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위원장 이동춘 목사)가 10월의 ‘주목하는 시선 2017’로 ‘보수 이데올로기가 돼버린 동성애’를 선정했다.

그동안 동성애 반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온 보수 기독교계와 달리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 등 진보적 기독교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해온 NCCK가 한국의 보수 개신교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성소수자 혐오’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NCCK 언론위원회는 30일 ‘보수 이데올로기가 돼버린 동성애’를 이달의 주목하는 시선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지난해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이 탄핵·파면돼 정권교체가 이뤄진 이후 일부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이 자신들의 진영논리를 사수하려는 방편으로 새롭게 들고나온 이슈가 이른바 ‘동성애’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CCK 언론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위기에 몰린 보수진영이 세력 결집을 위한 새로운 도구로 ‘동성애’ 프레임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러한 조짐은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명수 대법원장의 인사청문회에서 ‘동성애’가 이슈로 부각됐을 때 두드러졌다고 봤다.

NCCK 언론위는 “두 후보는 그동안 법조인으로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중시하는 의견을 제시해 왔는데 결국 김이수 후보자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일부 기독교계가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동성애 인정하는 김이수 절대 반대’ 문자폭탄 때문이었다”며 “김명수 대법원장은 가까스로 국회 인준을 받았지만 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렀다”고 짚었다.

▲ 한국교회교단장회의는 지난 7월31일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1면에 '한국교회는 헌법 개정을 통한 동성 결혼과 동성애의 합법화에 반대한다'는 의견광고를 실었다.
한국교회교단장회의는 지난 7월31일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1면에 '한국교회는 헌법 개정을 통한 동성 결혼과 동성애의 합법화에 반대한다'는 의견광고를 실었다.
아울러 NCCK 언론위는 최근 국회 개헌 논의가 시작하면서도 ‘동성애’를 이슈로 내세운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이 조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NCCK 언론위는 “헌법상 ‘양성 평등’을 ‘성 평등’으로 개정하자는 국회 개헌특위의 의견에도 파상공세가 나왔다. ‘동성애와 성전환이 헌법적 권리로 보장돼 동성애와 동성혼을 허용하려는 꼼수’라는 주장”이라며 “‘동성애 옹호 기관 국가인권위 헌법기관화 반대’나 ‘평등원칙 중 인종·언어 추가와 성 평등 규정 신설 반대’ 등 온라인 서명 운동도 진행 중인데, 국정원의 댓글 공작처럼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려는 행동에 불과다”고 비판했다.

NCCK 언론위는 “개헌 논의가 진행 중인 시점에서 차별금지법은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의지는 아직 확고하지 않다”면서 “국회는 반대 세력에 동조하거나, 오히려 혐오를 선동하는 데 앞장선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차별금지법 제정을 약속했지만, 올해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서는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 20여 개국에서 동성 간의 결혼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세계적으로 성소수자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NCCK 언론위는 “실제로 동성애자에 대한 미국·캐나다·독일 등 많은 세계교회에서는 평신도와 성직자의 동성애를 인정하고 있다”며 “특히 유엔은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도록 회원국에 권고하고 있는 시점에서 동성애가 새로운 보수 이데올로기로 등장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퇴행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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