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과도한 비판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부터 시작됐다. 적폐청산에 대해 불편한 보도를 이어오던 조중동은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치보복이자 감정풀이’라고 비난하자 더욱 열을 내고 있는 모습이다.

11월13일자 중앙일보는 이례적으로 같은 사안에 대해 사설과 칼럼 3개를 동원하여 ‘정치보복’을 강조했다. 중앙은 사설 “여론재판식으로 MB수사 몰아가서는 곤란하다”와 김진국 칼럼 “적폐청산이 복수극이 안 되려면”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하는 검찰 수사를 비난했다. 또한 전영기 칼럼 “김관진, 감방에 보내야 했나”에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김정은이 제일 싫어한 국방장관”이라고 치켜세우며, 김 전 장관의 구속을 “이명박 잡으려는 무리수”라고 질타했다.

동아일보도 정치보복 주장 대열에 동참했다. 동아 역시 같은 날짜 사설 “보복 악순환은 정치의 미래 망칠 것”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하는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 보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아는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의 댓글에 불법적인 요소가 없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댓글 활동 그 자체는 북한이 국경에 제한받지 않은 심리전 활동을 국내에서 강화하는 것에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 재임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여론조작 관여 의혹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1월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강연차 바레인으로 출국전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작업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재임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여론조작 관여 의혹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1월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강연차 바레인으로 출국전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작업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노무현 정부에 이어 사사건건 문재인 정부 비난을 이어가는 조선일보는 모양새만 조금 바꿔서 역시 ‘정치보복’이라며 선동했다. 조선은 같은 날짜  “민주당 ‘적폐 현황’ 문건, 도 넘은 정치 공격”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치보복 프레임’을 거듭 강조했다.

조선은 이 사설에서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지난주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한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적폐 현황’ 문건에는 별별 내용이 다 들어 있다… 상당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정책을 겨냥했고, 거기 관여했던 여러 인사를 척결 대상으로 지목했다. 검찰이 하청(下請)받아 진행 중인 ‘적폐 청산’ 수사에 덧붙여 그 문건 내용까지 현실화한다면 나라가 온통 이 소동으로 지새울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조중동이 이처럼 한목소리로 ‘적폐청산’이 아니고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면 수사는 위축되고 여론의 눈치를 보는 청와대는 긴급수석회의를 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왜 그럴까. 최소한 네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이 11월 1주차(10월31일~11월2일) 문재인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도(긍정평가)가 전주와 동률인 73%를 기록하며 추석 연휴 이후 4주 연속 70%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1월10일과 11일, 양일간 전국 유권자 1026명을 대상로 실시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80.9%가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 문재인 대통령이 11월3일 오전 충남 천안시 중앙소방학교에서 열린 제55주년 소방의날 기념식에서 아산북수초등학교 119소년단 어린이들과 만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11월3일 오전 충남 천안시 중앙소방학교에서 열린 제55주년 소방의날 기념식에서 아산북수초등학교 119소년단 어린이들과 만나고 있다. 사진=청와대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국민여론이 조중동 선동의 억제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촛불정신의 요체는 국가를 절단낸 대통령 이하 그 중심세력에 대해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를 실천하는데 앞장 서고 있는 문 대통령을 지지하기 때문에 ‘정치보복’ 주장은 먹혀들 여지가 없다.

두 번째 이유는 정치보복이라고 하기에는 그 내용과 형식이 다르고 불법성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누구처럼 감사원이나 국세청을 동원하거나 국정원 혹은 검찰의 기획수사나 망신주기식으로 조작과 과장을 앞세운 정치보복 형식이 아니다. 국회와 헌법재판소가 합의를 거쳐 결정한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수사였다. 정당한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터져나오는 불법과 조작의 내용은 그 범법의 정도가 중대하고 명백하다.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권력남용, 블랙리스트, 국정원 댓글 공작, 청와대 현금상납과 같은 심각한 사안을 두고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해봐야 설득력이 없다.

조중동이 ‘정치보복’ 프레임을 강조하는 것은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이라기보다는 이익과 특혜를 우선시하는 기득권집단이기 때문이다. 조중동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최대 수혜자 가운데 하나였다. 종합편성채널이라는 방송을 갖게 됐고 재정부담을 덜어준다는 미명하에 ‘의무전송’이라는 특혜를 받아 이익을 추구했다. 대신 이들은 편파방송으로 권력의 불법행위에 눈감았다. 이들은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 자사의 이익추구에 더 충실했다. 

세 번째는 제1야당의 지리멸렬이다. 

조중동이 열심히 ‘정치보복’ 주장을 하고 있지만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정치보복 주장은 의석수가 무색할 정도로 공허하다. 최근 갤럽의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48%, 자유한국당 9%, 바른정당 6%, 국민의당 6%, 정의당 4%, 기타 정당 1%, 없음·의견유보 26%로 나왔다. 116석으로 늘어난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한자릿수에 머무는 이유는 당내 갈등이 만만치않기 때문이다.

▲ 지난 9월18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9월18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의 거수기 역할에 머무르며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가 친박의원들을 향해 ‘바퀴벌레’ 운운 하며 서로 감정다툼을 벌였다. 그러는 사이 민심이반은 막을 수 없었다. 예전 같으면 자유한국당과 조중동이 서로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국가의제를 주도했겠지만 지금은 자유한국당이 자중지란을 거치며 지리멸렬한 상황이다. ‘정치보복’ 프레임을 이끌 쌍끌이 가운데 하나가 고장난 셈이나 다름없다.

네 번째, 뉴스 소비행태변화에 따른 조중동의 영향력 하락도 두드러진다.

요즘 뉴스소비는 특정신문사에 의존하기 보다는 포털, 팟캐스트, 유튜브 등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다. 전통의 방송과 신문은 전반적인 뉴스 신뢰도 하락으로 외면받는 사이 재미와 신속성을 추구하는 행태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당연히 신문구독율은 급전직하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밝힌 구독신문 점유율은 조선일보 28.4%, 동아일보 17.6%, 중앙일보 15.9%(2015년 , 구독신문 복수응답) 순이었다. 1996년부터 2015년까지 20년간 종이신문 구독률은 69.3%에서 14.3%로 감소했다. 조중동이 힘을 합치면 대통령도 만들고, 공기업 사장도 바꾸거나 연임시킬 정도였는데, 이제 그런 시대는 갔음을 의미한다.

조중동의 ‘정치보복’ 프레임은 자유한국당과 그 궤를 같이 하지만 정의를 부정하고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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