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2012년까지 페이스북에서 개인정보보호 업무를 담당했던 샌디 파라킬라스(Sandy Parakilas)씨가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페이스북이 스스로 악성 콘텐츠를 검열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이 16일 가짜뉴스에 맞서 ‘신뢰 프로젝트(Trust Project)’를 가동한다고 밝힌 뒤 나온 주장이다.

샌디씨는 “내부에서 본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데이터를 보호하는 것보다는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러시아의 미美 대선 개입 과정에서 페이스북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판단하기 전에 먼저 이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016년 러시아 정부가 배후에 있었던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는 페이스북의 셀프서비스 광고 구매 툴을 이용해 캠페인 광고를 냈다. 주로 이민, 인종, 총기 소유권 등 이슈에 논란을 일으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페이스북이 미 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IRA는 페이스북에 8만 건의 게시물을 올렸고 약 2900만 명이 이를 뉴스피드로 받아봤다. '좋아요', 공유 등을 통해 최대 1억2600만 명이 이를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용자들은 사실 관계가 잘못된 정보와 선동이 담긴 광고가 러시아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선전장관 괴벨스가 영국 내 분열을 일으키기 위해 해적 라디오방송을 만들고 가짜뉴스를 퍼뜨렸던 것에서 플랫폼이 변화한 셈이다.

▲ 가짜뉴스로 어려움에 처한 페이스북이 최근 신뢰프로젝트를 발표했다.
▲ 가짜뉴스로 어려움에 처한 페이스북이 최근 신뢰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구글, 트위터 등과 함께 가짜 뉴스를 퇴치하기 위해 ‘신뢰 프로젝트(Trust Project)’를 가동한다고 16일 밝혔다. 신뢰 프로젝트는 기사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기자 상세 정보 등의 ‘신뢰 지표’를 사용자들이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을 뜻한다. 75개 이상 언론사 대표들이 참여해 만든 신뢰 지표를 통해 이용자들은 기사를 낸 언론사가 어떤 윤리 기준을 갖고 있으며, 자본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기자는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샌디 파라킬라스는 “페이스북은 스스로 콘텐츠를 검열할 유인이 전혀 없다”고 단언하며 신뢰 프로젝트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샌디씨는 “데이터를 많이 수집할수록 광고주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더욱 커지기 때문에 페이스북은 페이스북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언론이나 정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면 스스로 데이터를 검열하거나 축소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하려고 했을 때 그들은 TV나 신문 광고를 사지 않고 페이스북을 선택했고, 러시아가 유포한 내용은 최소 1억2600만 명의 미국인에게 노출됐다”고 전한 뒤 “페이스북이 콘텐츠를 제한하겠다고 했지만 자발적으로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단언하는 이유는 페이스북의 수익 매커니즘에 있다.

페이스북은 3분기 103억3000만 달러 매출액을 기록했다. 분기매출액이 1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이스북 성장의 핵심은 타깃 광고에 의한 광고매출이다. 광고주는 하루에 10억 명이 넘는 페이스북 방문자를 대상으로 타깃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선 인종·정치성향·교육수준에 따른 타깃 광고가 가능해 매우 효과적으로 광고주를 어필하고 있다. 페이스북 경쟁력의 원천이다. 그러나 콘텐츠를 검열할수록 이용자 데이터는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타깃광고의 클릭 수와 구매율 또한 떨어질 수 있다.

그녀는 “페이스북은 언론이 이슈를 제기할 때만 반응하고, 사업모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떠한 변화도 피하려고 한다”고 강조한 뒤 “페이스북은 더욱 강하게 규제되어야 하고 여러 개의 개체로 분리하여 하나의 회사가 모든 데이터를 관리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페이스북은 시민을 보호할 이유가 없고, 그런 페이스북에 민주주의의 미래가 걸려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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