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보궐이사 선임에 반발해 국회 국정감사를 전면 보이콧했던 자유한국당이 내달 1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앞두고 30일 국감에 복귀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지난달 초에도 김장겸 MBC 사장 ‘지킴이’을 자임하며 정기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장외투쟁까지 돌입했지만, ‘문재인 정부 방송 장악’ 프레임이 여론의 별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자 슬며시 국회로 복귀한 바 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을 만나 “(국감 중단은) 야당으로서 언론장악 음모에 대한 최소한의 항의 수단이었는데, 이번에 국감을 재개하고 대여투쟁 강도를 높여가는 것에 대해 의원들이 같이 추인해 줬다”며 오전부터 상임위 별로 국감에 복귀키로 했다.

▲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민중의소리
▲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민중의소리
앞서 정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모두발언에서도 “(정부·여당) 공영방송 장악 음모에 최소한 저항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국감 중단이었지만, 우리는 국감 포기를 결정하진 않았다”며 “의총에서 추인을 해주면 오늘부터 국감 재개를 다시 한번 선언하고 국감에 들어가서 강력한 원내 투쟁을 통해 우리의 뜻을 관철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우리가 국감을 중단한 것은 야당의 설움으로서 강력한 항의 수단이었고, (향후) KBS·MBC 사장이 교체되면 국민이 왜 그때 한국당은 국감을 중단했는지 인식도를 높일 수 있을 상황이 될 거로 믿는다”며 “국감을 재개하더라도 대여 투쟁 강도는 높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 원내대표는 당의 언론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해 필요하면 의원들이 (편향 보도를 하는) 언론사를 직접 항의 방문하면서 언론을 압박하자고 제안했다. 앞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의 개혁 방침에 계속해서 반기를 들것을 시사했다.

이날 한국당 의원들은 검은색 정장과 넥타이를 입고 의총에 참석했다. 정 원내대표는 “우리가 당분간 여러분이 동의해 주면 공영방송이 사망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검은 넥타이를 매겠다”며 “오늘부터 국감에 들어가면 우리의 의사표시 차원에서 상임위 노트북에 ‘민주주의 유린, 방송장악 저지’라는 문구를 부착하도록 하겠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정 원내대표는 여당의 국감 질의에 대해서도 대응 방안을 내놨다. 정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질의할 때 저(여당)쪽에서는 ‘다스가 누구 것이냐’고 묻는다고 한다”며 “그럼 우리는 북한규탄 결의안(기권)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는 것을 한마디씩 던지고 해 달라. 이것도 투쟁의 방안”이라고 당부했다.

사실 이날 의총 전부터 한국당 내에서는 내달 1일에 있을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과 8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까지 예정돼 있어 국회 보이콧을 이어가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11월 예산안 심의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의 국감 보이콧과 관련해 “국민은 국감을 이유 없이 보이콧하면서 당내 권력 투쟁에만 열을 올리는 한국당의 모습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면서 “국정 농단 세력을 향해 촛불을 든 국민의 눈이 이제 국회를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 지적했다.

추 대표는 “국회는 민의의 전당으로 내실 있게 국감을 잘 마무리하고 개혁 입법과 민생예산까지 촛불 정신의 염원을 새길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도 한국당이 정치보복이라느니 방송장악 음모라느니 국감에 이런 핑계로 불참하는 것은 제1야당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고 즉각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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