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문제가 불거진 후 국회 안팎의 특활비 폐지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내년도 국회 특활비 총액은 72억2200만 원(예비금 포함)이 책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국회 특활비 예산이 88억800만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총액은 15억8600만 원 줄었다. 하지만 이 감액분은 특정업무경비와 토론회·공청회 등 소요경비, 포상금으로 전환돼 실제 감액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교섭단체 증가에 따라 교섭단체 지원 특활비는 3억 원 늘었고, 예비금 13억 원 중 특활비로 전환되는 6억5000만 원도 그대로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국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심사자료에 따르면 국회에서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쓰는 특활비 중 교섭단체 활동비 3억 원을 포함해 23.1%가 내년도 예산에선 다른 비목으로 전환됐다.

총액으로 보면 지난해 대비 15억8600만 원이 영수증 없이 쓰는 특활비에서 용처를 증빙해야 하는 예산으로 바뀌었는데 모두 입법 및 정책개발비, 의원 연구단체 활동비 등 의정 지원 예산이다. 감액분 중 7억4000만 원은 특정업무경비로, 나머진 일반수용비(8억5400만 원)와 포상금(2억9200만 원)으로 전환됐다.

▲ 지난 5월19일 MBC 뉴스투데이 리포트 갈무리.
▲ 지난 5월19일 MBC 뉴스투데이 리포트 갈무리.
일부 예결심사소위 위원들은 내년도 국회 특활비 감액분 중 7억4000만 원이 특정업무경비로 전환돼 실제 감액 효과가 미미하다거나, 특활비 편성액 10%를 특정업무경비나 업무추진비로 추가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최종 특활비 총액은 72억2200만 원으로 확정됐다.

지난달 13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예결심사소위에서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소위원장은 “특활비와 예비금을 좀 더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집행할 수 있는 항목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특활비나 예비금 규모를 갈수록 축소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 같다”고 말했다.

이에 이인용 국회사무처 사무차장은 “앞으로도 사무처가 특활비 예산 내역들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집행할 수 있는 부분은 점차 일반예산으로 편성해 집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절반을 특활비로 쓸 수 있는 국회 예비금 13억 원에 대해 “국회사무처 의장을 비롯한 각 교섭단체 대표들의 정치적·정무적 활동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비용을 차라리 확보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며 “그런데 예비금으로 묶어 놓고서 어떻게 썼는지 내역을 밝히지 못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인용 차장은 국회 특활비 등 비공개 이유에 대해 “아직은 어떤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서 특활비를 집행하는 것에 대해 언론이나 일반 국민이 충분히 수용할 정치 문화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위원들이 개별적으로 필요하면 우리가 내역에 대해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바른정당·국민의당 의원 10인은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 대표발의자인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개인의 쌈짓돈으로 전락한 정부의 특활비 적폐를 지적하기에 앞서 국회 특활비부터 없애놓고 얘기하자”며 “국회가 먼저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여야 행정부 예산의 투명하고 공정한 운용을 감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국회의장은 국회 소관 예산요구서를 작성함에 있어서 특수활동비 등 별도의 총액으로 제출하는 항목을 포함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국회법 제23조 3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국정원과 국회 등의 ‘묻지마 특활비’를 통제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특활비 집행 내역을 정확하게 기재하고 이에 대한 증빙자료를 갖추되 비공개 결산을 하는 방향으로 국정원법과 국회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국정원을 감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감사원법도 개정해 국정원 예산 사용을 비공개 감사할 수 있도록 입법을 예고했다.

추 대표는 “국민은 세금을 영수증 없이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것이 시대적 요구”라며 “이 개정안을 통해 특활비의 정직하고 투명한 사용과 국가 안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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