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겠다고 밝히자 조중동이 일제히 간첩 검거 수사력 약화를 우려하고 나섰다.

하지만 25년 간 국정원에 몸담았던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공수사권 이관(폐지)과 수사력 약화, 정보력 약화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조중동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30년 전부터 제기된 이 논의를 이제 진지하게 결론을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발표를 두고 조선일보는 30일자 사설 ‘국정원 손 뗀다는 ‘간첩 수사’ 누가 한다는 말인가’에서 “간첩 수사에 대한 전문성에서 국정원만 한 조직은 어디에도 있을 수 없다”라며 “정보 수집과 수사를 분리할 경우 간첩 검거 역량의 이탈과 누수를 막을 수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국정원에 대한 정권 차원의 불신이 국정원의 근간을 해체키로 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북한이라는 최악의 폭력범죄 집단과 대치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보기관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설득 과정이 있어야 하고 국민적 동의도 얻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신문은 “지금이 국가 정보기관을 두고 실험을 할 때냐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과 댓글 활동의 위법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사설 ‘국정원 對共수사 폐지로 안보에 구멍 뚫려선 안돼’에서 “대공수사 폐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국정원이 구축한 대북정보망과 외국 정보기관과의 공조를 어느 기관이 대신할 것인가. 대북정보 수집과 대공수사 분리는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어설픈 개혁이 대공 역량을 약화시키면 국가 안보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촬영한 국정원 로고. ⓒ 연합뉴스
▲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촬영한 국정원 로고. ⓒ 연합뉴스
중앙일보도 사설 ‘국정원 대공 수사권 이관, 대안 갖고 내린 결정인가’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이 대공 수사권 폐지”라며 “국정원이 수사권을 잃게 되면 대공 정보 수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반세기 넘게 축적해 온 수사 정보와 노하우도 사장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조중동이 일제히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면 간첩 수사 및 검거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국정원을 대체할 수준의 대공 수사력을 확보한 기관이 나올 때까지는 국정원의 대공 수사 기능을 존치시키면서 정치 개입 등 불법 활동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게 옳은 길”이라고 조건을 붙인 정도다.

이에 반해 경향신문은 사설 ‘국정원의 변화,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에서 국정원을 정면 비판했다. 경향은 국정원이 그동안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개혁을 다짐했지만 결국 흐지부지했고, 개혁하는 것처럼 시늉하다 슬금슬금 제자리로 돌아갔다는 점을 지적했다. 무엇보다 “국정원이 정권의 도구가 되지 않으려면 권력에 기대 이득을 얻으려는 조직 이기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시민들이 국정원의 자정 다짐을 듣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국정원 출신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공수사권 논쟁은 30년 된 문제”라며 “수사권을 가져가면 된다 안된다는 논쟁을 이제와서 처음부터 시작할 필요가 없다. 충분히 논의됐고, 이제 결론을 내릴 때”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무엇보다 국정원 스스로가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면서 (대공수사권 이관 등을) 밝힌 것”이라며 “자신들의 권한인데 이를 단순히 생각하고 한 것이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대공수사권을 (다른 곳으로) 보내도 충분히 가능하니까 보내기로 한 것 아니냐”라며 “조선일보든 (자유한국)당이든 이제 논의한 다음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 8월17일 합참의장 인사청문회에 참여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김병기 블로그
▲ 지난 8월17일 합참의장 인사청문회에 참여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김병기 블로그

김 의원은 대공수사권만큼 정보감찰관 문제, 국정원 직원의 일탈에 대한 제재 통제방안도 주된 논의대상이라며 “대공수사권을 어디로 옮기든 논의는 정보기관이 국가안보를 위해서만 일하고 국익과 정보역량 강화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수사역량이나 정보역량이 약화된다고 하는데, 국정원이 정치에 관여한 것이야말로 정보역량을 약화시킨 것”이라며 “정치관여 행위 같은 일을 하지 않아야 정보역량이 강화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공수사권 폐지로 수사검거 역량이 약화된다는 주장을 “한마디로 선후관계가 틀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병기 의원은 “대공수사권이 다른데로 이관되면 큰 일이라도 나느냐”며 “역사상 동서독이 대치하며 첩보전쟁할 때 연방정보기관(BND)이 수사권을 갖고 있었나. 없었다. 그러고도 서독이 망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스라엘 모사드 역시 수사권이 있었느냐”면서 “수사권이 어디에 있으면 되고 어디에 있으면 안된다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통합되면 효율적이고, 분리되면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은 차라리 왕조국가처럼 통합돼 있는 국가에서 더 효율적이라는 얘기와 무엇이 다른가”라며 “수사권이 누구에 있든 아무런 관계가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두가 국민의 인권과 안위를 위해 있어야 한다는 것인 만큼 오히려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서훈 원장을 비롯해 국정원 1,2,3차장이 모두 국정원 출신이고, 평생을 근무해온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대공수사권을 옮겨도 된다고 판단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보역량 강화와 국익을 위해 진지하게 논의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원이 지금까지 끊임없이 개혁을 다짐했지만 틈만나면 과거로 되돌아간 행태에 대한 반성이 우선이며, 조직이기주의를 버려야 한다는 경향신문의 지적에 대해 김 의원은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라고 답했다.

▲ 조선일보 2017년 11월30일자 사설
▲ 조선일보 2017년 11월30일자 사설

▲ 동아일보 2017년 11월30일자 사설
▲ 동아일보 2017년 11월30일자 사설
▲ 중앙일보 2017년 11월30일자 사설
▲ 중앙일보 2017년 11월30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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