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로 홍준표 대표와 김무성계 지지를 받은 김성태 의원이 당선되면서 친박이 몰락하고 비박계가 당권을 재편하게 됐다. 특히나 이례적으로 비 TK(대구·경북) 출신이 원내 지도부가 됐다는 점에서 친박을 대신해 TK 구심점을 노리는 홍준표 대표와의 긴장 관계가 어떻게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1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지 8개월이 돼가고 있는데도 제1야당이 야당답지 못한 야당으로서 당원은 물론 국민에게도 많은 손가락질을 받았다”며 “앞으로 이런 무기력한 야당 체제를 극복하는 최선봉에 전사로 서서 문재인 정권의 독단과 전횡, 포퓰리즘 정책과 정치보복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홍 대표와 관련해선 “홍 대표의 막말이나 직설적인 표현이 너무 거칠어서 여러 우려가 있지만 그동안 본인이 그렇게 싸울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고 나는 이해한다”며 “그런 부분은 나에게 맡기고 본인은 덕담과 여야 간의 갈등, 국정운영이 원만히 돌아가지 못한 대치 정국에서의 해법을 제시하면서 때로는 중재할 수 있는 덕장으로서의 모습을 갖출 수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지난 국회 예산안 처리 후 ‘앞으론 원내 일에 간섭하겠다’고 발언한 것과 대해선 “한국당 당헌·당규에서는 당 대표, 원내대표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며 “서로 그 선은 침범하고 또 지배·개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 바른정당을 탈당한 김무성 의원이 지난달 9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재입당 국회의원 간담회에 참석하는 모습. 사진=민중의소리
바른정당을 탈당한 김무성 의원이 지난달 9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재입당 국회의원 간담회에 참석하는 모습. 사진=민중의소리
아울러 김 원내대표가 홍 대표보다는 김무성계 복당파와 가깝다는 점에서 개헌 등 주요 현안 관련 당론 결정 과정에서 갈등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더군다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크게 패배할 경우 홍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김무성계가 당권을 탈환할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김무성계의 장점은 느슨하다는 점인데 이런 재편기에는 정치적 비용을 줄이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김무성계로 쪽으로 쏠릴 것”이라며 “지금처럼 한국당이 막말만 해선 비 TK 지역에서 전혀 소구력이 없으므로 김 원내대표도 여러 생각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김 원내대표가 지금 당선 초기여서 말을 아끼겠지만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되 전통적 보수, 협소화된 의미의 보수에선 바뀔 것을 시사했다”며 “지난 17대 국회 당시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 시절과 비슷하게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때도 이 전 원내대표가 전투력은 강한데 운동권 출신이다 보니 실용성이나 개혁성을 섞어가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사무총장 출신으로 노동운동을 했던 김 원내대표도 이날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예방 자리에서 “그동안 한국당은 민주당 입장에선 제대로 된 야당으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온실 속 화초로서 인식됐을 것”이라며 “이제 대한민국 국가안보와 경제, 서민·노동자, 사회 취약계층 문제는 우리가 앞장서서 팔 걷어붙이고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 등 김무성계가 한국당의 주류를 탈환할 경우 바른정당과의 합당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태곤 실장은 “한국당은 장기적인 포인트를 지방선거보다는 총선에 둘 것이고, 지방선거에서 대패하면 보수통합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라며 “지방선거 패배가 오히려 다시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김세연 바른정당 원내대표 권한대행 겸 정책위의장과 예방에서 “우리는 보수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지로서 앞으로 진정한 야당의 의미를 바른정당과 늘 함께하고자 한다”며 “앞으로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 공조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우린 하나기 때문에 그 하나를 위한 신뢰와 동질감을 가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 원내대표가 교체됐다고 해도 아직까진 바른정당과 합당 논의는 비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홍준표 대표가 그대론데 상황이 달라질 게 전혀 없고, 한국당은 우리에겐 청산 대상”이라며 “지방선거 이후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고 우리 목표는 한국당을 지방선거에 참패시켜 없애는 거여서 당분간 야당 교체로 각을 세우며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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