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가 이미 해고된 직원에게 책 표지에 있는 오타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2000만원이 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해당 출판사는 소송을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더난출판사는 지난 9월 도서의 기획, 편집 등을 총괄하는 팀장으로 근무했던 김아무개씨에게 22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소장에 따르면 이 중 2130만 원이 책 표지의 ‘오타’와 관련된 금액이다. 김씨는 지난 5월 해고됐고 8월 회사와 합의했다.

문제가 된 책은 ‘긱 이코노미’로 소장에 따르면 이 책은 김씨의 책임총괄 하에 2017년 3월 인쇄에 맡겨졌으며 물류창고와 본사로 입고됐다. 문제는 표지 앞면과 옆면 등에 ECONOMY가 아닌 오타인 ‘ECOMONY’로 기재된 것이다.

소장에 따르면 김씨와 출판사는 3월28일과 4월10일, 독자들의 제보로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출판사는 출고한 도서를 회수해 표지부터 교체하고 이후 책 본문까지 수정해 출고했다. 본문에서도 ‘ECOMONY’라고 쓰인 부분이 발견됐다.

▲ 문제가 된 책 '긱 이코노미'의 표지.
▲ 문제가 된 책 '긱 이코노미'의 표지.

이에 대해 출판사는 “표지 오타로 인해 사실상 책을 정상적으로 판매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김씨에게 선인세 및 수수료 1650만 원, 용지비 16만 원, 표지인쇄비 44만 원, 본문인쇄비 25만 원, 광고비 390만 원 등 총 2130만 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김씨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27일 “실제 오타로 인해 발생한 직접적인 비용은 100만 원도 채 안 되는 85만 원 수준”이라며 “광고비나 선인세까지 청구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출판사는 광고비 390만 원을 청구한 것에 대해 “당시 책 판매를 촉진하고자 온라인서점과 경제지 등에 광고비를 지급했다”며 “하지만 책에 문제가 발생해 신간 출간 무렵의 광고가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선인세 및 수수료 1650만 원에 대해서는 “표지 오류로 사실상 책을 정상적으로 판매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으며 손해액의 범위에는 출판사가 책을 출판하기 위해 저작권자에게 지급한 선인세를 포함한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해고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한 보복성 소송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오타 사건 직후인 지난 5월 김씨는 회사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았다. 이후 김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김씨는 구제신청 이유에 대해 “팀원이 오타를 냈고 빨리 대처하지 못한 건 제 잘못이다”며 “하지만 출판업계에서는 오탈자를 이유로 사람을 해고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조정 끝에 김씨는 복직 대신 한달치 월급을 합의금으로 받았다.

김씨가 속한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출판지부는 27일 성명에서 해당 출판사에 △손배소를 즉각 취하하고 △부당해고와 손배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명예가 훼손된 김씨에게 사과할 것과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공개할 것 등을 요구했다.

더난출판사 관계자는 28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해당 편집자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기로 결정했다”며 “우리도 사정이 있는데 언론에서 제대로 다뤄주지 않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더 드릴 말씀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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