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MBN 보도를 ‘가짜뉴스’라며 당 출입 금지 조치를 한 가운데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과 MBN 기자들이 국회에서 설전을 벌였다. MBN 기자들은 “언론에 대한 과잉대응”이라는 입장이고, 장제원 대변인은 “최소한의 방어”라는 입장이다. 

앞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일 오전 MBN “류여해도 #ME TOO 동참? ‘홍준표에게 수년간 성희롱 당해왔다’” 기사를 ‘가짜뉴스’라며 MBN 취재를 거부하고, 앞으로 출입금지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원내행정국은 즉각 당 출입금지 및 부스제거 결정을 내렸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은 당사 프레스룸에서 MBN 팻말을 뗐다.

▲ 자유한국당 당사 프레스룸. 채널A 옆자리가 MBN의 자리지만 현재는 팻말이 사라졌다. 사진=정민경 기자
▲ 자유한국당 당사 프레스룸. 채널A 옆자리가 MBN의 자리지만 현재는 팻말이 사라졌다. 사진=정민경 기자
오후 2시 장제원 대변인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오늘부터 자유한국당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다”며 “종합편성 채널인 MBN이 “류여해 ‘홍준표에게 수년간 성희롱 당해왔다’”라는 제하의 악의적인 허위사실을 보도했다”고 브리핑했다.

장 대변인은 “제1야당 대표를 떠나 한 인간에 대한 인격 살인”이라며 “자유한국당은 파렴치하고 악랄한 가짜 뉴스를 보도하는 MBN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장 대변인 브리핑이 끝나고 정론관 복도에서는 MBN 기자들과 장제원 대변인의 설전이 약 30여 분간 벌어졌다.

▲ 2일 오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출입금지 당한 MBN 기자들이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마치고 나오는 장제원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사진=정민경 기자 ⓒ정의철 기자
▲ 2일 오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출입금지 당한 MBN 기자들이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마치고 나오는 장제원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사진=정민경 기자 ⓒ정의철 기자
MBN 기자들은 먼저 일방적으로 당 출입금지 조치를 내린 것에 항의했다. MBN 기자는 “공식적인 항의를 회사에 했나”라며 “어떤 답변과 어떤 절차를 거쳤나”라고 물었다. 하지만 장 대변인은 “MBN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면서 “당대표가 수년간 한 여성에게 성희롱했다는 기사에 대해 먼저 반성하라”고 말했다.

MBN 기자가 “언론사 재갈 물리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선거 앞두고 보여주기식 아니냐”고 질문하자 장제원 대변인은 계속해서 “MBN과는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현장에 있던 다른 기자들이 질문을 대신하기도 했다. 이후 또 다시 MBN 기자들과 장제원 대변인간 설전이 이어졌다.

MBN 기자는 “자유한국당이 홍준표 대표의 사당이냐”며 “페북에 올리니 바로 결정이 되고, MBN과는 어떤 논의를 했느냐”라고 따졌다. MBN 기자는 “정식공문을 보낸 것은 출입정지를 발표하고 나서 내린 조치”라며 “선후 관계가 맞지 않는다”고 따졌다.

MBN 기자는 이어 “한국당에 출입하는 모든 언론사들을 길들이기 위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장 대변인은 “제1야당 대표를 성희롱자로 모는 엄청난 잘못을 저지른 것에 대해 우선 사과하고 반성해야 이런 얘기가 오갈 수 있다”며 “기사는 정당팀이 쓴 게 아니라고 하지만 국민들은 그걸 따로 구분하지 않고 그냥 MBN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계속되는 설전에 MBN 기자는 “이전에 뉴스와이드 프로그램 건으로 누적된 화를 이렇게 푸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장 대변인은 “그렇지 않다”며 “뉴스와이드 건을 모두 양해하고, 고정출연 비슷하게 출연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뉴스와이드 건’이란 지난해 12월15일 MBN ‘뉴스와이드’ 방송에서 진행자가 “일본에 간 홍준표 대표, 아베 총리를 만나서 한국특파원들을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일본 간 제1야당 홍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시진핑 알현하러 가는 날이다. 한미일 자유주의 핵동맹 맺으러 일본에 왔다’며 혹평을 섞어서 자기주장을 했네요”라고 언급한 것을 말한다. 방송 이후 자유한국당은 ‘허위사실 유포’라고 논평을 냈고, MBN 측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14일 일본 방문 중 아베 총리와 면담 직후 한국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가 시진핑 중국 주석을 ‘알현’하러 갔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자유한국당은 기자들에게 ‘알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지, 아베 총리와의 회동에서 이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MBN 기자와의 설전에서 장제원 대변인은 “성희롱 수년간 한 사람이 당대표라면 우리 당 문 닫아야 한다”며 “언론 길들이기라니, 여러분들이 길들여지나, 우리는 최소한의 방어다”라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MBN에 명예훼손이나 손해배상 등도 법조팀에서 검토 중이고,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도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MBN 기사가 삭제된 점을 들어 이미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지만 장 대변인은 “최근에 자유한국당에 대해서 시사토크 프로가 희화화시키는 것, 당사자 입장에서 가슴 아프다”고만 답변했다.

MBN 한 정당 출입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기사가 일부 오류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 공식 문제제기와 정정보도 등 공식적 접수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입금지를 결정했다”며 “다른 부서 부장과 통화를 했다고 하는데 당사자인 정치부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절차적 부분도 문제가 있고, 현장에서 취재기자한테 나가라고 하고, 면박주고 쫓아내는 식은 언론에 대한 과잉대응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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