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방문을 두고 19일 오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선 임 실장이 특사 자격으로 UAE를 방문하게 된 이유와 언론 보도로 드러난 여러 의혹을 국회 운영위에 나와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운영위 개최를 위한 여야 간사 간에 협의가 전혀 없었고, 무엇을 논의할지 공식 안건도 없이 야당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소집한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며 반발했다.

원래 이날 오전 11시에 개의 예정이었던 운영위가 약 30분간 파행을 맞게 된 것은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제외하고 여당 의원들이 모두 회의에 불참하면서다.

해외출장 중인 정우택 운영위원장을 대신해 김선동 한국당 간사가 사회를 맡아 회의를 진행하려고 하자 홀로 회의에 참석한 박홍근 원내수석은 “여야 원내대표와 간사 협의로 열려야 하는 게 운영위”라며 “정작 회의를 주재해야 할 사람은 외국에 나가고 없고 회의 안건도 없는데 한국당 새 (김성태) 원내대표의 정치공세 차원에서 열린 이 회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 19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야당의 일방적인 운영위 소집에 강하게 항의하며 회의장을 나서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달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19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야당의 일방적인 운영위 소집에 강하게 항의하며 회의장을 나서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달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그러자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왜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한 회의를 방해하느냐”며 “문재인 대통령이 회의 의사진행을 방해하라고 지시한 것이냐”고 비꼬았다. 장제원 의원도 박 원내수석을 향해 “청와대에서 오더를 받았나. 청와대서 이렇게 깽판 치라고 전화 왔느냐”며 “임종석 비서실장 보좌관이냐”고 힐난했다.

이에 대해 박 원내수석은 “그렇게 비아냥거리지 말라”며 “이런 시간 낭비를 하지 말고 이럴 시간에 제발 각 상임위원회를 열어서 법안 심사나 해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를 강행하려 하자 박 원내수석은 “김성태 원내대표 등이 국회 운영위를 정치공세의 장으로 악용한다면 국민적 심판을 결코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질타하며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박 원내수석이 나간 후 사회를 맡은 김선동 간사는 “의사일정이 여야 간사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국회법에 따라 8명 의원의 개회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회의를 속개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임 실장의 UAE·레바논 방문 의혹과 관련해 오늘 운영위 소집에 3당 간사 간 협의가 안 이뤄졌지만, 우리는 임 실장이 출국 후 사후에 방문 일정을 알리고 무함마드 왕세제와 면담 당시 배석자에 칼둔 UAE 원자력공사 이사회 의장이 참석한 사실 등 의혹에 국회에서 관련 질의답변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운영위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권 원내수석은 “이런 의혹에 대해 일방적 ‘지라시’에 불과하다고 봉쇄하는 집권여당의 태도는 과거 정부에서 많이 보던 안타까운 모습”이라며 한국당에 대해서도 “진정 국민 앞에 관련 사실을 낱낱이 공개하고자 한다면 외국에 나간 위원장을 급히 들어오라고 하고, 형식을 갖춰 협조를 구하는 자세를 보여줬어야 하는 아쉬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청와대가 전임 정권에 보복을 가하려다 외교 문제 야기라는 의혹의 중심 서게 돼 이를 수습하기 위해 임 실장을 특사로 보낸 게 아닌지 큰 의문”이라며 “원전 수주 뒷거래를 캐내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8개월 활동으로 국가 간 이익도 버려야 하는 엄청난 위기 상황과 국민적 의혹에 봉착한 상황에서 이제 임 실장이 국민 앞에 이실직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제원 의원은 더 나아가 이번 임 실장의 UAE 방문을 ‘UAE 원전 게이트’라고 명명했다. 장 의원은 “세간에 문재인 정권이 정치보복을 위해 MB 뒷조사를 하고 심지어 UAE 왕실 자금까지 들여다보다 발각되자 UAE 왕실에서 격노하고 대한민국과 국교 단절 항의까지 했다는 말이 들린다”며 “이를 무마하고자 문 대통령 대신 임 실장이 국정원 1차장을 대동해 UAE 왕세제에 고개를 숙이고 사과한 의혹까지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원전사업에 대한 불만이나 문제제기 때문에 임 실장이 방문했다는 의혹은 사실관계의 초기 단계부터 진단이 잘못된 것”이라며 “UAE는 외교 다변화의 한 축인 중동국가의 전략적 랜드마크라고 볼 수 있는데 전 정부 중후반부터 파트너십이 약화하는 모습을 보여 큰 틀에서의 양국 간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서동구 국정원 1차장이 임 실장과 동행한 사실에 대해서는 “국정원 1차장은 해외업무 파트 담당자이고 주요 인사의 해외 순방 때 동행할 수 있다”며 “UAE와 한국 간 파트너십 강화 관련 많은 현안이 있고, 그중 정보교류의 영역도 있어서 동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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