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관문 몇 개를 넘어야 하는 거야.(웃음)” 이우호 MBC 사장 후보(60·전 MBC 논설위원실장)는 오는 7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최종 면접 준비 삼매경이다. 이 후보는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내가 정책설명회에서 말했던 것들을 방문진 이사들이 세세하게 물어볼 것 같아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MBC 사장 후보자 3인의 정책 설명회에서 이 후보가 두드러졌던 분야는 ‘콘텐츠와 플랫폼 혁신’이었다. 방송 자율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고 조직·인적 쇄신을 통해 공영방송을 재건하겠다는 다짐은 세 후보 모두에게서 들을 수 있었으나, MBC 기자·PD들을 활용한 ‘1인 미디어와 MCN 전략’, ‘인공지능(AI), 딥 러닝 활용’, ‘빅데이터 알고리즘 적용’ 등 미디어혁신 전략은 이 후보 입에서 가장 많이 쏟아졌다.

이 후보는 “플랫폼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 주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콘텐츠와 플랫폼 혁신은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해야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12월 MBC에서 정년 퇴임한 이 후보는 언론사가 개최하는 미디어혁신 콘퍼런스 행사에 참여해 혁신 방안을 스스로 공부해왔다.

이 후보는 미디어혁신의 전제 조건으로 ‘조직 바로세우기’를 강조했다. 정치권력에 장악됐던 MBC는 지난 9년 동안 공정성과 신뢰성에서 끝 모를 추락을 거듭했다. 조직과 인사를 바로세우지 않으면 미디어혁신은 거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이우호 MBC 사장 후보자가 지난 1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사장 후보자 정책 설명회에서 자신의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우호 MBC 사장 후보자가 지난 1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사장 후보자 정책 설명회에서 자신의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눈에 띄는 대목은 ‘MBC 바로 세우기 위원회’다. 이 후보는 “노사는 물론 시민단체도 참여하는 방식으로 독립성을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꼽은 주요 MBC 진상조사 대상을 추리면 다음과 같다. △국가정보원 등 권력 기관과 협력한 사례 및 사원들에 대한 사찰 △세월호 ‘영상 왜곡’ 지침 하달 등 수많은 왜곡과 조작 행위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 위한 비밀리 사규 개정 추진 △해킹툴 ‘트로이 컷’ 설치를 통한 사원들 감시 등이다. 이 후보는 “외부세력과 내통해 사원들을 사찰한 사건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세월호 영상 왜곡 지침 등의 행태는 5공 때도 없던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후보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경영진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도록 사원들의 ‘저항권’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며 “문제적 간부들은 임명하면 안 되겠지만 이보다 앞서 사원들이 기 죽지 않고 당당히 보도·제작할 수 있게 거부권을 명문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적폐 청산’ 의지는 보도·제작 부문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MBC는 입찰 비리 혐의로 경찰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MBC 내 모럴 해저드가 만연한 상황을 혁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후보는 “각종 비리 문제 역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감사 기능을 강화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후보들에 대한 이 후보 평가는 어떨까. “최승호 후보는 단연 탐사보도 전문가다. ‘언론 개혁’이라는 상징성이 큰 것 같다. 정책설명회에서 이를 바탕으로 개혁 정신을 강조한 게 참 좋았다. 임흥식 후보는 차분하면서 ‘소통’에 방점을 찍은 것 같다. 오랫동안 학생을 가르친 그의 경험이 귀를 기울이게끔 하는 것 같다. 방향이 같은 후보들이지만 각자 모두가 특성이 있는 것 같다.”

이 후보는 MBC 방송 논평을 통해 ‘민간인 사찰’, ‘4대강 사업’, ‘미디어법’ 등 MB 정부의 실책과 실정을 끊임없이 비판했다. MB 정부의 원세훈 국가정보원은 이 후보를 “6·25 남침유도설 언급 등 친북좌파”라고 낙인찍고 인사 학살 대상자로 꼽았다. 

이 후보는 2012년 장기 파업 당시 후배들 편에 섰다가 대기발령을 받았다. 이후 ‘신천교육대’라 불렸던 MBC 아카데미에서 ‘브런치 교육’ 등 모욕적인 교육을 받아야 했다. 온갖 파란과 신산함을 겪었던 MBC 저널리스트는 사장이 되어 MBC 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까. 오는 7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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