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경인TV) 사옥 이전이 무산될 분위기다. OBS가 사옥 이전을 위해 인천시에 200억 원 특별 대출을 요구했고 이에 인천시가 과도한 요구라며 거절했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OBS 사옥을 인천으로 이전하는 것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말 OBS 재허가 조건 중 하나로 제시한 사안이다.

방통위가 인천으로 OBS 사옥을 이전하는 걸 중요한 재허가 조건으로 선정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선 2007년 OBS 개국 당시를 살펴봐야 한다. 

당시 OBS 사업자를 선정할 때 ‘본사는 인천에 있어야 한다’는 iTV(인천방송·OBS 전신)의 방침을 유지하는 걸 조건으로 했다. 당시 대주주도 OBS 연주소를 인천에 두겠다고 약속했다. 2010년, 2013년, 지난해 재허가 때도 항상 사옥 이전은 조건으로 제시됐다.

OBS 사옥 이전 대상으로 지목되는 인천 계양구의 건물이 있는 곳은 원래 버스터미널 부지였다. 경기도 부천이지만 이곳과 가까운 위치에 터미널이 생기는 등의 이유로 땅 주인은 용도를 오피스텔 부지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땅 주인이 일부 부지를 공공 목적으로 사용할 것을 인천시와 합의했다. 인천시의 남는 땅, 사옥 이전이 과제였던 OBS의 이해관계가 맞아 지난 2013년 4월 인천시와 OBS는 ‘OBS 방송국 인천시 이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 인천 계양구에는 오피스텔 입주가 완료됐고 방송사 건물도 완공됐다. 하지만 OBS 이전이 늦어지면서 인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iTV에서 OBS로 이어지는 지역방송사가 인천 지역 현안을 다뤄주길 기대하는 인천지역시민사회 요구가 꾸준히 있어 왔고, 방송사 건물 인근 지역주민들도 방송사가 들어오는 것을 기대하고 입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물이 완공됐지만 바로 OBS가 들어갈 수 없었다. 방송 시설을 설치하는 등 방송사로서 필요한 설비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OBS는 방송할 수 있도록 건축 면적을 늘려 달라는 요구와 함께 방송시설 환경 공사가 필요하다고 인천시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인천시는 법률상 증축은 불가능하다고 했고, 대신 시설 공사 등을 위한 60억 원 지원을 지난 8월 결정했다.

▲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OBS 사옥. 사진=OBS
▲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OBS 사옥. 사진=OBS

신성호 OBS 정책기획팀장은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2013년 MOU를 체결하고 이전하기로 했을 때 방송시설 환경 공사를 해달라고 협의했다. 스튜디오 평탄화 작업이라든지 방진공사 등 방송시설로 적합하도록 공사를 해야 한다. 우리 건물도 아닌 데다 OBS가 예산도 없는데 인천시에선 OBS가 부담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OBS의 UHD 전환이 2020년으로 결정됐다. 지금 새로운 시설 투자를 하고 2020년 UHD 전환을 하면 중복 투자가 되니까 단계별로 이전하겠다고 했는데 그건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60억 원을 당장 지원받아 새 사옥에 투자한다고 해도 2020년 UHD전환을 위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시설을 교체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본금 잠식 등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OBS 상황을 고려하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OBS 측 입장이다.

지난달 31일 OBS는 인천시에 60억 원 시설비 지원과 별도로 이사 비용과 방송 시설물 교체 등을 위해 200억을 1.2%의 이자로 특별대출해줄 것과 연임대료 3억6000만 원으로 임대기간 20년을 보장해줄 것, 임대기간 만료 후 현재 가치로 OBS가 매입할 수 있도록 해줄 것 등을 제안했다. OBS 측은 인천시가 200억 원 대출을 해줄 경우 바로 이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OBS의 현재 재정 상황으로는 금융권 대출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인천시도 이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지난 8일 이한구 인천시의원은 “OBS 요구는 인천으로 이전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OBS와의 관계를 하루빨리 정리하고 시설물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시가 OBS와 허술하게 MOU를 맺어 방송사 유치에도 실패하고, 부지 용도 변경으로 시세 차익만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인천시는 OBS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김창선 인천시 대변인은 이날 인천시의회 감사에서 “OBS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는 과다한 요구”라며 “행정 기관이 민간 기업에 대출을 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OBS 대주주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달 13일 윤종오 민중당 의원은 “재허가 조건 중 하나인 인천 사옥 이전과 관련해 OBS가 비용 문제를 계속 제기하자, 인천시가 8월 골조 공사에 이어 기초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 6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은 이전 여부에 대해 비용 문제를 이유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대주주를 비판했다. 윤 의원은 “재허가 조건 이행에 대한 백 회장의 의지가 없다는 게 드러났다”며 방통위가 나설 것을 주장했다.

OBS 노동조합 역시 대주주가 의지를 보여야한다고 요구했다. 유진영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장은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돈이 없는 게 현실적인 문제이긴 하나, 애초 대주주가 성의를 갖고 접근했어야 했다”며 “주주와 회사를 분리할 게 아니라 주주가 사업권을 딸 때 약속한 사안이니 가능한 한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돈이 없다고만 할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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