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MBC 사장이 지난 13일 해임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는 오는 15일 오전 9시부로 총파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노조 MBC본부 대전지부(지부장 이한신)는 이진숙 대전MBC 사장 등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유지할 방침이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친 여권 이사들이 김 전 사장 해임결의안을 제출한 지난 1일 대전MBC 노동조합은 ‘김장겸 사장 해임 시 언론노조 MBC본부가 파업을 잠정 중단하더라도 대전MBC 노조는 현행 전면 파업을 유지한다’고 결의했다. 이진숙 사장과 경영진들이 물러나지 않았는데 제작현장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파업지침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파업지침

대전지부는 이날 오후 임시총회를 열어 ‘이진숙 사장 퇴진 때까지 대전지부는 전면 파업을 유지한다’는 안건에 대해 조합원 총원 52명 중 휴직 등 인원을 제외하고 43명이 참가해 28명(65.1%)이 찬성표를 던져 가결시켰다. 당시 대전MBC에는 이진숙 사장을 포함해 13명의 보직자 이탈이 한명도 없던 상황이었다. 지난 9월 파업을 전후로 서울과 지역 MBC에서 많은 보직자가 보직을 관두고 김 사장 퇴진의 뜻을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서울지부와 17개의 지역MBC 지부들을 포함해 총 18개 지부로 구성돼있다. 이 중 낙하산 사장이 내려와 지역MBC의 노동조건이나 제작 자율성을 망가뜨리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지적하며,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대전지부를 포함해 7개 지부가 있다. MBC본부가 파업을 중단하면서 나머지 지부들은 현장으로 돌아가 투쟁을 지속할 예정이지만 대전지부 조합원들은 사내에 농성장을 차리고 투쟁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다. 

▲ 대전MBC 구성원들이 사내에서 이진숙 사장 퇴진을 외치고 있다. 사진=대전지부 제공
▲ 대전MBC 구성원들이 사내에서 이진숙 사장 퇴진을 외치고 있다. 사진=대전지부 제공

지난 8일 대전MBC는 최혁재 보도국장 등 3명에 대해 면보직 조치가 있었다. 이날 대전지부는 “최혁재 보도국장의 보직 사퇴는 사필귀정, 대전MBC뉴스의 공정성을 훼손한 책임에 대한 당연한 사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보직사퇴를 했다 해서 지난 3년 넘게 뉴스를 망친 책임과 기자들을 탄압한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며 “3명의 보직 사퇴는 이진숙 체제 붕괴의 서막이다. 그러나 아직도 10명의 보직자들이 남아 있다”며 끝장 투쟁을 예고했다. 김 전 사장이 해임된 13일에는 김지훈 대전MBC 취재부장도 보직사퇴의 뜻을 밝혔다. 이로써 대전MBC 보도국에는 보직자가 모두 직을 내려놓게 됐다.

이한신 대전지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난 5월4일부터 이진숙 사장 퇴진운동을 진행했는데 6개월이 되도록 이 사장이 내려오지 않았다”며 “지역 시청자들에게 약속했는데, 이대로 파업을 접고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남은 보직자가 9명인데 이번 주까지 사퇴할 것을 공개적으로 전했다”고 말했다.

대전지부는 오는 15일 총파업 73일 차 집회를 마치고 대전MBC 주차장에 농성장을 차리고, 이날 오후 2시 대전지역시민사회 등과 함께 이진숙 사장 퇴진과 낙하산 사장 반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 대전지부 조합원들이 이진숙 사장 자택 등에서 사장 퇴진과 낙하산 사장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진=대전지부 제공
▲ 대전지부 조합원들이 이진숙 사장 자택 등에서 사장 퇴진과 낙하산 사장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진=대전지부 제공

한편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달 30일 이진숙 사장 등을 국정원법 위반, 업무방해죄, 방송법 위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MBC본부는 지난달 20일 전현직 MBC 경영진인 김재철·안광한·전영배·김장겸 등을 국정원법위반, 형법상 업무방해죄, 방송법위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죄로 고소했다. 이에 추가로 이진숙 사장을 국정원 문건 상 MBC 장악의 마지막 단계인 MBC 민영화를 실제로 주도한 혐의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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