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학원 피해자 “과거사정리법 통과해 진상규명해야”
선감학원 피해자 “과거사정리법 통과해 진상규명해야”
1942년~1982년 경기도 선감도 강제노역 등 인권침해…진선미 “소외된 자들은 과거사정리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어”

선감학원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국회에서 목소리를 냈다. 선감학원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진상규명과 함께 부랑아로 어렵게 살아온 삶에 대한 명예회복 등을 요구했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 5월29일 일제 조선소년령에 따라 경기도 안산시 대부면(당시 경기도 부천군) 선감도에 세워진 소년 감화원이다. 일제가 태평양전쟁에 진출하면서 ‘대동아전쟁의 전사로 인적 자원을 늘리자’는 목표로 운영돼 소년들을 전쟁의 소모품으로 사용했다고 알려졌다. 해방이후 1946년 2월1일 경기도로 이관됐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군사요충지로서 미군이 주둔하면서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았다. 1982년 폐쇄될 때까지 부랑아 갱생이라는 목표로 강제로 아이들을 잡아가 강제노역을 시켰고 이 과정에서 사망사건·성폭행 등 인권침해가 발생한 곳이다. 폐쇄 직전 경기도 부녀아동과에서 작성한 ‘선감학원 운영실태’에 따르면 입원누계인원은 5759명이었다.

▲ 경기도 안산 선감학원 터 인근에 세워진 선감학원 피해자 위령탑 옆에서 정진각 안산지역사연구소장이 선감학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 경기도 안산 선감학원 터 인근에 세워진 선감학원 피해자 위령탑 옆에서 정진각 안산지역사연구소장이 선감학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일제강점기 당시 선감학원 부원장의 아들인 이하라 히로미츠씨가 “아! 선감도”(1989년)라는 소설을 통해 선감도의 진실을 폭로했고, 이후 안산 지역 역사학자인 정진각 선생이 홀로 선감도의 참상을 조사해왔다.

선감학원 아동국가폭력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와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영배 대책위 회장은 “선감학원 원생들은 겨우 8~9살의 어린 나이에 집주소를 모르거나 옷을 남루하게 입었다는 이유로 납치되다시피 시설에 수용돼 매일 매일을 축사에서, 뽕밭에서, 염전에서 중노동을 하면서 생활했다”며 “밥조차도 제때 먹지 못했고, 그마저도 반찬이라고는 썩어가는 새우젓이 전부였고,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산에 올라 뱀이나 쥐를 잡아먹으며 허기를 채우기도 했다”고 당시 참상을 전했다.

이어 “지옥같은 생활을 견디다 못해 그 어린 친구들이 헤엄을 쳐 바다를 건너 선감도를 탈출하려고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퉁퉁 불은 친구의 싸늘한 시신뿐이었다”고 전했다. 많은 아이들이 섬을 탈출하기 위해 바다를 헤엄쳤지만 육지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육지에 닿더라도 다시 주민들의 신고로 섬에 잡혀 들어왔다고 한다.

김 회장은 “세상은 우리들이 마치 범죄라도 저질러서 외딴 섬에 격리돼야만 했던 아이들로 오해하고 있다”며 “그것은 마땅히 밝혀져야 했던 선감학원의 진실이 지금껏 묻혀왔기 때문”이라고 진상규명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선감학원에는 국가 공무원이 직접 파견을 왔고, 경기도가 관할했기 때문에 국가폭력 사건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진 의원이 발의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과거사정리법)’을 통해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과거사정리법은 현재 진선미·소병훈·추혜선 등 많은 의원이 각각 발의해 국회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2005년 12월부터 5년간 활동했던 진실화해위의 활동을 재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대책위는 해당 법 통과 등을 통해 △국가가 나서 선감학원 진상규명 조속히 시행할 것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에 나설 것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해결해 줄 것 △다시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 등을 요구했다.

▲ 경기창작센터에 전시된 선감학원 시찰 모습
▲ 경기창작센터에 전시된 선감학원 시찰 모습

지난 19대 국회에서 형제복지원 특별법 등을 발의하며 국가폭력 피해자 인권문제에 힘을 쏟고 있는 진 의원 역시 과거사정리법을 발의해 과거사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진 의원은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루자 비슷한 사건에 대한 제보가 계속 오고 있다”며 “청년들을 억지로 잡아가 개척사업을 시킨 서산청소년개척단 사건도 비슷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는 중단된 과거사 정리 작업을 재개하도록 하는 과거사정리법이 계류 중”이라며 “이미 노무현 정부 때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충분히 된 것 아니냐는 분들도 있지만 소외된 자들은 과거사정리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진 의원의 과거사정리법이 통과되길 바라는 목소리는 더 있다. 지난 7일부터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은 국회 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형제복지원은 내무부 훈령에 근거해 1975년 7월부터 1987년 6월말 폐쇄 때까지 밝혀진 것만 3500여 명을 수용해 강제노역·구타·성폭행 등 인권침해가 발생했고, 55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곳이다. 최근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과 선감학원 피해생존자들이 연대하면서 과거사정리법이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 “변한 게 없으니…” 형제복지원 피해자 다시 국회 앞 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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