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 시계 보도 경위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SBS의 ‘논두렁 시계’ 보도에 국가정보원 개입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논두렁 시계보도’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명품시계를 받아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의 2009년 5월13일자 SBS 8뉴스 “시계, 논두렁에 버렸다” 리포트를 말한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10월27일 SBS 공정방송실천협의회의 노사 합의에 따라 지난달 2일부터 34일간 SBS 내·외부 인사로 구성돼 보도의 경위 및 진상을 파악했다.

4일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SBS 취재기자는 평소 신뢰하던 검찰 관계자를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을 취재했다. 진상조사위는 결과보고서에서 “‘논두렁’ 표현에 대한 출처는 명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며 “당시 취재기자는 ‘논두렁’ 표현을 검찰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시계를 버린 사실은 추가 취재로 확인했지만 ‘논두렁’은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해 최초 취재원에게 들은 이후에 특정해 확인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타 언론사들은 검찰 관계자가 확인해주지 않거나 SBS 보도를 신뢰해 해당 보도를 따라갔다고 진상조사위는 전했다. 대검찰청은 노 전 대통령 수사 기록 열람이 불가능하다고 답했고, 국정원 개혁위 역시 관련 수사 기록을 열람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국정원 개혁위에 따르면 국정원 전산자료에는 ‘논두렁’ 단어가 포함된 문건은 발견되지 않았다.

▲ SBS 2009년 5월13일 논두렁 시계 보도화면 갈무리
▲ SBS 2009년 5월13일 논두렁 시계 보도화면 갈무리

진상조사위는 지난 10월23일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국정원 직원 4명이 SBS 사장을 접촉해 노 전 대통령 수사 상황을 적극 보도해줄 것을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이후 논란이 불거지면서 만들어졌다. 하금열 당시 SBS 사장과 최금락 당시 보도국장은 진상조사위 조사를 거부했다. 하 전 사장은 지난 10월24일 미디어오늘에 “SBS 보도국은 보도본부장·국장책임 시스템으로 운영됐고 당시 SBS 기자가 취재·확인·발제해 기사가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따라서 당연히 외부 압력이나 간섭은 없었다”고 답했다.

진상조사위는 취재기자를 비롯해 법조팀 현장반장, 법조팀장, 사회2부장 등이 모두 국정원이나 회사 내·외부의 다른 곳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들은 사실이 없었다고 전했다. 진상조사위는 “SBS의 외부인 출입기록도 확인했는데 ‘논두렁 시계’ 보도에 대한 외부 개입 여부를 판단할 근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당시 검찰 수사의 총 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경우에도 2015년 2월 신문기사와 2017년 11월 입장자료에서 ‘심증’만 제시했을 뿐 아무런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2009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기록 확인은 의혹을 해소하는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었는데 대검의 협조 거부로 열람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해당 보도에 대해선 “검찰 외에 다른 관계자 취재가 부실했던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치열한 취재 경쟁 속에서 이런 관행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개선할 점은 없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상조사위는 “‘논두렁 시계’ 보도 경위에 대한 의혹 자체는 명백하게 규명되지 못했다”며 “그럼에도 이번 조사가 지금도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는 언론의 검찰 발 수사 속보와 단독 보도 취재 관행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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