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일 오후 3시 30분경부터 판문점 연락 채널을 개통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청와대는 대화에 기대를 내비치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최고지도부의 뜻을 받들어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에서 남조선 측과 긴밀한 연계를 취할 것”이라며 “우리 대표단 파견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를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파견 가능성을 시사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실무급 후속조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뒤 초기 단계의 남북 대화 테이블이 마련된 것이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실무적 문제를 논의하자는 북의 첫 반응에 대해 “연락망 복원의 의미가 크다. 상시대화가 가능한 구조로 가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북은 정부가 제안한 고위급회담의 수락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화 채널이 가동되면 회담의 시기와 규모와 성격까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화가 성사되면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중단하면서 끊어진 채널이 복원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 판문점 군사분계선 군사정전위 남측 지역에서 남한 경비병들이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판문점 군사분계선 군사정전위 남측 지역에서 남한 경비병들이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우선 오는 9일 고위급 남북당국회담을 열자고 제안했고, 세부적인 문제는 판문점 채널을 통해 협의하자고 밝힌 상태다.

북한이 일단 정부 측 제안을 수용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북의 평창동계올림픽 파견도 한발 다가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림픽 참가 의사를 충분히 밝혔기 때문에 파견은 기정사실화된 것이고, 문제는 파견에 따른 반대급부에 대한 조율이 남아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올림픽 기간 한미군사훈련 연기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회담이 성사되면 테이블에서는 올림픽 참가에 대한 대의명분에 주파수를 맞추면서도 군사훈련과 같은 의제에 대해선 치열한 협상이 예상된다.

이산가족 상봉과 개성공단 재개 문제까지 폭넓게 논의되면서 민간교류가 재개되는 등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평창동계올림픽이 계기가 돼 대화 국면을 여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건만 보면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지난달 19일 중국 쿤밍에서 열린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서 북한 문웅 단장을 만나 참가 의사를 타진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공식적인 답변을 준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청와대가 물밑 접촉을 통해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대화 국면으로 넘어가자고 적극 제스처를 취한 모양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의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자리가 될 경우 남북관계에 물꼬가 트이고 북핵 문제 실마리도 풀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정치권으로 눈을 돌리면 판문점 대화 채널 개통과 관련해 여당은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야당은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북측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적극적인 대화 노력과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절실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평가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평창올림픽이 한반도에 ‘신 데탕트’ 시대를 여는 전환점이 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반면 홍준표 대표는 한국당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지금은 남북이 핵 균형을 이루고 그 다음 핵 폐기 절차로 나가야 하는 국면이지 대화국면이 아니다”면서 “북핵 완성 시간만 벌어주는 위장 대화국면에 현혹되면 이 정부는 역사적 죄인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평창 올림픽 문제로 만나더라도 틀림없이 북한에서는 한미연합 훈련 얘기를 할 것이다. 연기에 그치냐, 축소냐, 중단이냐, 분명히 하고 시작하자는 얘기를 할 것”이라며 “거기에서 접점을 만들어야만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적십자회담도 할 수도 있고, 군사회담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문제와 관련해서 남북 당국 간 고위급 회담이 열렸을 때 바로 일단 연기하는 거로 얘기가 되는 한미 훈련을 북쪽에서는 최소한 축소 내지 중단으로 보장 받으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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