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독립제작사 불공정거래 없애야 모두가 산다
방송사-독립제작사 불공정거래 없애야 모두가 산다
국민의당 방송법 개정안 토론회 개최, 방통위 측 “최근 실태조사 마쳐, 방통위원장 강력한 의지 있다”

방송사와 독립제작사 간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국회에서 시작됐다. 국민의당 민생경제살리기위원회는 28일 오전 국회에서 ‘방송사-독립제작사 간 불공정 거래 개선과 입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토론 사회를 맡으며 자신이 대표 발의할 방송법 개정안에 논의 내용을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제를 맡은 한경수 독립PD(방송사 불공정행위 청산과 제도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 미디어연대분과장)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외주제작’이라는 용어부터 문제 삼았다. 한 PD는 “방송법에서 ‘외주제작’이라고 쓰는데 이렇게 쓰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독립제작’이라고 표현한다”며 “외주제작이라는 용어에 하도급, ‘갑질’ 등의 의미가 포함돼있어 용어자체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산업진흥기본법에는 ‘방송영상독립제작사’로 쓰고 있다.

방송사가 독점해 제작할 경우 콘텐츠가 획일화·평준화할 우려가 있어 정부가 문화 다원주의 차원에서 독립제작을 장려했다. 또한 국내외 콘텐츠 시장에서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무한 경쟁이 시작한 만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독립제작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 사진=pixabay
▲ 사진=pixabay

한 PD는 “프랑스는 방송사 전년도 매출의 15%를 독립제작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15%가 적은 것 같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PD에 따르면 현재 전체 방송 프로그램 중 약 절반을 독립제작이 담당하고 있지만 보통 방송사 전체 매출 중 약 7%, KBS의 경우 약 10% 정도만이 독립제작비로 사용된다.

독립제작사의 열악한 제작비는 열악한 지위를 반영한 결과다. 한 PD는 “20여년간 제작비가 동결 또는 삭감됐다”고 꼬집었다. 또한 독립제작진이 협찬금을 따올 경우 방송사에 귀속되며, 방송권·공연권 등 모든 저작권을 방송사가 영구히 독점하는 관행 등을 지적했다.

대안으로는 영국의 사례가 제시된다. 한국으로 보면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합한 Ofcom(오프콤)이 2003년 설립됐는데 이곳은 공정거래위원회처럼 규제기능도 가지고 있다. 각 방송사가 독립제작사협회와 협의해 시행규칙을 만들고 오프콤에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불공정거래가 발생할 경우 정부 차원에서 통제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2004년 방송위원회(현 방통위) 주도로 방송협회와 독립제작사들과 합의한 내용에는 이미 최근 제기된 문제의식이 녹아있다. 10년 이상 같은 지적이 반복되고 있지만 현실은 더 열악해진 것이다.

표철수 방통위 상임위원은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2004년 당시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이었고, 난 사무총장이어서 한 PD의 지적 내용은 잘 알고 있다”며 “방통위가 이 부분에 대해 중요한 정책과제로 설정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방송사 재허가·재승인에도 이런 부분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최근 방통위·과기부·문체부·공정위·노동부 5개 부처가 긴 시간 실태조사를 마쳤고, 방통위는 오는 12월7일 주요정책 과제를 발표할 예정인데 외주사의 불공정 거래가 중요한 의제로 설정이 돼있다”며 “방통위원장도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독립PD들은 표준계약서를 만들고 이를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종철 방통위 편성평가정책과장은 “방송사가 영업비밀이라고 하는 경우도 많아 표준단가라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제도에 따라 이를 먼저 파악할 수 있어야 표준제작비 산정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신 과장은 “현재 방송법에는 방송사업자에 대해서만 분쟁조정과 금지행위를 통한 제재를 할 수 있는데 외주사의 경우는 이에 포함되지 않아 입법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언주 의원은 “분쟁조정 당사자에 외주사를 포함해달라는 것을 개정안에 추가하겠다”며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방통위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으니 다른 부서와의 협조체계 구축 문제도 법에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공정위에서도 표준계약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정원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과장은 “한 PD가 지위남용·위장도급·불공정정산 문제 등을 예시로 들었는데 이걸 신고해야 조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PD는 독립PD들이 방송사에 근로계약처럼 고용되지만 방송사들이 도급계약서를 쓰게 해 4대보험, 퇴직금 등 문제를 외면하는 현실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독과점적인 힘을 가진 방송사를 대상으로 신고를 하기는 정말 힘들고 뚜렷한 혐의가 없는 가운데 혐의 없이 직권조사를 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하도급·가맹 유통 관련 공정업무를 다루다보면 표준계약서가 의외로 힘을 발휘한다”며 입법 과정에서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불공정 거래를 막으면 콘텐츠 경쟁력도 확보된다는 게 한 PD의 주장이다. 영국의 경우 1995년 1100개 제작사의 매출이 5억 파운드였지만 2014년 500개 제작사의 매출이 27억 파운드로 늘었다. 또한 2009년에 비해 매출이 약 4배 증가했고, 수출은 100배 증가했다. 제작사에게 저작권을 보장하면서 창의적인 콘텐츠 생산에 기여한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 박봉남  독립PD는 KBS 대기획 '인간의 땅' 중 2편을 재제작해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 박봉남 독립PD는 KBS 대기획 '인간의 땅' 중 2편을 재제작해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한 PD는 독립PD의 성과를 언급했다. 박봉남 독립PD는 2008년 제작한 KBS 대기획 ‘인간의 땅’ 5부작 중 한 편인 ‘철 까마귀의 날들’을 재가공해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다. 이례적으로 KBS가 독립PD에게 재가공권을 줬고, 박 PD는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의 대상을 받았다. 해당 영화제는 후보작으로만 올라도 가문의 영광이라고 평가받을 만큼 권위가 있다. 한 PD는 “공정한 거래를 통해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게 궁극적으로 시청자를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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