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리퀘스트’식 장애인 ‘동정과 시혜’ 프레임은 그만
‘사랑의 리퀘스트’식 장애인 ‘동정과 시혜’ 프레임은 그만
[구글 뉴스랩 혁신포럼] 강혜민 비마이너 기자 “이영학과 같은 인물을 만든 것은 대중과 언론이 주는 시혜와 동정”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5년이었다. 언론에서 ‘딸 수술비를 도와 달라’는 호소와 함께였다. 10억 원이 넘는 돈이 그의 계좌로 들어갔다. ‘사랑의 리퀘스트’와 같은 방송들이 장애인들을 비참하고 처참하게 그리면서, 후원계좌를 공개한다. 사람들은 ‘아, 저런 사람도 사는데’ 같은 생각을 하면서 몇천 원의 돈을 후원한다. 그리고 그들의 불행을 보며 나의 불행을 위로한다.”

강혜민 비마이너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구글이 15일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공동주최한 ‘구글 뉴스랩 혁신포럼’에서 한국 언론이 장애 관련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을 비판했다. 

강 기자에 따르면 한국 언론이 장애인을 다루는 시선은 ‘동정과 시혜’다. 강 기자는 “이영학과 같은 인물을 만든 것은 대중과 언론이 주는 시혜와 동정”이라고 꼬집었다.

장애인에 대한 ‘동정과 시혜’ 시선에서 빠지지 않는 프레임은 ‘진짜 장애인과 가짜 장애인’ 구분이다.

“‘사랑의 리퀘스트’같은 방송은 장애인이 ‘진짜 장애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데 골몰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시각장애인에게 돈을 줬는데, 눈을 뜨고 가더라’는 ‘가짜 장애인’ 이야기와는 구별되게 하려는 전략이다. 사람들 역시 ‘저 사람은 진짜네’ 하면서 후원한다. 방송사들이 이런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드는 이유는 ‘남의 불행을 소비해 자신의 행복을 찾는’ 사람들의 니즈(Needs)가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장애인은 그 소재로 사용된다.”

▲ 강혜민 비마이너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강혜민 비마이너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하지만 ‘사랑의 리퀘스트’로 대표되는 후원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아예 부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복지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사회에서, 당장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부’가 아예 효용이 없다고 볼 수 있을까.

강 기자는 “후원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장애인에 대한 동정과 시혜의 시선을 제거할 수 없을 것이라 본다”며 “그런 프로그램에서 장애인들은 항상 자신들의 장애와 가난을 증명해야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 기자는 “기자들은 장애인 이슈를 다루면서 그들을 동정하고 시혜하는 시선에 머무르면 안된다”며 “기자들이 정작 취재해야 할 것은 장애인을 위한  복지제도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장애인의 권리는 어떻게 침해되는지에 관한 일들”이라고 말했다.

강 기자는 언론이 장애인 관련 보도를 할 때, 장애인을 ‘소재’로 삼는 미담 보도에서 벗어나야 하며 장애인과 관련된 담론을 꾸준히 학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통 기자들은 장애인과 관련된 기사를 쓸 때, 경찰서에서 나오는 장애인들의 범죄 관련 보도 자료를 그대로 담거나 빈곤한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데 그친다. 장애인과 관련된 보도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취재영역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공부를 해야한다. 장애학 관련 서적을 읽고, ‘비마이너’ 같은 전문매체를 찾아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이날 구글 뉴스랩 혁신포럼 ‘저널리즘 다양성의 모색’에서 조이여울 일다 편집장은 한국 언론의 성소수자 보도에서 ‘대결 구도’ 식의 보도를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이여울 편집장은 “인권에 대한 문제를 ‘A는 찬성한다, B는 반대한다’는 식으로 다루는 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다”라며 “특히 성소수자 문제를 다룰 때, 인권에는 찬성과 반대가 없음에도 ‘집회 측 vs 반대 집회 측’식의 보도가 쏟아진다. 이런 보도는 독자들로 하여금 싸움 관전을 하도록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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