월8일까지 ‘쌀 수급안정’ 관련 기사와 ‘미래농업선도고교’ 관련 광고 등을 대가로 1500만원을 지급했다.

농림부가 기사와 광고를 묶어 홍보비를 지급한 곳은 더 있다. 서울신문에는 지난해 5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총 5000만원, 세계일보와 국민일보에는 지난해 10월경 각각 2000만원, 아시아투데이에는 지난해 9월말부터 11월에 걸쳐 1000만원을 지급했다. 현 정부 들어서도 이런 ‘관행’은 지속되고 있다.

▲ 2017년 9월29일자 헤럴드경제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관련 기사.
▲ 2017년 9월29일자 헤럴드경제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관련 기사.

농림부는 종합일간지뿐 아니라 경제지에도 기사와 광고를 묶어 홍보비를 지급했다. 농림부는 헤럴드경제의 지난해 9월29일자 ‘해피버스데이 사업’ 지면 광고, 같은 날 22면 김영록 농림부 장관 인터뷰, 11월24일자 전문 후계 농업 인재 관련 기획기사 등을 묶어 이 신문사에 1500만원을 제공했다. 김 장관 인터뷰는 주로 농업 정책에 대한 내용이지만 같은 면에 실린 김 장관에 대한 또 다른 기사는 그의 이력·좌우명·존경하는 인물 등 홍보 성격이 짙은 기사였다.

아주경제에도 지난해 11월10일부터 29일까지 농촌일자리, 농업·농촌가치 홍보, 미래농업 선도고교, 농촌재능나눔, 6차 산업 등 관련 여러 건의 기획기사와 지면 광고를 대가로 2000만원이 지원됐다. 또한 아시아경제에도 지난해 10~11월에 걸쳐 동물복지, 해피버스데이 사업, 스마트팜 확산사업, 농업·농촌가치 홍보 등과 관련한 수 건의 기사와 지면 광고를 대가로 1500만원이 지원됐다.

▲ 2017년 4월27일 코리아타임스 11면 기획기사. 기사 끝에 농림부가 이 기사를 지원했다는 걸 밝히고 있다.
▲ 2017년 4월27일 코리아타임스 11면 기획기사. 기사 끝에 농림부가 이 기사를 지원했다는 걸 밝히고 있다.
▲ 코리아타임스는 농림부로부터 돈을 받고 쓴 기사 3건에 대해 모두 지원사실을 밝힌 언론사다.
▲ 코리아타임스는 농림부로부터 돈을 받고 쓴 기사 3건에 대해 모두 지원사실을 밝힌 언론사다.

유일하게 기사를 대가로 정부 부처에서 돈 받은 사실을 공지한 언론사가 있었다. 한국일보 자매지로 영자신문인 코리아타임스(The Korea Times)다. 농림부는 코리아타임스에 지난해 4월22일·28일·29일자의 세 차례 지면 광고와 같은 달 17일·24일·27일자의 세 차례 기획기사를 대가로 2000만원을 지급했다.

코리아타임스는 세 건의 기사 끝부분에 모두 “This article is sponsored by the Ministry of Agriculture, Food and Rural Affairs. (이 기사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지원받았다.)”라고 밝혔다. 기획기사를 접하는 독자들은 보통 기자가 해당 주제를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취재해서 썼다고 생각한다. 코리아타임스는 해당 기사들이 정부 발주 상품이라는 걸 알려 기사에 대한 판단을 독자에게 맡겼다는 점에서 다른 언론사에 비해 비판 받을 소지가 적다.

[돈 받고 기사 쓴 언론 ①] 국방부 정책 홍보 기사 써주면 12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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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 2018-04-04 10:55:25
시간이 가면 갈 수록 언론의 자유가 무너지는것 같다. 무조건 국가정책 그리고 행사들이 좋다는 홍보성 기사가 난무하면 누가 정책에 대한 불만이나 비판을 하는가...홍보성기사는 어쩔수 없는 이유로 보도하게 된다면 밑에 누구로부터 협찬받았다고 언급해서 국민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해야한다.

ㅇㅇㅇ 2018-02-08 05:29:43
홍보성 기사는 홍보성 기사라고 표시를 하면 될 일. 기업 홍보성 기사가 한 둘인가? 언론 자체가 기업인데.

오늘미디어 2018-02-08 03:59:05
스폰 여부를 밝히는 것 뿐만 아니라, 게시위치도 기사 상단부에 읽을 수 있게 표기해야 함... 나는 급할 땐 제목 보고 한두 문단 읽어보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은데... 또 꼼꼼히 다 읽었는데 마지막에 '협찬 받았다'는 멘트 나오면 열 받을때도 있음. 아무튼, 이런 사안은 크게 이슈화되는 게 괜찮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